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1월 16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오셨습니다.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주제로 지난 9월부터 강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노회찬 대표님은 마지막 강의로 "정치, 새로운 공화국을 꿈꾸다"를 제목으로 강의해주셨습니다.

노회찬 대표
 노회찬 대표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한국에서 헌법은 제헌을 포함해 총 9번 개헌되었습니다. 개헌은 이승만 정부(제1공화국-제헌, 2), 4.19 혁명(제2공화국-3,4), 제3공화국(5.6), 유신체제(제4공화국-7), 전두환 정권(제5공화국-8), 1987년(제6공화국-9)에 이뤄졌습니다. 현재는 6공화국입니다. 새로운 공화국을 정하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노회찬 대표는 공화국이 변화하는 과정에 대해 "분명 새로운 공화국은 가슴 설레는, 전율 이는 진보를 이루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20세기를 보면 공화국이라는 형식이 모든 것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유신체제, 전두환 정권 같이 독재자가 공화국의 형식을 이용해 지배하는 경우도 있고, 과두지배체제가 공화정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공화제 자체가 역사적으로 볼 때 절대 선은 아닌 것이지요. 노회찬 대표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정신이 채워져 있는 공화국인가, 형식만 있는 공화국인가"를 강조했습니다.

다음 정부가 MB 정부보다 나을 것이라고 장담하십니까?

'어떤 공화국, 어떤 민주주의'를 논의하기 전에 노회찬 대표는 "다음 정부가 MB 정부보다 좋은 정부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제6공화국 이후 대통령 선거 때마다 조금 더 나은 대통령이 당선한 것으로 생각하는데(물론 이번 정부 제외) 어떻게 MB 정부가 등장할 수 있느냐는 의미입니다. "다시는 나쁜 정부가 등장하지 않는 게 바람이라면 그냥 이명박 정부만 반대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라며 MB정부는 어떻게 등장했는가를 설명했습니다.

노회찬 대표
 노회찬 대표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노회찬 대표는 그 답을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에서 찾았습니다.

"지난 20년간 정치적 민주주의는 체감 이상으로 진전을 본 것이 사실입니다. 반면에 또 하나의 민주주의 날개라고 볼 수 있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답보상태이거나 퇴행한 측면까지 있습니다."

노회찬 대표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퇴행한 대표적인 사건으로 노동문제를 말했습니다. 대표 사건을 콕 집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MB 정부 이후 대두되는 노동 문제가 너무 많았습니다. 우선, 두 배로 증가한 비정규직과 세계적으로 제한하는 파견 노동(영종도 국제 공항 건설 파견 노동자, 강남성모병원 파견 간호사) 문제가 있습니다.

자영업자는 한국 전체 경제인구에서 3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미국이 7%인 것에 비해 5배나 많은 이유는 해고되거나, 직장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자영업자로 돌아섰는데 이 수는 너무 위험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미국 아파트 단지에 슈퍼가 하나씩 있다면 한국에는 다섯 개씩 있는 것"이라는 비유에 머리가 끄덕여졌습니다. 여성 자영업 문제도 거론되었습니다. 한국의 미용사가 60만 명인데 일정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하루에 20명을 만나야 한다고 합니다. 기업형 미용실 이외에는 생계수단으로 어렵다는 뜻입니다.

노회찬 대표는 '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이 지경까지 왔는가?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라는 정서 속에서 MB 정부가 탄생했음을 역설했습니다. 즉 "MB 정부는 독재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진보와 개혁은 경제를 망쳤다. 우리는 밥먹여주는 보수"를 주장해서 국민들에게 선택을 받았고, 이러한 상황에서도 진보측은 "쟤네들은 독재래요"라는 주장을 해 국민들에게 외면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가진 도곡동 땅 문제, BBK 문제를 국민들이 다 안다. 저 사람이 그렇게 양심적이지도 않은 것을 안다. 하지만 경제를 살려준다는데..."라는 정서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까지 이어진 것이랍니다.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회복되어야 합니다

노회찬 대표
 노회찬 대표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퇴행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노회찬 대표는 내수시장을 회복하고, 약자를 배려한 정책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현실 정치가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회찬 대표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회복된 모습을 한국 제헌헌법에서 보여주었습니다.

"제헌헌법 18조 조항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있어서 이익을 균점할 필요가 있다.'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노동현장에서 요구했던 권리 중 받아들여진 것이 이익균점권입니다."

공기업도 아니고 사기업에서 기업 구성원(사장부터 노동자까지)들이 기업에서 발생한 이익을 균등하게 나눈다는 법이 제헌헌법에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물론 이 조항은 이후 개헌 때 사라졌다고 합니다.

해외에서도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회복된 모습은 한국과 차이가 너무 많아 보였습니다. 파리 소르본느 대학 1년 학비는 30만원이라고 합니다. 프랑스에선 '자질 있는 아이가 끝까지 공부하게 되면 프랑스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통용되고 있답니다. 이러한 프랑스만으로도 놀라운데 노르웨이는 학생에게 65만원씩 용돈을 준다고 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상관없습니다. 더욱이 박사학위까지 가능합니다. 등록금 뿐만이 아닙니다.

스웨덴 수도인 스톡홀롬은 시가 전체 주택 50%를 보유해서 장기 임대합니다.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를 수가 없습니다. 특별히 노회찬 대표가 주목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사건은 핀란드가 최근에 통과시킨 무상 인터넷 접속 법입니다. '전 국민이 무상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과 같은 모습이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확대된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휴대폰 요금 인하 정책이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받는 한국과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제헌 시기, 외국 사례, 시간과 지역으로 멀어진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한국에서 요원하게만 느껴집니다.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노회찬 대표는 우리가 생각하는 공화국을 꿈이 아닌 현실로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체제가 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노회찬 대표는 "대립 구도는 진부한 말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진보가 신자유주의를 수용한 개혁 보수다 보니, 보수는 더 오른쪽으로 갑니다.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보수-진보의 대립구도가 바로 서야 합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대립 구도 안에서 "선거에서 재미 보기 위한 연대가 아니라 구조 전체를 바꾸는데 의미가 있는 장기적인 연대가 필요합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다 보면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형성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노회찬 대표가 개인적으로 주장한 '민들레 연합'도 이런 관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노회찬 대표
 노회찬 대표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꿈을 현실로 이루자"는 말 자체가 부담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이제 누구나 말하고 언제나 말하는 그냥 그런 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요. 강의에 참석한 주은경님은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말한 "역사에서 확실한 건 하나도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가능성이다. 가능성은 저항해 가고 꿈을 이루어 가는 것이다"를 인용하여 함께 공부하기 위해 모인 우리가 있기 때문에 힘을 얻는다고 말했습니다. 노회찬 대표가 꾸는 꿈이 가능성으로, 그리고 저항을 모아 함께 꾸는 꿈으로까지 나아가길 기대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회찬, #느티나무, #공화국, #참여연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