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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좀 도와줘>

 

어처구니 없는 제목이었다. 분명 바쁜 시간을 쪼개어 서점을 거닐다 이 제목을 보았다면

'뭐 이런 제목이 다 있냐'라면서 절대로 들어보지도 않았을 책이다.

 

제목만 그러한가? 표지도 한번 찾아보자. 표지 감각 역시 압도적으로 별로다. 화려한 책들에 비해 너무나 사고 싶지 않은, 중고서점 구석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책.

 

하지만 지금 '노무현 고백에세이'라는 제목만으로 나의 마음을 끌었고, 단숨에 읽게 만들었다. 아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모르는 책으로 남지 않았을까. 책을 5페이지 정도 읽고, '한 사람에 대해 늦게 알게 된 것을 후회하며 읽고 있다'라는 말을 표지에 적었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분명 중요한 것은 그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난 그러지 못했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그러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리뷰에서는 몇 가지 단초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출간 부수

 

나의 경우에는 책을 보게 되면 누가 썼는지와 앞이나 뒤에서 출간일, 출간 판수를 꼭 찾아보게 된다. 이 책의 출간일은 언제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밑의 '저작권자 1994년 노무현'이라는 글에서 이 책이 적어도 91년~94년에 나왔음을 알게 되었다.

 

1판 16쇄 / 2005년 5월 10일

 

2005년이 되어서야 16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이야기일까.

 

동기

 

94년의 그는 어떤 심정으로 글을 썼을까. 유명세를 타고 싶어서?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자신이 살아 있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어서? 이 모든 것이 포함되었다. 그렇기에 그는 보통 사람이다. 보통 사람이 가지는 고민과 보통 사람이 가지는 욕망으로 살았으며, 보통 사람 이상의 용기와 결단으로 살아왔음을 알게 된다.

 

"아내는 나를 보고 웃는다. 정치를 그만 두고 변호사를 하면 될 일을 왜 사서 고생하느냐는 것이다.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나에게는 그만한 대가를 치를 만한 가치가 있는 이상과 포부가 있다."

 

글을 쓴 진짜 동기는?

 

"오래 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다. 청문회 직후에는 권하는 사람이 많았다. 처음에는 우쭐하기도 하고 자랑도 하고 싶었다. 그 다음에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즈음 들어서는 책을 팔면 돈을 좀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에 솔깃하며 이 글을 쓴다."

 

좀 더 솔직하게 나아간다.

 

"그래도 쓰는 김에 하고 싶은 말을 좀 하고 싶은데 그런 딱딱한 이야기는 독자들이 읽어 주지 않는단다. 출판사의 주문이 까다롭다. 이건 빼라, 이건 이야기를 넣어라. 어쨌든 팔리기나 좀 팔렸으면...그러나 팔리면 얼마나 팔리고 돈이 되면 얼마나 되겠는가. 욕심을 좀 더 부려보자. '독자 여러분 저 좀 도와주세요. 정말 정치다운 정치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제 후원회 전화는 ~~~ 이고요. 주소는~~~ 노무현 후원회 입니다.'"

 

눈물이 났다. 책을 쓸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리라는 걸 알았을까?

정말 돈 없이 정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치자금

 

저렇게 애절하던 그가 어떻게 돈을 마련할 수 있었을까? 의외로 그는 돈을 받은 행위는 '위법'한 행위였으며,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94년 일이긴 하지만 153p에서부터는 정치인에게 실제 필요한 활동비와 관리비 등에 대해 털어놓았다. 솔직한 건 솔직한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 때에야 선거법이 달라졌으니 그 전에 쓰고 받았던 것에 대해 정죄를 할 수 있을까?

 

"나의 경우는 800여명의 후원 회원이 매월 2~300만원을 보내 준다. 그 중에는 매월 꼬박꼬박 보내 주는 사람들도 있고 몇 달에 한 번, 일년에 한 번 보내 주는 사람도 있다. 언뜻 보면 너무 적은 것 같으나 신문값, 전기료 고지서를 받아도 한 달이 너무 빨리 돌아오는 것 같아  짜증스러운데, 한 번 만난 일도 없는 사람에게 대가 없는 돈을 매달 보낸다는 것은 여간 성의가  아니고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이것도 위법이다. 정치 자금법은 후원 회원의 수를 300명 이내로 제한해 놓고 있으니 나는 회원 숫자를 초과한 셈이다. 법을 왜 그렇게 만들어 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 결국 돈은 턱없이 모자란다. 모자라는 돈은 어떻게 조달하는가. 친지와 선후배들의 몫이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고 만나자 해서 손을 벌린다.

 

아침 일찍 집으로 전화를 하는 게 통화의 확률도 높고 좋은데, 아침부터 기분을 잡치게 하는 것 아닌가 싶어 또 망설여진다. 수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할 때의 심정은 참으로 참담하기조차 하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별 궁리를 다해 보았다. 언젠가 어떤 광고회사에서 전화를 하여 광고 모델로 나가 보지 않겠느냐고 물어 왔다. 나는 도둑질보다는 훨씬 낫겠다 싶어서 해보겠다고 응낙했으나 그 뒤 소식이 없었다. 그 후 몇 군데에 은근히 제의를 해보기도 했으나 반응이 없어 기분만 구겨지고 말았다."

 

인간적인 모습이라 생각한다.

 

탈당

 

노무현 전 대통령 스스로 '당랑거철'이라 부른 일이다.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전당대회를 바로 앞둔 그 시점에서 나는 의원 회관으로 DJ를 찾아갔다.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든 패배하든 상관없이 무조건 당권을 포기한다는 약속을 해주십시오.'"

 

국회의원의 신분이었을때도 이렇게까지 위에 이야기를 했던 그가 대통령이 된 후 탈당을 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을까.

 

실력이 짧아 좀 더 길게 리뷰를 작성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한편으로는 더 자세하게 쓴다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덜하게 될 것 같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끝까지 읽고 나에게 구체화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곧고 강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보다

'한 없이 단점많고 한 없이 인간다운 사람'으로 남는다.

 

보통 사람. 아니 그보다 바닥에서 올라온 그였기에 누구보다도 많은 욕심과 열정을 가지지

않았을까? 정말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멋진 점이라면 자신이 잘못 되었다고 느낀 즉시 그것을 받아들이고 고쳤다는 것에 있다. 누구나 바라는 성공된 변호사라는 길을 버리고 바른 정치로 나선 것 역시 하나 하나의 삶을 겪어나가면서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옳은 이야기를 듣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소용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깨어진 그릇"이었기에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더 크게 나아가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아울러 <세 왕 이야기>라는 책의(진 에드워드 지음) '다윗'과 '압솔롬'과 '사울'의 이야기도 읽기를 권한다.


여보, 나좀 도와줘 - 노무현의 첫 자전 에세이, 개정증보판

노무현 지음, 새터(2017)


태그:#리뷰, #노무현,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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