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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신학의 어제와 오늘을 논하다

민중신학은 외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신학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에서 신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기독교가 전파된 지 200년을 넘은 한국신학에서 전해 들은 기독교가 아니라 자기화 된 기독교가 뭐냐고 물어볼 때 그에 대답하려다 찾게 된 신학이 민중신학이기도 하다.

민중신학이 태동한 1960~80년대 한국의 기독교신학과 한국 민중이 만나는 접점은, 예수가 이스라엘 민족을 만났던 시절과 닮았다. 그런데 작금의 보수적인 한국 주류 교단들은 어떤가? 한국 교회는 한국의 현실 사회를 등한시하고, 민중을 떠나서 제국과 자본의 굴레를 썼다. 민중의 현실을 외면하는 기독교, 종교 권력화로 정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개독교'라는 명패를 달게 된 종교. 이에 반해 민중신학은 단지 신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삶을 이 시대에 가장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그 발단에는 1세대 민중신학자들이 있었다.

죽재 서남동 목사는 심원 안병무 교수 등과 더불어 민중신학을 처음 제창한 민중신학 1세대이다. 그의 살아온 여정을 돌아보면 한국 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교수 해직과 시국선언, 3 ․ 1 민주구국선언(일명 명동사건), 긴급조치9호 위반으로 징역 생활, 교수 자격 정지 등 그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단층을 그대로 보여 준다.

서남동 목사가 뿌린 씨앗이 현재는 한국민중신학회로 이어졌다. 그 길에는 민중신학 2세대, 3세대들이 지평을 넓혀 가고 있다. 민중이 사라져 버린 시대, 민중이라는 말조차 구시대 유물로 치부되는 시대에 '민중신학'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2, 3세대 젊은 민중신학자들의 글에서 한국 교회, 한국 사회에 대한 신학적 성찰과 대안을 다양한 목소리로 읽을 수 있다.

특별히 이 책은 지난 7월 19일로 서거 25주기를 맞은 죽재 서남동 목사를 추모하며 후학들이 올리는 기념 논문집으로 엮었다. 이재정(전 통일부장관, 성공회대학교 교수), 조영숙(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장), 김용복(한국생명학연구원 원장), 서광선(이화여자대학교 명예 교수) 등 각계에서 활동하는 제자들이 스승 서남동 목사를  그리는 글을 엮었다.

서남동 목사에 대한 추억을 담은 애틋한 이야기들과 서남동 민중신학을 돌아보는 논문, 서남동 민중신학의 지평을 오늘의 현안인 여성신학  ․ 환경운동 ․ 통일신학 등으로 넓혀서 바라본 글들을 모았다. 함석헌 선생의 씨알사상과 서남동, 오늘날의 민중교회운동 등 민중신학의 현주소를 다양한 접점에서 보여 준다. 또한 해외 신학자들이 본 서남동 목사, 한국 민중신학에 대한 글도 실었다.

1부 <서남동과 민중신학>에서는 서남동의 한(恨)의 민중신학, 두 이야기 합류로서 서남동의 민중신학, 서남동의 생태학적 윤리에 대한 고찰, 서남동과 여성신학 등 서남동 목사의 민중신학을 재조망하는 글들을 실었다. 이재정 교수는 "서남동과 통일신학"이라는 글에서 서남동 목사에게 가장 적절한 이름으로 '소통의 달인'이라고 한다. 서남동 목사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통합하여 새로운 관점과 삶의 길을 열어주었다고 한다.

이재정 교수는 이 글에서 "서남동은 민중이었다"고 말하며 김재준-함석헌으로 이어지는 선각자들의 역사 이해를 신학적 개념으로 수용하고, 문익환-문동환-안병무-현영학 등의 신학적 담론을 자신의 신앙과 신념으로 "합류"시켜 나갔다고 한다. 그리하여 1970년대 민주화운동의 한가운데에서 현장의 신학을 만들었다고 한다. 민중의 역사 창조가, 메시아의 창조 메시아의 역사 구원과 같다고 하며, 이 시대에 다시 서남동의 민중신학의 필요함을, 민중의 부활이 필요함을 말한다.

서광선 교수는 "서남동과 5 ․ 18, 그리고 6월의 촛불"이라는 글에서 민중의 부활을 이야기한다. 서남동 목사의 신학을 "방외인의 신학"이라고 부르며, 낮은 자들의 신학, 버림받은 자들의 신학이 바로 서남동의 민중신학이라고 말한다. 민중 생명의 신학, 그 신학이 부활함을 6월의 촛불에서 재확인하는 것이다.

2부 <다시 민중신학을 말하다>에서는 오늘날의 민중신학을 이야기한다. 김경재 교수는 "씨알, 민중, 그리고 시민운동체의 영성"이라는 글에서 MB정권의 4반정책기조, 곧 반민주, 반생명, 반민중, 반평화 정책기조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1960~1980년대에 한국 사회의 민주화운동 ․ 인권운동 ․ 평화통일 운동을 견인해 가던 씨알사상과 민중신학의 통찰력을 주목해야 한다며, 역사 변혁 주체로서 민주시민의 제3의 눈을 점안하여 민중의 집단지성으로 아름다운 인간 공동체를 이루어 갈 것을 이야기한다.

