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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덮힌 백두산, 자전거 타고 찾는 날 올까?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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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부터 내린다던 눈이 점심부터 엄청나게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산도 없이 꼬맹이들은 올겨울 눈다운 눈을 만나 "신난다"고 소리치며 눈밭을 뛰어다니고, 수북이 쌓인 눈이 얼어붙기 전에 열심히 비질과 넉가래질을 하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그렇게 창밖에 쏟아지는 눈에 홀려 추운데도 눈구경을 하고 도서관에 돌아오니, 2층 야외쉼터로 통하는 복도에서 '류재수 작가 아트프린팅 전시회'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해송'이라는 탁아운동단체에서 한국의 어린이 문화와 현실에 눈을 뜨고 미술교사 시절에는 대안미술교육운동을 벌였다는, 작가 류재수의 그림책 <노란 우산>과 <백두산 이야기>이 테이블 위에 각각 놓여 있고 양 벽면을 따라 그림책 속 그림액자들이 전시되었습니다.

 

 

그림책 <노란 우산>은 작가가 학교 창 밖으로 비오는 것을 물끄러미 구경하다가 아이들이 우산을 쓰고 등교하는 모습에 재미와 아름다움을 느껴 순간적으로 떠오른 이미지와 움직임을 알록달록한 색과 리듬으로 담아 놓았습니다. 비 대신 눈 오는 날 우산쓰고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닮아 보입니다.

 

백두산 탄생 설화를 모티브로 한 그림책 <백두산 이야기>는 한민족의 삶과 정체성을 담은 창작품으로 지난 1988년 출간되었다고 합니다. <백두산 이야기>는 검붉은 태초의 기운을 묘사하면서 시작되는데 이후 시기심 많은 흑두거인과 조선인을 보살피는 백두거인이 등장하고, 그 둘이 흑룡과 백호로 둔갑해 싸운 끝에 백두거인이 승리한 뒤 조선 백성들에게 "영원히 지켜주겠다" "다시 재앙이 닥치면 깨어나겠다"는 말을 남기고 깊은 잠에 들고 이를 사람들이 '백두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신화적 이야기입니다.

 

 

 

그림책 두 편 모두 짧지만 감미롭고 또는 강렬해 깊은 인상을 받게 됩니다. 특히 <백두산 이야기>는 처음 접하는 백두산 탄생 설화를 담고 있어 그림 하나 하나가 힘이 넘칩니다. 신화적 요소와 민주적 가치를 아주 잘 버무려 아름답고 강한 이미지로 부질없는 이념 대립과 혼란, 부조리가 팽배한 우리의 현실을 곱씹어 보게 합니다. 

 

아참 <백두산 이야기>는 국내 창작그림책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물론, 이탈라이 볼로냐 일러스트레이션전에서 1990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션'에 선정되기도 했다 합니다. 언젠가 자전거 타고 눈 덮힌 백두산을 찾는 그날을 소망하게 한 아트프린팅 전시회를 카메라에 담아 전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와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백두산 이야기 (출간 30주년 기념 한정판)

류재수 지음, 보림(2018)


태그:#백두산이야기, #노란우산, #류재수, #아트프린팅,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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