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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국회 개회를 늦출 수가 없다. 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한다."

 

8일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6월 국회를 거부하고 있는 민주당을 강력히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조 대변인은 성명에서 "민주당이 시민단체인지 투쟁일변도의 군소정당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은 쇄신으로 진통을 겪고 있어도, 국회를 열어 산적한 민생현안을 처리하는 일을 절대 소홀히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내홍'을 겪으면서도 "할 일은 하고 있다"는 강변인 셈이다.

 

조 대변인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원내대표단도 연일 민주당에 6월 국회 개원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주 "8일부터 국회를 열자"고 제안한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에도 "국회 개회에 조건이 있을 수 없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도 빼놓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계속 6월 국회 개회를 거부할 경우 당장 9일부터 여당 단독으로라도 상임위원회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임위를 통해 급한대로 비정규직법 개정안이나 금산분리법과 같은 현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이강래 "국회 개원 요구, 해괴하게 언론에서만 떠돌아"

 

하지만 한나라당의 주장에 민주당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6월 국회를 열자면서도 야당에 전화 한 통 없었다는 것이다. 단지 기자들을 만나 '8일 국회 개회'나 '상임위 개최'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비열한 언론플레이"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참으로 해괴하게 언론에서만 9일부터 '상임위를 열자, 3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6자회동을 하자'는 제안이 떠돌고 있다"면서 "나는 정식으로 한나라당 원내대표로부터 상임위를 열자는 제안 받은 바 없고, 6자회동 하자는 제안 요청도 누구로부터 받아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또 "수석부대표나 원내대변인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장세환 원내기획부대표도 "한나라당이 진성성 없는 언론플레이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부대표는 "한나라당은 진짜 6월 국회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다"면서 "진정성이 있다면 민주당에 왜 공식 제안을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또 "한나라당이 당 내분으로 시끄러우니까 국민을 호도하기 위해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책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다른 의원 역시 "국회를 열자고 하면서도 민주당 원내대표나 수석부대표에게 국회 개회를 제안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면서 "국민의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언론에만 대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언론에만 일방적 주장을 흘리는 방식으로 6월 국회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주 3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참석하는 6인 회담을 제의했는데 거부의사를 표시했고, 오늘 다시 6인 회담을 제의했다"고 말했다. 또 "원내수석부대표간, 원내대표간 물밑대화는 계속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장외 투쟁' 의지 높은 민주당 "84명 국회 가서 뭘 할 수 있겠나" 

 

하지만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내분 호도용' 6월 국회 개원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분명하다. 민주당의 5대 요구안(이명박 대통령 사과, 김경한 법무장관 파면, 검찰 수사팀 처벌, 박연차 특검, 노무현 수사 국정조사)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가 없는 이상 장내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노무현 서거 정국'으로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숫적으로 불리한 국회 내에서 싸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결전 의지'도 매우 높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5대 요구안에) 책임있는 결정을 하고, 청와대와 공유해서 민주당에 답을 가져와야 우리도 책임 있는 입장으로 보고 협의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민주당 원내대표단 소속 한 초선의원은 "지금은 장내로 들어가는게 오히려 장외에서 싸우는 것보다 깨지는게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지지자들이 결집해 있는데, 장내에 들어간다면 오히려 민주당에 마이너스가 된다"고 덧붙였다.

 

장세환 부대표도 "지금 국민은 야당이 강하게 싸워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국민의 그런 뜻을 따라주지 못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 '온건파'로 통하는 한 초선의원 역시 "84석밖에 안 되는 우리가 지금 국회 들어가서 뭘 할 수 있겠느냐"며 "국회의원은 죽어도 국회에서 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나도 지금 국회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분간 정부 여당이 '5대 요구안'을 수용할 뜻이 없다고 보고 장외투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월 항쟁 22돌을 맞는 10일에는 서울시청 광장에서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 밖에 박연차-천신일 특검, 국회 검찰개혁특위 구성 등을 위해 자유선진당, 친박연대와도 손을 잡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이강래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에 검찰개혁특위 구성을 제안했는데, 다른 야당도 동조하고 있다"면서 "국회가 열리면 검찰개혁특위가 꼭 구성되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태그:#민주당, #장외 투쟁, #한나라당, #6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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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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