3부 <해외 신학자가 본 민중신학>에서 세계의 석학으로 칭송받는 위르겐 몰트만 교수와, 그 외 해외 신학자들의 글을 실었다. '희망의 신학자' 몰트만 교수은 한국 민중신학자들과의 오랜 인연을 맺었다. 몰트만 교수는 1975년 서남동 당시 한국신학교 교수의 초청으로 방한해 안병무, 문익환 목사 등과 교류하며 독재 정권하의 신학자들에게 '희망의 신학'이라는 자신의 신학을 알려 큰 영향을 줬다. 2009년, 생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한국 방문을 기념하여 강연회를 열었다. "그의 이름은 정의입니다"는 민중신학회에 올리는 헌사와 같은 글이다.

글쓴이들

권진관 / 성공회대학교 교수, 조직신학
김경남 /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원장
김경재 / 한신대학교 명예교수
김균진 / 전 연세대학교 교수, 조직신학
김용복 / 한국생명학연구원 원장
류장현 / 한신대학교 교수, 조직신학
서광선 /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신대균 / (주)바이오컨 대표이사
유종일 /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재정 / 성공회대학교 교수, 전 통일부장관
임태수 / 호서대학교 명예교수
정상시 / 안민교회 목사
조영숙 /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장
최만자 / 전 한국여성신학회 회장
웨슬리 아리아라자 / 미국 드류신학대학교 교수
위르겐 몰트만 / 독일 튀빙엔대학교 명예교수
폴커 퀴스터 / 네덜란드 캄펜신학대학교 교수

차례

이 책을 내며
연보와 화보

1부 서남동과 민중신학

서남동의 한恨 담론에 관하여 - 김용복
서남동과 통일신학 - 이재정
서남동의 생태학적 윤리에 대한 소고 - 김경재
민중신학의 신학사적 위치와 의의 - 김균진
서남동의 민중신학과 여성신학 - 최만자
제3세계의 민중신학 - 김경남
서남동과 5 ․ 18 그리고 6월의 촛불 - 서광선
내 환경활동의 근원은 서남동 - 신대균

2부 다시 민중신학을 말하다

고난과 희망 사이에서 - 민중의 신학 - 권진관
죽재 서남동의 교회론과 민중선교 - 류장현
두 이야기 합류로서의 민중교회운동의 새 전망 - 정상시
민중교회에 대한 신학적 평가와 과제 - 류장현
제2종교개혁을 지향하는 민중신학 - 임태수
씨알, 민중 그리고 시민운동체의 영성 - 김경재
한국사회의 여성인식과 성 구매 - 조영숙
한국경제의 진로 - 유종일

3부 해외 신학자가 본 민중신학

그의 이름은 정의입니다 - 위르겐 몰트만
서남동의 신학 : 두 전통의 합류 - 폴커 퀴스터
아시아신학 작업의 미래 : 새로운 도전 맞서기 - 웨슬리 아리아라자

부록 1 죽재서남동기념사업회 창립총회 선언문
부록 2 달릿과 미얀마의 민중 이야기

참고문헌
주석

이 책을 내며

한국 민중의 한 맺힌 절규를 신학화해 봅니다
죽재 서남동 목사님이 한국 민중과 신학 하는 믿음의 동지들 곁을 떠나신 지 25년, 4반세기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1970년대의 한국 민중의 한 맺힌 신음 소리―노동운동가 전태일이 개발 독재에 항거하여 분신하며 울부짖은 고함 소리―에 응답한 선지자 신학자 서남동 교수의 민중신학이 태동한 지 36년이란 파란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1998년 아시아와 한국의 금융 파동으로 한국 민중은 다시 궁핍해졌고, 이후 10년 동안 한숨 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적 신자유주의 경제공황으로 민중의 신음소리는 온 하늘과 온 땅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외치는 교회도,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돌본다고 철석같이 약속하고 대권을 장악한 정부도, 한국 민중의 고통과 분노와 안타까움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민중신학은 1970년대에나 힘이 있던 기독교 일부 신학자들의 몸부림이었습니다. 오늘의 세계화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시대에 그 소리는 모기 소리에 불과했고 소외되고 멸시되어 왔습니다.
2009년 5월, 한국의 민중은 민중의 대통령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을 가슴속 깊이 애도했습니다. 한국 민중의 눈물과 통곡 속에서 자신들의 정치적․경제적 죽음을 아파하고 슬퍼하고 분노하는 아우성이 있었습니다.
선생님, 죽재 서남동 목사님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선생님의 뒤를 이어가려는 후학들이 모여서 1년 동안 공부한 글들을 여기에 내어 놓습니다. 민중의 현장에서, 신학을 가르치는 강의실에서, 교회에서, 복지시설에서 서 목사님의 삶과 말씀과 행동과 실천들을 기리며 쓴 글들입니다. 살아 있는 저희들은 1970년대의 전태일의 분신과 2000년대의 노무현의 투신 사이에서 한국 민중의 한 맺힌 절규를 신학화해 봅니다.
1984년 무더운 여름, 이 세상과 하직하신 목사님을 그리며, 부끄러운 제자들이 25년 만에 이 책을 내어 놓습니다. 목사님이 바라보시며 말씀하시던 민중의 역사, 민중이 인간 대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하나님 나라, 2000년 전 척박한 땅 유대 나라에서 로마제국의 학정 아래 신음하는 민중들에게 전한 하나님 나라의 복음. 그 복음을 행동과 실천으로 전파하려는 것이 이 작은 책을 세상에 내어 놓는 제자들의 고백이며 다짐입니다.

- 서광선,  서문 중에서


태그:#서남동, #민중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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