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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인선선장은 조합원이 맞다는 부산지법 결정

 

지난 16일 파업 70일째를 맞는 부산울산의 예선노동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노동부가 예선 선장은 사용자라는 유권해석(관련기사 : 예인선 선장은 어떻게 하루아침에 사용자가 됐나)을 하면서, 파업사태가 벌어지고 회사는 선장들을 대거 징계한 상태에서 노조가 부산지법에 낸 '선장 조합원지위확인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부산지법은 제14민사부는 이 결정문에서 예선선장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이므로 노조 가입을 이유로 탈퇴를 종용하거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노동자들은 선원법이 아닌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매우 당연한 결정이지만 상황을 이렇게까지 악화시킨 당사자인 노동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정부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있던 사용자들은 당황스러울 것이다.

 

 

사법부에 의해 잇따라 철퇴맞는 정부지침

 

 

그런데 사실 이런 당황스러움은 처음이 아니다. 8월 6일 노동부가 항내만을 운항하는 예인선 선장을 사용자라고 규정한 유권해석을 한 다음날, 서울지법은 '보험사의 지점장도 노조원'이라는 판결을 했고, 국토해양부가 예선선원의 절반은 선원법적용, 절반은 근로기준법 적용이라는 기기묘묘한 지침을 내린 며칠 후 행정법원에서는 예선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

 

근로기준법의 예외적 적용대상을 규정한 선원법의 적용문제가 그렇게 복잡할 이유가 없다. 모든 임금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되 장기간 선상에서 일하는 선원의 경우 예외적으로 선원법을 적용하게 되어 있고 그중에서 '주로 항내만을 운항하는' 예인선 선원은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도록 명시되어 있음에도 이러저러한 편향적 짜맞추기로 선주들의 탐욕을 채워주려는 해석과 지침을 내놓았다가 사법부에 의해 다시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책임 떠넘기기에 고통받는 노동자들

 

 

문제는 이렇게 법에 명시된 것조차 억지해석으로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유권해석이 남발되고 악용되는 데 있다.

 

이번의 경우도 노동부는 예선 선원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는 맞지만 '선장은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라고 해석하고 국토해양부는 그 선원들조차도 일부는 선원법, 일부는 근기법 하는 식으로 부처간에도 손발이 맞지 않는 해석을 하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사태는 악화되고 당사자인 노동자들은 그만큼 이중삼중으로 고통받게 되는 것이다.

 

이쯤되면 자주성과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할 노조활동과 노사관계의 모든 부분을 일일이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할 지경이다. 노동부와 국토부의 담당공무원들조차 서로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혹여 송사 3년에 집안 망한다고, 노동조합을 말려죽이기 위한 방편으로 정부관계자들이 이런 수법을 써먹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부산지법 결정이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되기를

 

70일이 넘는 파업과 직장폐쇄로 노동자들과 회사는 지칠대로 지친 상태이다. 엉뚱한 유권해석으로 날벼락을 맞은 노조는 정부에 대한 분노를 품고 투쟁을 계속하고 있고 그것만 믿고 있던 회사는 이제 그동안의 손해는 고사하고 각종 민형사 소송에 휘말려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주무부처라는 노동부와 국토해양부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정부의 유권해석이 법적 구속력이 없고 법원 판결이 우선한다는 것은 당연한 법상식이고 정부 관계자들도 공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심지어 부산지방청 국정감사에서는 여당의원들조차 노동부의 무책임한 행태를 질책한 바 있다.

 

노동조합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화로 문제를 풀기 위한 다방면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회사에는 교섭재개를 요구할 것이고 노동부와 국토부에도 대화를 요청한 상태이다.

 

지금 풀지 못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어

 

이러한 노동조합의 노력조차 무위로 돌아간다면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발전할 것이다.

실제로 울산항에 파견되어 있는 타부두의 비조합원들은 세 달째 쉬지 않고 일하느라 피로도가 쌓인 상태에서 이번 판결을 보고 조합가입을 의뢰하고 있는 상태이고 이런 상황은 전국의 부두에 같은 양상으로 전파되고 있다.

 

지난 17일 울산항 매암부두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 뻔했다. 파업중이던 조합원 한 명이 새벽에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한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차량이 안벽 턱에 걸려 바다에 빠지지는 않았고 동료들이 바로 발견하여 참사를 막기는 했으나 이 정부가 법도 없고 원칙도 없이 노조죽이기에만 골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입니다.


태그:#예인선, #운수노조, #예선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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