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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폭력단체 내부에서 기강을 바로잡는다는 명목하에 자행된 폭력은 법률상 처벌 가능한 '범죄단체 활동'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또 조직폭력배들이 의례적인 회식이나 경조사 모임 등을 개최하거나 참석하는 경우도 '범죄단체 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31), B(30)씨가 속한 폭력조직의 상부 조직원들은 2006년 10월 후배 조직원들이 조직원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 등 내분을 일으켜 하극상을 하는 행위에 대해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애들 교육을 똑바로 하라. 너희들이 후배들 좀 혼내줘라"라고 훈계ㆍ지시하며 야구방망이로 속칭 '줄빠따'를 때렸다.

이에 줄빠따를 맞은 조직원들은 또 후배 조직원들인 A씨와 B씨 등을 비상소집해 "요즘 기강이 해이해졌다. 교육을 좀 받아야겠다. 오늘 맞는 것에 대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라"며 '줄빠따'를 때린 뒤 "조직생활을 잘하라"라고 훈계하며 입단속을 지시했다.

검찰은 이들 조직원들이 경쟁상대 조직원들과 흉기를 갖고 싸움을 벌이고, 또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범죄단체간의 주도권 쟁탈 또는 이권장악 등을 위한 싸움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소집한 것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범죄단체구성ㆍ활동)을 위반했다며 기소했다.

아울러 '줄빠따' 부분도 '범죄조직의 유지ㆍ강화를 위한 활동'이라고 간주해 기소 대상에 포함시켰다.

1심인 청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오준근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항소심인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상준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각각 검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사건의 핵심은 '줄빠따' 부분으로 범죄단체의 활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재판부는 "상명하복에 의한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범죄단체 조직원들 사이에 위계질서를 해하는 하극상이 발생한 상황에서, 그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선배 조직원들이 집단적으로 후배 조직원들을 소집해 훈계하고 '줄빠따'를 때렸고, 후배 조직원들도 선배 조직원들의 행위에 적극적으로 응해 범죄단체 구성원들 사이에 결속을 다짐한 행위는 조직의 존속ㆍ유지를 위한 행위"라고 밝혔다.

또 "조직원의 결혼식에 후배 조직원들이 불참했다는 이유로 조직 차원의 집단적 폭행이 가해졌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자율성을 전제로 하는 사교적ㆍ의례적 행위로서의 한도를 넘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위 각 행위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의 구성원으로 활동한 것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21일 폭력조직 선배들로부터 기강을 바로잡는다는 명목 하에 폭행을 당한 폭력조직원 A씨와 B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범죄단체활동 조항에서 '활동' 부분은 다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면이 있어 헌법이 보장하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도록 국민의 입장에서 예측 가능성을 가질 수 있도록 헌법합치적인 해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심은 조직의 상위 구성원들로부터 위계질서를 잘 지키라는 지시를 받으면서 '줄빠따'를 맞고, 이런 사실에 대해 입단속을 잘하라는 지시를 받은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해 범죄단체의 활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는데, 피고인들의 행위는 조직 상위 구성원으로부터 소극적인 지시나 명령을 받고 폭행을 당한 것에 불과할 뿐 범죄단체의 존속ㆍ유지에 기여하기 위한 행위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다수의 구성원이 관여됐더라도 범죄단체 또는 집단의 존속ㆍ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적ㆍ집단적 의사결정에 의한 것이 아니거나, 범죄단체 또는 집단의 수괴나 간부 등 상위 구성원으로부터 모임에 참가하라는 지시나 명령을 소극적으로 받고 단순히 응하는데 그친 경우, 구성원 사이의 사적이고 의례적인 회식이나 경조사 모임 등을 개최하거나 참석하는 경우 등은 '범죄단체 활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다른 폭력조직과 실제 싸움을 벌이거나, 혹시 있을지 모르는 조직 간 대결에 대비해 비상연락망을 통해 조직원들을 불시에 소집하거나 이에 응한 다른 조직원 10명에게는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조폭, #범죄단체, #줄빠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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