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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대구교육청과 경북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경북교육청에서 진행되었다. 전날 분규를 겪고 있는 경남의 모 초등학교를 방문한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하 안의원)은 이번 감사에서 사학비리 혐의와 교사 부당 파면에 관한 질의를 준비하고 있던 영남공고(교장 허선윤, 이사장 강시준)를 일찍 찾아나섰다.

전국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인, 학교 매점을 통해 급식을 하면서 급식비 통장을 제출하지 않고 있어 횡령과 세금 포탈 의혹을 받고 있는 영남공고를 찾아 '매점이 얼마나 큰지, 환경은 어떤지'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학교에 도착한 안 의원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매점이 협소하여 수백 명이 점심과 저녁을 해결한다는 것을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환경도 그리 깨끗해 보이지는 않았다. 이것 저것 둘러보면서 물어보니 수상하게 여긴 학교 직원이 내려왔다.

"여기서 학생들이 급식을 먹냐?"고 물으니 "그런 일 없다"고 대답한다. 마침 지나가는 학생이 있어 똑같은 질문을 해보니 "여기서 밥 먹었는데요"하고 대답한다.

내려온 직원에게 누구냐고 확인해 보았더니 행정실장이란다. 행정실장이 국회의원에게 버젓이 거짓말을 한 것이다. 왜 거짓말을 하냐고 따지던 안 의원은 아침을 제대로 먹지 않아 시장한 김에 학생들이 시켜 먹는 라면을 한 그릇 시켜 먹고 자리를 일어났다.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라면' 먹은 사연

이걸우 교육감 직무대행(부교육감)을 상대로 하여 10시 대구교육청에 대한 국정 감사가 시작되었다.

안 의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가 라면이다. 영남공고에 가서 라면을 시켜 먹었는데 '면 따로, 국물 따로' 끓여서 라면을 (국수처럼) 국물에 말아주더라. 평생 처음 보는 방식이었는데 내 평생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라면을 영남공고에서 먹었다"면서 질의를 시작했다.

영남공고 학생들의 열악한 급식 상황을 보고 마음이 안 좋았던 안 의원은 "부교육감은 영남공고에 현장 방문을 간 적이 있느냐?"고 물으니 부교육감은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 "이걸 감사라고 할 수 있느냐?"면서 대구교육청의 부실 감사를 질타했다.

"매점에서 학생들 급식하는 것이 불법이냐?"는 질문에 답을 머뭇거리던 부교육감은 결국 실무자의 조언을 들은 후 "불법입니다"라면서 영남공고 매점급식의 불법을 인정했다.

안민석 의원실에 공개한 '대구교육청의 영남공고 감사 보고서'에 의하면, 영남공고는 학교 매점에서 계약도 하지 않은 채로, 급식 허가도 받지 않고 학생들에게 점심과 저녁 급식을 하면서 (학교 통장이 아닌) 매점 주인 또는 학부모 대표의 통장으로 급식비를 입금받았다.

학생들에게는 매점에서 저녁 급식을 하지 않으면 진학반 야간 수업 등에 참여할 수 없다는 내용의 가정 통신문을 보내 학생들에게 매점 급식을 강요하였다.

사립학교법과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특례 등의 현행법에 의하면, 학생이 급식과 관련하여 납부하는 모든 회계는 학교통장으로 입금하여 학교회계에 직접 산입하도록 되어 있다. 급식비를 매점 주인이나 학부모통장으로 입금하도록 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다.

횡령과 세금 포탈 밝히기 위해 반드시 통장 확인해야

교사들은 영남공고 학생들이 인근 학교에 비하여 턱없이 비싼 급식비를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 중요한 것은 몇 명의 학생이 급식을 하였고, 그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급식비 입금 통장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매점 주인과 학부모는 통장을 제출하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교육청은 계좌추적권이 없어서 확인할 수 없단다.

이에 대하여 안민석 의원실의 허남동 보좌관은 "급식 인원이나 급식비를 줄여 세금 포탈과 횡령의 혐의가 의심된다. 반드시 형사고발 또는 수사의뢰가 필요한데 대구교육청은 이를 하지 않아 봐주기라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를 직접 지적하면서 "(계좌추적권이 없어서 확인할 수 없다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영남공고를 수사기관에 형사 고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다그치자 부교육감은 "고발을 검토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이어서 재감사를 요구하니 이에 대해서 부교육감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곤란하다는 답변했다. 이제 영남공고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교육청 차원의 조치는 끝나고 형사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통해 사법기관으로 넘어갈 지가 최대 관심사다.

