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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머! 여기도 망측한 물건들이 즐비하네. 이것도 요즘 새로운 유행인가, 가는 곳마다 왜 이런 것들을 이렇게 많이 만들어 놓을까?"

 

"그러게 말이에요, 옛날에는 이런 모양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었는데 요즘은 너무 많은 것 같네요. 공개된 장소인 공원에 이런 걸 많이 만들어 놓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지 모르겠네요?"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골짜기 깊숙한 곳에서 만난 조금은 망측한 조각품들을 바라보며 두 사람의 중년 여성등산객들이 하는 말이었다. 이들의 표정은 흥미로움과 함께 민망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전북 순창에 있는 강천산 골짜기의 '성 테마공원'에서다.

 

성(性). 인간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생물에게 있어서 성은 번성과 생존의 영역이고 또 가장 가까운 삶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에서 근래까지 성은 금기시 되어왔다.

 

성은 오직 가계계승을 위한 혈통 잇기와 생명출산을 위한 목적으로만 인정되었다. 출산위주의 성의식은 조선시대를 관통하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성을 은밀한 영역으로 감추었고 지금까지도 성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도 나이가 많은 세대들에게 성은 터부시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여성등산객들의 말처럼 요즘 우리나라 곳곳에 옛날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노골적인 성 관련 조각 작품들과 테마공원이 세워져 있다.

 

성관련 테마공원 중 대표적인 공원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제주도에 있는 러브랜드와 강원도 삼척시 바닷가에 있는 해신당 공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가는 길가에 있는 작은 가게에서도 흔히 눈에 띠는 것이 남성기나 여성기를 모방한 술잔이나 간단한 도구들이다.

 

어느 간선도로변에는 남성기를 형상화하여 커다랗게 만들어 세워놓은 장승형태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흔한 성을 테마로 한 조각이나 공원은 사실 인터넷에 은밀하게 유통되는 각종 포르노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하긴 이런 성 테마공원이 왜곡된 성 문화를 조금은 바로잡는 역할을 하기도 할 거야. 남녀의 성을 차별하지 않고 공평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것만으로도"

 

"그럴 수도 있겠지. 전통적인 성 문화는 너무 남성 우월적이고, 남성만을 위해 존재하는 성문화였으니까"

 

골짜기의 '성 테마공원'을 둘러보며 내려오는 길에서 일행들이 나눈 말이다. 실제로 이곳 성 테마공원에는 남녀의 성에 대한 표현이 거의 공평하게 표현되고 있는 것 같았다.

 

공원입구 안내판에는 "이곳 강천산 구장군폭포는 음과 양이 서려있는 재미있는 곳이다. 폭포 중간 부분이 낙수와 풍화로 자연스럽게 여성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왼쪽에 수직으로 형성된 바위산은 남성의 형태를 닮아 음과 양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도시화, 환경오염, 각종질병, 삶의 경쟁에 의한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이곳 신성한 성 테마공원의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마음을 정화하여, 자연의 음과 양의 기운을 받아, 생활의 활력과 삶의 재충전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하였다"라고 적혀 있었다.

 

요즘 곳곳마다 세워진 성 테마 공원들은 고전적인 성의식에서 현대적인 성의식으로 변화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사람들마다 보고 느끼는 시각에 따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겠지만, 하나의 재미있는 사회문화적 현상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성 테마공원, #문화예술, #이승철, #금기, #보편적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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