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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지난 11월 26일 미국 뉴욕주립대 연구실에서 있었던 기자 간담회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지난 11월 26일 미국 뉴욕주립대 연구실에서 있었던 기자 간담회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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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귀국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9개월째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는 한 전 청장이 최근 부인의 암 수술 때문에 귀국 쪽으로 마음을 정리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

하지만 그런 주변적 요인보다 오히려 '검찰의 절박함'이 그의 귀국을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한 전 청장을 소환조사하지 않는 한 '편파수사' 시비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상황에 놓여 있는 검찰은 한 전 청장을 귀국시켜 소환조사하면서 한명숙 전 총리 수사건 등도 함께 처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검찰 일각에서 '범죄인 인도 요청 검토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도 그런 절박함 때문이다. 

[수사 핵심 포인트 1] '학동마을'은 인사 청탁용? 가격은?

한 전 청장이 귀국할 경우 검찰 조사의 핵심은 한 전 청장이 인사청탁을 위해 고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사서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건넸는지 여부다. 인사청탁용으로 그림을 건넸다면 뇌물죄가 성립될 수 있다.  

한 전 청장은 "'학동마을' 그림을 본 적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그림로비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은 국세청 직원 장아무개씨로부터 "한 전 청장의 지시로 한 갤러리에 가서 '학동마을' 그림을 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문제는 한 전 청장 측에 '학동마을'을 판 갤러리 관계자가 검찰조사에서 "학동마을을 500만 원에 팔았다"고 진술하면서 검찰이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죄를 적용하기에는 그림값이 아주 낮다는 것. "1000만 원 미만은 뇌물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하지만 '안원국 폭로'를 '한상률 게이트'로 규정짓고 있는 민주당 측은 이러한 검찰의 판단을 '정치적인 행위'로 보고 있다. 검찰이 한 전 청장의 소환조사를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기 위한 '500만 원 구입'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는 것.

검찰은 '학동마을'의 그림값 감정을 전문가에게 의뢰했지만 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감정 결과와 관련 '800~1200만 원설'을 내놓고 있다. 전군표 전 청장의 부인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그림을 팔려고 했던 홍혜경 가인갤러리 대표는 "여러 곳에 알아보니 최욱경 화백이 현대 한국미술에서 역할을 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었다"면서 "500만 원 이상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학동마을'의 작가 최욱경 화백은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미국 크랜브룩미술아카데미와 브루클린 미술학교에서 공부했다. 이후 영남대와 덕성여대에서 교수를 지낸 그는 지난 1985년 음주상태에서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한 뒤 세상을 뜬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계에서는 최 화백을 '추상표현주의 계열 작가'로 분류하면서 한국 현대추상미술에 중요한 역할을 한 화가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중의 선호도는 낮은 편이어서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고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
 고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
ⓒ 최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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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마을'은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38cm×45.5cm(8호) 크기의 추상화다. 최 화백이 사망하기 1년 전에 그린 그림으로 알려졌다. 특히 '학동마을'의 경우 최 화백이 최전성기에 그렸고,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런 점을 헤아려 화랑가에서는 최저가를 2000만 원으로 매기기도 한다.

'한상률 게이트 및 안원구 국세청 국장 구속 진상조사단'을 이끌고 있는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도 전날(13일) 기자간담회에서 "고인이 된 화백의 작품은 최근 경매 시가를 기준으로 하는데, 학동마을보다 작은 사이즈의 작품도 2000만 원은 된다"며 "최소한 2200만 원은 넘는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최고위원은 "그런데 검찰은 1000만 원 이하라고 하면서 (쌍방의 사회적 지위나 관계 등을 감안해 1000만 원 미만 뇌물에 대해 선물로 간주할 수 있도록 한 대법원 판시에 따라) '의례적인 선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수사 핵심 포인트 2] 정권 실세 10억 전달 시도설

한 전 청장이 귀국할 경우 검찰수사가 '그림로비 의혹'에만 한정될지도 관심거리다. 최근 '그림 강매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원구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의 폭로에는 ▲ 태광실업 기획세무조사 ▲ 한 전 청장의 유임로비 ▲ 정권 실세 10억 전달 시도 의혹뿐만 아니라 강남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를 밝혀질 문건 존재 여부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 국장 측은 "한 전 청장이 10억 원을 전달하려고 했던 정권 실세를 알고 있는데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사실상 '경고'한 상태다.

안 국장은 한 전 청장이 유임로비를 하는 과정에서 10억 원을 조성해 정권 실세에게 전달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의혹은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한 전 청장이 이명박 정부에서 1년간 유임될 수 있었던 의문을 풀어주는 실마리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10억 원을 전달하려 했던 '정권 실세'가 현역 정치인인 L씨와 그의 핵심측근인 P씨가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청장이 안 국장에게 요구했다가 거부당한 10억 원 중 '3억 원'을 현 국세청 고위간부인 또다른 인사가 만들어줬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 전 청장이 '10억 원'을 만들었는지, 만들었다면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사 만들었다고 해도 그것을 정권 실세들에게 전달했는지 등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한상률 게이트 및 안원구 국세청 국장 구속 진상조사단'의 한 핵심인사는 "당시 한 전 청장이 10억 원을 만들기 위해 지방투어를 했다고 들었다"면서 "당시 지방청장들의 입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면 '사실'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안 국장말고는 증언자가 없어서 난감하다"고 전했다.

[수사 핵심 포인트 3] 10억 전달설 증언할 제3자 존재 여부

특히 이 인사는 "한 전 청장과 안 국장이 '3억원' 얘기를 나눌 때 배석했던 '제3자'가 있다"며 "이 '제3자'는 한 전 청장이 정권실세에게 돈을 전달하려 했다는 정황을 증언해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이 인사는 '제3자의 실체'와 관련 "현재로서는 우리가 밝힐 수는 없고, 안 국장이 재판에서 '정권 실세'를 밝히면서 '제3자'를 증인 등으로 신청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국장의 부인인 홍혜경 대표는 지난 3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한 전 청장이 10억 원을 전달하려고 했던 정권 실세가 누구인지 안 국장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안 국장이 검찰에 제출하지 않은 자료 중에 한 전 청장이 10억 원을 전달하려 했던 '정권 실세'의 실체를 밝힐 자료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홍 대표는 "남편이 작성한 비망록 등 검찰에 제출되지 않은 자료는 제3의 장소에 보관돼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제3의 장소'에 보관돼 있다는 자료들 속에 '10억원 전달 시도' 의혹의 실마리가 있을 수 있다.  


태그:#한상률, #안원구, #학동마을, #최욱경, #한상률 10억원 정권실세 전달 시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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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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