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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기간에 성지순례를 떠난 적이 있다. 이집트와 이스라엘, 그리고 이탈리아, 영국 등이 그곳이다. 예수와 옛 성현들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기회였다. 그런데 박물관 속 명화들은 때론 더 깊은 감동을 안겨 주기도 했다. 루브르의 〈모나리자〉라든지 시스티나 성당의〈최후의 심판〉같은 게 그것이었다.

 

그때는 30여명이 넘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갔던 까닭에 여러 명화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었다. 이탈리아의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넣고 소원을 빌면 그게 이뤄진다는 속설이 있듯이, 그때 나는 시스티나 성당을 다시 한 번 찾을 수 있기를 소원한 바 있다. 그렇지만 그게 쉬운 일만은 결코 아닌 듯 하다.

 

강두필의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여행〉은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함께 40일 동안 유럽의 미술관들을 둘러보며 그 작품들을 설명해 준 것으로서, 직접 유럽을 찾아가는 발걸음보다 미술을 통해 그 발자취를 다시금 더듬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더군다나 그때 깊이 있게 헤아려보지 못한 그림들도 하나씩 하나씩 세심하게 설명해 주고 있으니 내겐 참으로 유익한 책이지 싶다.

 

"이전의 다른 작품들은 유다를 예수님과 같은 테이블에 앉히지 않고 건너편이나 한쪽 구석에 따로 앉도록 표현했다. 그러나 레오나르도는 유다를 같은 테이블에 앉히되, 다른 인물들과 달리 얼굴에 그림자가 지게 표현했다. 또 유다가 손에 무언가 쥐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201쪽)

 

이는 강두필이 자신의 아들인 민석에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사실 그 그림을 여러 차례 보았지만 그 인물들이 누구인지, 가롯 유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 있는 것과 그가 무언가를 집어 들고 있는 것, 그리고 그 뒤편으로 칼이 있는 것도 보질 못했다.

 

그런데 그 인물들이 왼쪽에서부터 바르돌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안드레, 시몬 베드로, 유다, 요한, 예수,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 도마, 빌립, 마태, 다대오, 시몬 등이고, 유다가 들고 있는 것은 빵이나 돈이고, 그 뒤의 식칼 같은 것은 베드로의 칼이라는 설명은 처음 듣는 것이다. 아들을 위한 그의 해설 덕에 나 또한 제대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더욱이 바티칸의 하이라이트인 미켈란젤로의〈최후의 심판〉에 대한 설명은 정말로 뜻 깊게 다가 왔다. 천장에 그려 놓은 그 그림이 예수를 기준으로 상, 중, 하 세 부분으로 나뉜다는 첫 설명에서부터 예수의 고난을 나타내는 십자가, 가시관, 채찍, 책형기 등의 설명이 그렇고, 중간 부분의 순교자들과 성경 속 인물들에 대한 설명들도 의미심장했다.

 

"아빠, 사람들이 들고 있는 물건이 중요할 것 같아요! 혹시 그때 받았던 형벌을 상징하는 거예요?"(244쪽)

 

이는 아들 민석이 아빠에게 던진 질문이다. 물론 그 질문에 대해 아버지 강두필은 열심히 봤다며 맞장구를 쳐 준다. 그 질문을 기점으로 강두필은 아들을 데리고 다닌 보람을 만끽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때 강두필은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녀석이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뭔가 창의력을 얻는 순간이지 않나 싶었을 것 같다.

 

그 밖에도 영국의 내셔널갤러리에 있는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에 관한 배경 설명은 정말로 심혈을 기울인 듯 깊이가 있었고, 파리의 루브르에 있는 〈모나리자〉가 레오나르도 자신의 모습일 수 있다는 점과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관에 있는 〈고흐의 침실〉속 두 개의 베개와 의자와 액자가 실은 고흐의 마음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 등은 위트를 더해 주고 있었다.

 

문뜩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나도 세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잖아도 2년 뒤부터는 세 아이들 중 한 아이를 데리고서 해마다 함께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한 바가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미술 여행을 해도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와 떠나는 유럽 미술 여행 - 22곳의 미술관에서 보낸 40일

강두필 지음, 아트북스(2009)


태그:#유럽, #미술 여행, #최후의 심판, #모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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