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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세상의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소망과 기쁨의 소식이 되어야할 성탄절, 그러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형백화점들과 술집들이라는 것이 요즘 세태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성탄전야에 용산참사의 쓰라린 아픔과 이 겨울을 추위에 떨며 지내는 노숙자들을 기억하는 교회와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그래도 기독교 교회들에게 성탄절은 1년 중 가장 큰 명절이다. 성탄기념 행사는 전날 밤인 크리스마스이브 예배부터 시작된다. 예수 탄생을 기다리며 기념하는 성탄전야 예배는 어른들보다 어린이들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대개의 교회들이 예배는 짧고 간단하게 드리는 대신 어린이들의 재롱잔치를 신나게 벌이기 때문이다.

 

24일 저녁, 서울 성동구 마장동과 사근동 사이 언덕배기 산동네에 있는 홍익교회에서도 성탄전야 예배와 재롱잔치가 벌어졌다. 예배는 그야말로 짧게 드렸다. 나이든 장로는 대표기도를 통해 이 땅에 평화와 구원의 은총을 베풀어 주시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돕고 소망을 줄 수 있는 교회들이 되게 해주시기를 기도했다.

 

권력과 돈을 추구하지 않고 약자의 편에 서는 교회들이 되게 해주십사 하는 기원도 들어 있었다. 짧은 예배가 끝나자 곧 어린이들의 재롱잔치가 벌어졌다. 첫 번째 순서는 유치부 아기들이었다. 아기들은 엄마들과 함께 나와 어설프고 서툰 동작으로 율동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앙증맞고 귀엽기 짝이 없었다.

 

천사의 날개를 양 어깨에 달고 나온 아기들은 노래하다가 뒤돌아서 날개를 펼쳐 보이는 재롱을 부리기도 하여 어른들의 웃음보를 터뜨리기도 했다. 두 번째 순서는 초등학교 1~3학년 어린이들, 어린이들은 하얀 셔츠와 목에 빨간색 스카프를 두르고 나와 멋진 율동과 노래로 관중들을 사로잡았다.

 

세 번째 순서는 4~6학년 어린이들, 이들은 모두 검정셔츠와 검정바지를 입고 나와 어둠속에서 촛불 모양의 손전등을 켰다, 끄기를 반복하며 특이한 춤동작과 노래로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어린이들의 재롱잔치에는 중학생들과 고등학생, 그리고 청년들도 찬조 출연하여 분위기를 돋우어주었다.

 

어린이들의 재롱잔치가 벌어지는 동안 관중석은 열기가 뜨거웠다. 평소에는 교회에 나오지 않던 어린이들의 부모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녀와 손자손녀들의 귀엽고 신나는 재롱에 푹 빠져 들었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멋진 노래와 춤 솜씨에 감탄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재롱잔치가 끝나자 곧 이웃들에게 나누어줄 선물이 소개 되었다. 이번 성탄절 기간에는 모든 교인들이 양말 모으기에 참여했다. 모아진 양말은 1천여 켤레, 헌 양말이 아니라 모두 새 양말 들이었다. 이 양말들은 노숙자들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어줄 예정인데, 우선 이날 밤 청년들이 거리로 나가 노숙자들에게 나누어 주기로 한 것이다.

 

매주 수요일 점심때는 근처 무의탁 노인들 80여명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이 교회는 이번 성탄절에는 모든 교인들이 십시일반 양말을 모아 노숙자와 가난한 이웃들에게 전해주기로 한 것이다. 작고 가난한 교회여서 형편들이 넉넉하지 못하지만 작은 사랑이라도 모으기로 하여 기꺼이 참여한 교인들이 많아 1천여 켤레의 새 양말이 모이진 것이다.

 

"이번 성탄절은 다른 해보다 뭔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젊은 아기 엄마의 말이다. 성탄전야 행사가 어린이들의 재롱잔치만으로 끝나지 않고 비록 작은 선물이지만 1천여 켤레의 양말을 이웃들에게 전해주기로 한 것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경제난에 따른 생활고와 신종플루, 그리고 일주일 동안의 강추위 끝에 맞는 성탄절이지만 산동네 가난한 교회의 성탄전야 풍경은 포근하고 따뜻한 모습이었다.

덧붙이는 글 | 우리 오마이뉴스 가족과 독자님들 가정에 성탄의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


태그:#성탄전야, #재롱잔치, #산동네, #작은 교회, #어려운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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