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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쁘게 달려온 2009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그 동안 못 만난 친구들, 이웃들과 송년회 약속을 잡느라 바쁘다. 매년 12월은 그렇게 눈 깜짝 할 사이 지나가버린 것 같다. 가는 해가 아쉬우니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 가는 것도 좋을 듯싶다.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도 좋고, 좋은 이웃과 만나 따뜻한 차를 한 잔 나눠도 좋겠다. 한 해를 마감하는 즈음 서울 도봉구에 있는 정혜사의 남전 스님을 만나 차 한 잔 나누기로 했다.

창 5동 주민자치센터 뒤편으로 난 골목을 돌아서 가면 '정혜사'가 있다. '어, 이런 곳에 절이 다 있네'라고 할 정도로 일반 주택가에 빌라, 다세대 주택과 어우러져 있다. 수줍은 듯 매달린 작은 이정표와 소박한 연등이 없다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골목 끝이라 그런지 마치 산 깊숙이 자리한 절에 들어서는 느낌이다. 1층 공양간에서 잠깐 기다리니 신도와 상담을 마친 남전 스님께서 환하게 웃으며 맞아줬다. 스님이 추천하신 홍차를 두고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남전 스님
 남전 스님
ⓒ 한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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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부터 스님을 만나면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다. 어떻게 출가를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머리를 깎는다는 것 자체가 세속의 인연과 관계를 끊고 새로운 진리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스님에게 출가 전에 대해서는 잘 묻지 않는다."

아이고, 결례를 범했다. 불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여실히 드러나서 처음부터 얼굴이 화끈거리는 듯 했다. 그런 나를 이해하시는 듯 스님은 말씀을 보태주셨다.

"어려서부터 어머님을 따라 절에 다니다가 출가하게 되었다. 고 3때부터 대학원까지 강남에 있는 봉은사에서 지냈다. 그 후 해인사에서 계를 받고 출가했다."

- 도봉구와는 언제부터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군승을 마치고 여러 절을 다니면서 수행을 하다가 96년도에 도봉구민회관 건너편 건물에 정혜사를 열었다. 2002년에 지금 있는 창동으로 이사 왔다. 올해 13년 되었다. 처음 도봉구에 왔을 때는 도봉사암연합회 총무를 맡아서 몇 년간 일했다. 도봉경찰서 경승도 하고 그랬다."

- 스님은 도봉시민회라는 시민단체의 초대 회장도 하셨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시민회 대표를 맡을 당시에는 우리 사회 화두가 '풀뿌리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였다. 사찰도 산에 있을 때는 '지역'이라는 개념 자체가 크게 상관없지만, 도심 사찰은 그 기반을 동네에서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절은 여기에 있으면서 활동은 다른 곳에서만 한다는 건 아니지 않나. 근데 요즘은 책임감이 더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새는 뭐 맡아달라고 하면 거절하는 편인데 겸손을 떠는 게 아니라 맡으면 잘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까 그런다."

- 마을신문 도봉N 자문위원을 맡고 계시지 않나.
"자문 정도는 할 수 있다.(웃음)"

- 절 문간에 조선일보구독거부 스티커가 붙어 있더라.
"한동안은 MB정부OUT이라고 쓴 현수막도 걸어뒀었다. 그랬더니 도봉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이 자주 와서 보고 갔다고 하더라. 내가 절에 자주 없어서 직접 마주치지는 못했다. 만났으면 혼내줬을 텐데…."

- 정치적 부담은 없는지?
"작년에 시청 앞에서 있었던 범불교도 대회 때 내가 불교방송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날은 작가에게 '내 맘대로 하겠다'고 했다. 불교방송이 조금 보수적인데 '경찰이 왜 견찰이라고 불리는지 모르나', '검찰이 왜 떡찰이라고 불리는지 알지 못하는가'라고 방송에 대놓고 말했다. 조금 있으니 불교방송 사장이 와서 쓰윽 보더라. 잘릴 줄 알았는데 그냥 두더라. 정치적 성향이라기보다는 무언가 왜곡하는 것을 싫어한다. 잘못하면 잘못했다고 하는 게 맞다. 그건 야당이든지 시민단체든지 마찬가지다."

도심 속에 위치한 정혜사 앞에서
 도심 속에 위치한 정혜사 앞에서
ⓒ 한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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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이 쓰신 책(<지혜로운 삶을 위한 올바른 신행생활 50>, 민족사)에서 경제개발과 환경보호와 관련한 내용을 봤다.
"종교인이다 보니 인식,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우리 사회가 오래도록 보존하고 지켜야 할 가치들이 있음에도 자꾸 바꾸려는 경향이 있다. 딱 맞는 비유는 아니겠지만, 쌍문역에 가면 1년 이상 지속되는 간판을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이기도 하겠지만, 그 만큼 빠르게 무언가를 변화시키려는 마음이 있다.

경제개발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경제개발은 많은 사람들의 공익을 위해 해야 하는데 일부만을 위해서 하면 문제다. 그런 걸 천민자본주의라고 하는거 아닌가. 나는 '빨리 가면 숨만 차다. 천천히 가면 두루두루 보고 좋다'라고 자주 이야기 한다. 우리 삶 자체가 그런 쪽으로 가면 좋겠다."

- 그런 내용으로 법문도 하고 그러시는지?
"글도 쓰고 법문도 하고 그러지만 쉽지는 않다. 아파트 값에는 논리가 필요 없더라. 절에 오래 다닌 분들 100명 중에 한 명이라도 변화한다면 된다. 그게 희망이다. 욕심 부리지 말아야 한다. 욕심은 인간의 본성이라서 세밀하게 이성으로 점검해주지 않으면 욕심으로 넘어간다. 정치, 시민운동이 가질 수 있는 오류도 욕심에서 나온다. 평균치에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된다."

- 얼마 전에 읽은 반걸음만 앞서가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씀이 생각난다. 마지막으로 신문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린다.
"신문은 기본적으로 비판적이어야 한다. 신문도 잘 되든 안 되든 끈기 있게 해야 한다. 성과가 나지 않는 것 같을 때 좌절하지 않아야 한다. 뗏목 타고 태평양을 건널 때 무사히 건너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게 아니라 어려움에 처했을 때 좌절하지 않도록 기도하는 게 옳다. 마을버스처럼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가는 신문이 되면 잘 될 거다."

스님 말씀을 듣고 싶다면 정혜사를 찾아도 좋을 듯싶다. 워낙 바쁘시니 매주 금요일 오후5시 불교방송(BBS FM/101.9hz)에서 스님을 만나는 것도 방법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동네 사람들이 만드는 마을신문 도봉N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혜사, #남전스님, #도봉구, #도봉N, #이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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