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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상흔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색다른 시각으로 그려낸 훌륭한 작품이다.
▲ 현길언 작가의 책 "못자국" 전쟁의 상흔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색다른 시각으로 그려낸 훌륭한 작품이다.
ⓒ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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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논술열풍이 불었을 때 초등학생 5,6학년 아이들에게 논술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 여러 책을 읽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현길언 작가의 <못자국>이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책이었다. 원래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었다면 모를까, 컴퓨터 게임과 축구가 전부인 남자 초등학생들에게 책을 읽게 하고 그것을 토론하는 것은 고역일 수밖에 없는 지루한 작업일 터였다. 대부분 아이들은 엄마 손에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아이들이었다.

현길언 작가의 <못자국>은 육이오 전쟁이 끝난 뒤 피난민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다. 일종의 성장소설이지만 전쟁의 상처를 애틋한 내용으로 출중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특히 민족분단의 육이오 전쟁이 어떤 것인지를 전혀 모르는 우리의 자녀들에게는 간접적으로 이를 알게 해주는 훌륭한 작품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먼저 집에서 책을 읽어오게 한 뒤 1, 2장을 정독하면서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를 적고, 자신이 생각하는 그 단어의 뜻을 적어보라고 하였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며 단어들을 적어나갔다.

일단 초등학생의 최고봉인 5학년과 6학년 아이들이 뜻을 모르겠다고 적어낸 단어들을 살펴보자.

국군
유엔군
공산군
괴뢰군
중공군
빨치산
반공
피난민
급장
군가
인해전술

십분 아이들을 이해한다고 해도, '국군'이란 말을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이 나름대로 적어낸 그 단어의 뜻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 유엔군 : 적, 미국군
- 공산군 : 지원군
- 중공군 : 지원군
- 괴뢰군 : 괴롭히는 군

아이들의 엉뚱한 생각에 실소가 나왔지만 심각한 실소였다.

더 나아가 가슴 치며 통탄할 일은 아이들이 도대체 육이오 전쟁을 모른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육이오전쟁을 배우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니 자신들의 기억으로는 아직 배운 적이 없다고 했다. 설마 그럴리가 하며 혹시나 하고 중학생이 된 딸아이에게 물어 보았지만 역시나 모르긴 매한가지였다. 가르치지 않았으니 배울 수 없고, 배우지 않았으니 알 리가 만무했다.

좌 또는 우를 얘기할 필요는 없다. 단지 역사에서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못자국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못은 뽑아냈으나 그 자리에는 선연한 못자국이 남는다. 이제 아프지는 않지만 슬픈 상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을 보며 한탄했지만, 결국은 우리 어른들의 잘못인 것이다. 바른 역사를 위해서도 아이들에게 더 많은 상처를 보여주어야 한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거나 "웰컴 투 동막골"을 보면서 전쟁의 아픔을 이야기 해주어야 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국가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아무리 아이들이라도 우리의 슬픈 육이오는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이다.


태그:#육이오전쟁, #분단국가, #국군, #괴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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