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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교사가 학생에게 기합을 주고, 자퇴를 강요하는 각서까지 쓰도록 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기관의 판단이 내려졌다.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위원장 현병철)는 아침에 지각한 학생에게 10여분 가량 기합을 주고, '교칙을 다시 위반할 경우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고 스스로 자퇴할 것을 서약한다'는 각서를 강요한 사건과 관련해 해당 교사에게 경고조치하고, 교직원들에 대해 인권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6월 충북지역 A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피해 학생의 큰아버지 송 아무개씨가 "사고 당일 담임교사로부터 아침에 지각했다는 이유로 기합을 받았으며 자퇴하라는 각서까지 쓰게 하고 부모님 확인까지 받아오게 해 자살에 이르게 됐다"며 진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담임교사측은 사고 당일 피해학생이 지각했다는 이유로 10여분 가량 기합을 준 사실과 각서를 요구한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폭언이나 직접적인 체벌은 하지 않았으며, 학생이 자살한 이유는 학교의 체벌보다는 아버지로부터 체벌 받을 걸 두려워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당시 담임교사가 피해학생에게 작성하도록 요구한 각서는 '피해학생이 교칙을 다시 위반할 경우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고 스스로 자퇴할 것을 서약하며, 본 각서를 보호자 연서로 제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각서 요구에 대해 인권위는 "학생지도에 필요한 정도의 범위를 벗어나서 피해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자퇴를 서약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헌법 제19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구나 이 담임교사는 당시 피해 학생에게 각서를 받으면서 학교장의 승인 없이 학교장 명의를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또한 "체벌을 금지한 학교 방침이 있었지만 담임교사는 피해학생에게 기합 등 체벌을 가하였다"면서 "이와 같은 행위는 헌법 제12조에 정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피해학생의 자살 원인과 관련해 인권위는 "사건 당일 담임교사가 피해학생에게 통상의 반성문 내용을 넘어서는 각서 작성을 요구한 것과 기합 등이 과도한 심리적 부담으로 느껴져 자살에 이르게 한 간접적 영향을 주었을 개연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직접적인 관련성을 입증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인권위는 해당 충청북도교육청 교육감에게 관내 학교를 대상으로 학생들에게 요구되고 있는 각서, 체벌 등 학생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요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권위, #각서, #자퇴, #자살,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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