영남공고의 각종 비리 혐의와 비민주적 운영에 대하여 문제 제기를 해왔던 강태운 교사는 세 번째 파면 끝에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안의원은 보복성 파면 의혹을 받고 있는 강교사의 징계에 대해서도 서울교육청의 사례를 소개하며 원만한 해결을 위한 교육청의 정치적 역할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서 부교육감은 역시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을 했다. 강 교사의 복직 문제에 대해서 대구교육청이 어떤 역할을 할이지 주목된다.

시간이 없어서 모든 의혹을 밝히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던 안민석 의원실은 "질의 하지 못한 나머지 의혹들에 대해서는 서면 질의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안의원실이 공개한 영남공고의 불법과 비리 혐의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보충수업비도 학부모 통장에 입금 후 학교에 준다고?

보충수업비와 같은 수익자부담경비 역시 현행 법상 학교회계로 바로 산입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는 스쿨뱅킹을 통하여 학교 통장으로 입금하도록 되어 있는 것을 학부모 통장으로 입금하도록 공문을 조작하여 보충수업비를 학부모 통장으로 받았다.

이렇게 학부모대표 통장에 모인 돈을 매달 현금이나 수표로 찾아서 학교에 갖다주었다고 설명한다. 학교통장으로 바로 입금하면 될 것을 학부모 통장으로 입금했다가 그것을 찾아서 현금이나 수표로 학교로 갖다주는 이중 작업을 할 이유가 없다.

보충수업이나 특기적성교육에 참가하는 학생수와 비용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통장과 출석부 확인이 필수이다. 그런데 학교는 출석부는 폐기해서 없다고 하고, 통장은 학부모가 제출하지 않아서 내용을 알 수 없다고 한다. 대구교육청은 이 말을 그대로 감사 결과에 받아쓰면서 급식비와 마찬가지로 계좌추적권이 없기 때문에 밝히기가 힘들단다.

이것은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이다. 대구교육청의 영남공고에 대한 이번 감사는 전교조 대구지부가 이 학교의 각종 의혹에 대하여 교사들과 학부모 등의 확인을 거쳐 제기한 민원에서 시작되었다.

불법 수의계약으로 지적받고도 동일인과 다시 계약

영남공고는 종합 감사에서 2006년도, 2007년도에 송모씨와 매점 임대계약을 불법으로 수의계약을 하여 교장 허윤선 등이 지적을 받았음에도, 2008년도 동일인에게 수의계약하고, 2009년 5월 시교육청 감사반이 지적 사항 불이행 확인서를 작성하였음에도 6월에 송씨와 또다시 매점 임대 계약을 맺었다.

영남공고가 대구교육청을 비웃고 있는 것이다. 교육청으로부터 불법을 지적받고 재계약하고, 다시 감사에서 지적되고 재계약하고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특수관계가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교장이 이토록 고집스럽게 불법을 감수하면서까지 동일인과 재계약 고집하는 이유가 의아했는데, 이 매점 주인은 강시준 이사장의 10년 간병인(동거인으로 알려져 있음)의 조카였다.

이런 특수 관계 때문에 계속해서 불법 수의계약을 반복하였다는 의혹에 대해서 교장은 "이사장과의 특수 관계는 몰랐다"라고 발뺌하지만 누가 이를 믿을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특수관계에 의한 횡령/배임이 의심되어 수사 의뢰가 필요하다고 안의원실은 주장한다.

안 의원실은 또 다른 대구교육청의 명백한 잘못을 지적했다. 먼저 매점에서 저녁 급식을 한 것은 (점심이 아니라) 저녁이기 때문에 학교 급식법을 적용받지 않아서 허가도 받지 않고,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없다고 대구교육청은 밝혔다.

그러나 학교 교사들과 학생에 의하면 이는 명백히 오류이다. 이 학교는 1,2학년들은 교실에서 급식을 하지만 3학년들은 교실 급식을 실시하지 않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매점에서 사 먹고 있다. 이런 명백한 사실에 대해서 대구교육청은 저녁만 먹는다고 덮어주기 한 것이다.

