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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 아래부터 '교과부')가 9월 3일에 낸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로 교실수업 중심의 학교문화를 조성한다'는 보도자료를 보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대체 교과부에서 생각하고 있는 '교사 수업전문성'이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교과부의 학원에 대한 환상과 짝사랑?

 

'교사 수업전문성제고 방안'에 대한 교과부 보도자료를 보면서 교과부가 생각하는 교사의 수업전문성 모델을 '유명학원의 스타강사 수업'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과부가 모델로 삼고 싶을 만한 학원 강사의 수업 역시 우리나라 대다수 학원강사의 수업이 아닌 특정 지역 특정학원 중심의 억대연봉을 받는 특정 강사들 얘기라는 것에 문제가 아주 심각합니다.

 

이런 심증은 그동안 교과부 주변에서 쏟아낸 말과 여러 정책들을 종합해 볼 때, 그동안 교과부 장관이 이런저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늘 '학교가 학원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거나 '교사들이 학원 강사보다 실력이 못하다'는 말을 자주 해 왔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 교과부 장관과 교과부는 학원에 대해 매우 큰 환상을 갖고 있고 짝사랑에 깊이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미 '이런 교사들 사라질 수만 있다면 저도 교원평가 찬성하겠습니다' 하는 글을 통해 우리나라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과부 장관을 비롯한 교과부가 학원교육과 학교교육을 헷갈리고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만, 과연 설립목적과 교육목표가 다른 학교교육이 과연 학원을 '따라가고' 교사가 학원 강사의 '실력'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맞을까요?

 

학교는 절대로 학원을 따라가서도 안되고, 학교 교사는 절대로 학원 교사가 되면 안됩니다. 교육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학원 강사의 수업과 학교 교사의 수업은 다를 수밖에 없고 달라야 합니다. 그런데도 교과부 장관과 교과부는 늘 학교를 학원과 견주면서 학교 교육이 문제가 많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교과부 장관과 교과부는 하루빨리 학원에 대한 환상과 짝사랑을 버리고 학교가 학원을 따라가야 한다거나 교사가 학원강사처럼 되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교과부가 계속 공교육 문제 해결책을 쏟아내면서 헛발질만 할 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까닭은 공교육의 목표를 망각한 데 있다고 저는 봅니다. 혹시 우리나라 초중등교육 목표를 '대학입학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일류대학 들어가기'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학교교육은 그 목적에 맞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사람들마다 공교육의 문제를 말하는데, 제가 보기에 현재 공교육 문제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현재 초중등교육 목적과 대다수 사람들이 바라는 실제 목적이 다르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초중등교육 목적은, '홍익 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게 함'

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다수 사람들이 바라는 실제 교육목적은, '홍익 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지 않아도 좋으니 좋은 대학 가기' 입니다. 아닌가요?

 

학교 교육은 학교교육 목적에 맞게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학교교육 목적에 맞게 운영하면 실제 대다수 사람들이 바라는 목적을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학교교육 목적과 실제 바라는 교육목적의 괴리가 사교육을 시장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교과부가 진정으로 우리나라 공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학교교육이 학원처럼 따라가야 한다거나 교사더러 학원교사와 같은 수업 전문성을 갖추라고 말하면 안되고, 초중등교육 목표가 우리 사회에 실현될 수 없을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부터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교사 수업전문성 제고 방안뿐만 아니라, 그 어떤 정책도 모두 헛일이 될 수 밖에 없고, 헛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정책으로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오게 됩니다. 이번에 발표한 '교사 수업전문성 제고방안' 역시 28년 경력 현장교사의 눈으로 볼 때는 업무경감 대책같은 아주 일부 대책 외에는 실효성이 극히 적을 뿐더러, 오히려 실행 이후 나타나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니까요.

 

수업 시간을 온전하게 확보해 줘야 합니다

 

현장 교사가 생각하는 '교사 수업전문성 제고방안'에서 가장 중심에 서야 하고 가장 먼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주고,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아이들은 수업 중에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와 바람을 타고 온 냄새만으로도 수업집중이 안됩니다. 수업 중에 급한 공문을 처리하는 일도 숱하게 보는 일이지만, 수업 중에 공사를 한다거나, 업무 일로 수업 중에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메신저 팦업창, 그리고 한참 수업하는 중에 보내는 회람용지도 수업을 방해합니다. 수업 시작종이 울렸는데도 관리자가 교사를 교실로 보내주지 않는다는가, 수업 시간에 교사를 불러내는 일도 학교 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입니다.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쉬는 시간, 점심시간이 모두 수업의 연장선이므로, 최소한 아침에 출근해서부터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는 오직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 줘야 합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 학교에서는 그동안 너무도 당연하게 하지 않았던 일, 학교에서는 그 어떤 일보다 수업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고, 수업 시간을 온전히 확보해 주는 대책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토론회는 극비사항?

 

마지막으로, 이번에 교과부가 발표한 자료는 분명 '토론회 시안'입니다. 보도자료 '향후 추진일정'을 보면 '권역별 정책 토론회'를 9월 3일부터 15일까지 '수도권,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으로 구분하여 실시'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국가교육 대책 방안을 마련하는데 '시안'을 발표한 뒤, 이에 대한 의견 수렴 기간이 휴일 빼고 겨우 9일뿐이라는 것도 참으로 기가막힌 일이지만, 더 기가막힌 일은 토론회 일정 마지막 날까지 딱 일주일이 남은 9월 8일 오늘 현재까지도 교과부는 물론 그 어떤 홈페이지에서도 이와 관련한 '토론회 공고'를 볼 수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저처럼 관심이 아주 많은 사람도 찾기 힘든데 대다수 교육 수요자들은 어떻게 이 내용을 알고 의견을 얘기할 수 있을까요?

 

대체 토론회를 언제 어디에서 어떤 사람들을 모아놓고 어떤 방법으로 한다는 것인가요? 이것도 현재 진행하고 있는 '미래형교육과정'처럼 아무도 모르게, 이 대책 방안에 찬성하는 몇몇 사람들만 모여서 비밀로 할 생각인가요?

덧붙이는 글 | 교과부가 9월 2일자로 발표한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 방안(시안)' 내용을 보고, 28년 경력 현장교사가 한 생각을 다섯번에 나누어서 쓰고 있습니다. 이글은 다섯번째 마지막 글입니다.


태그:#교사수업전문성제고방안, #수업전문성, #학교교육목적, #초중등교육, #교육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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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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