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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15일. 캐나다로 가는 비행기 안에 몸을 실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의 캐나다 빅토리아에 있는 대학, UVIC(University of victoria)에서 경영학 과정을 수료하기 위해 캐나다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설렘, 두려움의 반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캐나다 빅토리아(Victoria)는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가 동계올림픽을 치를 곳으로 더욱 유명한 벤쿠버(Vancouver)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섬이다. 이곳은 관광 명소로도, 노후를 위한 장소로도 유명해 집값과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늘 관광객들이 붐비는 도시이다.

벤쿠버에 착륙해서 경비행기로 갈아타고 바다 위를 날아 도착한 섬, 빅토리아. 한국에서는 푹푹찌는 여름이었음에도 빅토리아는 말 그대로 지상낙원. 특유의 습도없이 건조한 날씨와 선선한 바람, 높디 높은 푸른 하늘까지 어우러져 왜 그렇게 이곳이 관광 명소로 유명한 가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주 의사당 앞에서 열리는 150주년 기념식을 함께 축하하기위해 모여든 캐나다주민들의 즐거운 모습.
▲ BC150주년 축제 주 의사당 앞에서 열리는 150주년 기념식을 함께 축하하기위해 모여든 캐나다주민들의 즐거운 모습.
ⓒ 최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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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빅토리아에 도착하고 몇일 지나지 않아 BC 15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가 며칠 동안 이어졌고, 시내에 자리하고 있는 이너하버(Inner harbour)와 그 앞에 위치한 주 의사당에서는 온갖 다양한 이벤트, 기념식들이 펼쳐졌다.

콘서트, 클래식 음악회 등 풍부한 먹을거리, 들을거리, 볼거리의 종합 선물세트를 맘껏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아직 캐나다에 발을 딛게 된지 며칠 되지 않았던 때라, 내 바로 옆으로 북적이며 지나가든 많은 금발의 서양인들은 내게 적잖은 흥분과 설렘을 안겨주었다.

밤이 깊어 질수록 축제는 더욱 더 흥겨워 졌고, 셀수없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캐나다시민들이 모두 이곳으로 온 것은 아닌가, 착각이 될 정도로 그들의 참여율은 박수받을 만 하였다. 우리나라처럼 성대한 무언가가 준비되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술에 몸을 맡기거나, 술에 취해 인사불성인 사람 또한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가족들과 손에 손잡고, 연인과 팔짱끼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고 이야기하며, 그들만의 작지만 웅대하고, 소박하지만 화려한 축제가 펼쳐지고 있었다.

관광명소답게 쾌적한 날씨를 유지하는 빅토리아. 공원에서 한 가족이 여유로운 오후를 즐기고 있다.
▲ 비컨힐 파크 관광명소답게 쾌적한 날씨를 유지하는 빅토리아. 공원에서 한 가족이 여유로운 오후를 즐기고 있다.
ⓒ 최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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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캐나다라는 곳에 교환학생으로 1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을 보내면서 느낀 것 중에 가장 큰 하나는, 그들은 그들의 삶을 즐기며 언제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몸담고 생활했었던 빅토리아라는 곳은 연령대 분포에서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노년층의 분포가 높고, 오래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문화적인 풍토를 닮아있어 그러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들은 확실히 우리 민족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직업, 일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한다. 또한 일을 마치고 돌아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요리하고, 온통 사랑의 이야기로 속삭이며 주말의 가족 나들이 계획을 세우곤 한다. 내가 지냈었던 케나다인 홈스테이 식구들도 항상 그러한 행복한 가정의 모습들을 나에게 보여주며, 내게 결혼에 대한 이상향을 심어 주었다.

위의 사진처럼, 평일이든, 주말이든 곳곳에 위치한 공원이나, 산책로 등등에는 함께 소풍을 나온 가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삶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고, 아직 한국에서 삶의 빡빡한 일정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여유를 나눠주고 싶었다.

결국에 행복해지기 위해서 우리가 그토록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라면, 한번쯤은 여유 속에서 행복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국에 돌아온지 어느덧 두 달이 조금 넘어서고 있는 요즘. 캐나다에서 생활하며 추억하기 위해 찍어둔 사진을 볼 때면 그 곳의 여유로움 속에 빠져버리고 만다. 한국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에는 무엇에 그렇게 쫓기며 살아가는지, 무표정한 한국 사람들의 모습에 다소 안쓰럽고, 속상하기도 했었다. 짧다면 짧다고 말할 수있는 1년이 안 되는 그 시간 동안, 나는 경영학, 영어 그 이상의 것을 느끼고 왔다. 그리고 난 그 느낌을 하루 빨리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태그:#교환학생, #캐나다, #빅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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