또한, 학교 매점은 집단급식소가 아니라서 불법이 아니고 처벌 근거가 없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오류이다. 백보 양보하여 학교 매점이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식품위생법상의 음식휴게업소라고 하더라도 이 법에 의하면 밥, 김치, 육류 등에 대해서 반드시 원산지 표시를 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학교는 학교에서 제육덮밥, 김치, 라면 등을 팔면서 원산지 표시를 한 적이 없다. 명백하게 위법으로 형사처벌감으로 보이는데 대구교육청은 아무런 불법이 없다고 한다.

대법원 판례와 교육부 지침도 무시한 대구교육청

영남공고의 강태운 교사는 이 학교에서만 벌써 세 번째 파면을 당했는데(징계는 네 번째, 두 번의 파면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복직함) 두 번째 파면에 대해 교원소청심사위는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불법 징계이므로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이로써 곧바로 강교사는 학교에 복직해야 함에도 영남공고는 이사회가 복직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모 교부무장 등을 내세워 출근을 막았다. 이 기간에 학교 측에서는 교사들에게 강교사의 복직을 반대한다는 서명을 받았다.

그런데 대구교육청은감사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교원소청심사위의 결정에 대해서 법인이사회에서 인사 발령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근을 막은 것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대구교육청의 명백한 잘못이다.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에 의하여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은 이사회를 기속하도록 하여 이사회가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은 면직처분무효확인(대법94다30478)과 부당전보무효확인송(대법 2003다20725) 등의 판례에서 교원소청심사위의 결정은 사학법인의 별도 처분 없이 곧바로 효력이 발생함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교육부에서도 동덕여대 손모총장 미복직 사건에 대해 대학정책과-7809(2006.12.21) 등의 공문과 유권해석을 통하여, 서울시교육청도 동일학원 파면 취소 사건에 대하여 학교운영지원과-21919에서 이들 판례를 인용하며, "사학법인이 하여 곧바로 복직시키지 않을 경우 사립학교법 제20조의2에 의해서 임원취임 승인 취소하겠다."는 계고 공문을 내려보냈다. 즉, 영남공고가 이사회 미결정을 이유로 강교사의 복직 출근을 막은 것은 이사 승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구교육청이 영남공고가 강교사의 복직 출근을 막은 것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밝힌 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법에 의해서 당연히 복직하도록 되어 있는 강교사의 복직을 막은 학교와 교사들이 불법을 지절러 이들이 업무방해로 형사처벌과 징계를 받아야 할 일이다. 그런데 학교 측은 이들을 내세워 강교사의 복직 거부 서명을 받았다.

그런데, 이 서명마저도 일부 교사들은 내용도 잘 몰랐다고 하고, 일부 교사는 신분 불안 때문에, 강압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서명을 했다고 진술서를 통해 밝혔는데 대구교육청은 강압도 없었다고 밝히는 어처구니 없는 결정을 했다.(9월 11일자 기사 "영남공고에 미운털 박힌 교사 세 번째 '파면'" 참조) 실수이든 고의이든 대구교육청이 불법을 저지른 영남공고의 편을 든 꼴이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일은 강교사의 복직을 가로막으면서 복직거부 서명을 주도하던 교장, 교감, 부장 등이 이번 감사 결과 수많은 불법을 저질러서 징계를 받도록 통보받았다는 것이다.

영남공고 사학비리 혐의 검찰 수사로 가나, 국세청으로 가나?

대구교육청은 이번 감사를 통하여 허모 교장에게는 중징계(정직), 교감과 교사들에게는 경징계(견책) 또는 경고 처분을 내리도록 하였다. 동시에 매점을 이용한 부당이득 취득 혐의에 대해서는 관할 세무서에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저지른 잘못과 불법에 비하여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감사를 청구하였던 전교조 대구지부와 안민석 의원실은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제 영남공고의 사학비리 혐의는 국세청과 검찰 수사 둘 중 하나를 거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과연 대구교육청이 감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사학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의뢰와 내부 비판 교사의 보복 징계 혐의에 대한 검토" 결과 어떤 결정을 내놓고, 어떤 정치적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태그:#영남공고, #사학비리, #강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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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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