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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판사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법기관에 대한 질타를 받지 않고, 추상같은 기강을 세우려면 상류층인 사회지도층 인사의 도덕성상실을 엄히 훈계해야 한다며 따끔하게 문책해 눈길을 끌었다.

 

범죄사실에 따르면 강OO(55, 여)씨는 대전 대덕구와 충북 보은군 2곳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모 의료재단의 이사장으로서 두 병원의 실질적인 대표자이고, 외과의사 천OO(58)씨는 강씨의 남편으로 대전에 있는 병원의 원장을 맡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2007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탈북자 등을 자신의 병원에 유치해 허위 입원시킨 뒤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에 이들의 진료비를 청구하는 등의 수법으로 2억 3445만 원을 챙기다 적발됐다.

 

결국 이들은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대전지법 형사5단독 김동현 판사는 의료재단 이사장인 강씨에게 징역 1년을, 외과의사이자 병원장인 천씨에게는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김 판사는 먼저 "피고인 강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 사건 이전에 이미 건강보험금 편취 및 의료법위반과 관련해 벌금 1500만 원의 무거운 형벌을 선고 받았음에도 병원 운영을 투명하게 개혁하지 않고, 허위 입원환자들을 이용해 건강보험금을 편취하고 이로 인해 건강보험재정에 손실을 끼쳤으므로 범행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끔하게 질책했다. "부부인 피고인들은 사회지도층이며 상류층으로서, 이 사회가 의료면허를 소수에 한정해 발급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부와 명예를 쌓아 올리는 등 많은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사회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개선하는데 기여하지 않고 오히려 혼탁하게 만드는 범죄를 저질렀으므로, 피고인들이 받은 혜택에 상응해 책임도 무겁게 묻는 것이 옳다"고 훈계했다.

 

이어 "사회지도층의 이와 같은 도덕성 상실을 엄히 훈계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인 여타 범죄자들에 대해 추상같은 기강을 세울 수 없을 것이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법기관에 대한 질타에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판사는 그러면서 "따라서 강씨에게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현재 횡행하고 있는 보험금편취 사례들에 대한 경계로 삼기로 하되, 다만 손실금액을 공탁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형기는 죄질에 비해 짧게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천씨와 관련, 김 판사는 "피고인은 외과이사이며 병원장으로서 부당한 방법에 의한 환자유치, 건강보험금 편취 및 허위입원에 의한 보험금편취방조 등의 범죄를 저질렀고, 배우자와 함께 사회지도층 인사이므로 책임을 무겁게 묻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배우자인 강씨를 실형에 처하기로 한 이상, 피고인에 대해 의사면허를 상실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생각돼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는 것이 상당하므로 징역형 대신 고액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판사는 "피고인 천씨가 의사면허를 잃게 된다면 향후 병원을 운영하는데 심각한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그렇게 된다면 병원에 소속돼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많은 관계자들의 미래가 불안해질 수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상류층, #사회지도층, #김동현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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