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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2005년 인구 및 주택 총조사 결과,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는 206만여 가구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가구의 13%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국의 1%, 영국의 2.4%, 일본의 4.4%에 비하면 '매우 열악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저소득 임차가구의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은 26.1%에 이른다. 전체가구 평균인 13%보다 두 배나 높다. 게다가 저소득 임차가구의 임대료 부담률(자기소득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40~52%로 전체 임차가구 평균인 16.7%보다 세배 가량 높은 수치다.

물론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수가 5년 단위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2000년 334만여 가구였던 것이 2005년에는 206만여 가구로 128만여 가구나 줄었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라는 경제력에 비하면 여전히 열악한 수준이다. 

주택법 '우선지원' 임의규정, '해야 한다'로 의무화해

 김성순 민주당 의원
주택법에는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우선지원 조항이 있다. 제5조의 3에 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되는 가구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거나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는 등 혜택을 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우선 지원' 조항은 임의규정이다. 그래서 정부의 주거복지정책에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가 반영되는 경우가 적다. 그런 점에서 '우선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김성순(민주당)·이재선(자유선진당)·조승수(진보신당) 의원 등이 발의한 '주택법 일부개정안'은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에 임대주택 공급과 주거환경 개선 등을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의무화했다.

즉 ▲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에는 우선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거나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고 ▲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가 밀집한 지역에는 우선적으로 주거환경정비사업을 시행하도록 한 것.

이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성순 의원은 "우리나라의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은 선진국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를 적극적으로 해소해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영위하도록 지원해야 마땅함에도 뚜렷한 지원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방치해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저소득층 임차가구의 주거상황을 계속 방치할 경우 경제위기와 맞물려 더욱 열악해지고 주거빈곤과 주거양극화도 심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주거복지를 실질적으로 향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김 의원은 "현행 주택법은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우선지원을 규정하고 있지만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임의규정으로 되어 있고 주거복지정책에도 반영되지 않는 등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가 지표관리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개정법률안은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지원관련조항을 강행규정으로 바꾸고 적극적인 지원시책을 마련하도록 했다"며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를 해소하고 서민의 주거복지를 실질적으로 향상하도록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주택바우처에 5000억 들여야 하는데 고작 60억원 예산신청

최저거주기준이란?
'최저주거기준'은 2003년 7월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법제화된 개념이다. 이 기준에는 최소 주거면적과 용도별 방의 개수, 부엌 등 필수시설 등이 포함돼 있다. 부부와 자녀 1명인 3인가족의 경우 최소 29㎡(8.8평)에 방 2개가 필요하다. 또 전용 입식부엌과 수세식 화장실, 목욕시설 등도 필요하고, 소음·악취 등도 심하지 않아아 한다.

이런 주거기준을 넘어서야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준에도 미달한 가구가 206만여 가구에 이른다(2005년도). 하지만 이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를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이 현행 주택법에는 없는 실정이다.
특히 개정법률안에 따라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저소득 임차가구에 주택바우처(임대료 보조금 지급제도)를 제공할 경우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총 2조 4994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김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소요비용 추계를 의뢰한 결과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추정에 따르면,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중 주택바우처 지급 대상가구는 총 49만3000가구이고, 이들에게 소요되는 재정은 매년 4800억원∼5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주거빈곤과 주거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택바우처 예산으로 연간 1조원 정도를 투입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10년 주택바우처제도 시범사업에 60억 원만 신청한 상태다.

이에 김 의원은 "이는 아주 제한적인 500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4대강 사업에는 내년에만 8조 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하면서도 주택바우처제도 시범사업은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말로만 서민정책을 외치지 말고 주택바우처제도를 조기에 도입하고 적정예산을 편성해 고통받는 저소득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태그:#주택법, #김성순, #주택바우처,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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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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