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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엄수된 오늘 종일 TV를 보며 흘린 눈물 탓에 붓고 침침한 눈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노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내 마음속에 떠나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노무현을 애도하는 저 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어디 있었을까? 주변에서 그렇게 찾기 힘들던 노무현 지지자들이 어디에 숨어있다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을까? 나는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살았던 걸까?

술자리에서 정치적인 논쟁이 벌어질 듯하면 나는 미리 내가 열렬한 노무현 지지자임을 고백하곤 한다. "나는 노빠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앞으로 벌어질 논쟁에서 불필요하게 감정을 낭비하기 싫어서이다. 분명 노무현은 술자리 안주로 무참하게 씹힐 터인지라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으려면 미리 선수를 쳐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은 그 뜻을 알고 노무현이라는 안주거리를 포기한다.

그는 대통령이었던 때부터 최근까지 전 국민의 '동네북'이었다. 장사가 안 돼도 노무현 때문이요 취직이 안 돼도 노무현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고스톱 치다 싸기라도 하면 그것도 노무현 때문이었다. 누구가의 표현대로 대통령 욕하는 것이 전 국민의 스포츠가 되었었다.
     
'바보 노무현', 그러나 나는 오늘 그를 '왕따 노무현'이라 부른다. 그는 왕따였다. 권력과 금력을 가진 이 땅의 기득권층이 주도하고 우매한 대중이 동조한 비열한 왕따의 주인공이었다.

'왕따', 즉 집단따돌림은 인터넷 백과서전에 이렇게 설명되어있다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집단 따돌림(집단 괴롭힘, 문화어: 모서리주기)은 주로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어떤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기준에서 벗어나는 이를 벌주기 위한 의도적 또는 따돌리는 집단의 압력에 동조하여 같이 괴롭히는 행동을 말한다. 흔히 '왕따', 줄여서 '따' 또는 '따를 당하다'라고도 불린다. 어른들 사이나 다른 사회 조직에서도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며 피해 당사자는 심리적으로 괴로움을 당하며 심하면 육체적으로도 피해를 입는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자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괴롭히는 행위를 범죄적 행위로 여기고 있다."

장례전일인 28일 밤, KBS의 <다큐멘터리 3일>이라는 프로그램이 재방되었다. 노 전 대통령의 귀향 후 봉하마을에서의 삶을 3일간 밀착 취재한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며 그가 왜 왕따를 당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는 분명 사전의 설명대로 "어떤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기준에서 벗어나는 사람"이었다.

이 땅의 권위주의에 찌든 부패한 지도층들은 자신들과 너무도 다른 그를 미워할 만했다. 그는 너무도 소탈했다. 자신들이 신봉하는 권위주의 허울이 부끄러웠을 것이다.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귀향한 최초 대통령,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옴을 실천한 진정한 서민대통령, 그를 보기 위해 방방곡곡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 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소탈한 모습,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던 그의 실천적 삶에 그들의 질투심이 불타오를 만하였다.

어떻게든 얼굴에 먹칠을 해서 대중으로부터 그를 떼어 놓고 싶었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여러차례 그 수법을 사용했다.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을 내칠 때도 그랬고 김윤수 현대미술관장을, 그리고 최근 황지우 한예종 총장을 끌어내린 것도 같은 수법이었다. 뒤를 캐고캐도 나오는 것이 없으면 말도 않되는 유치한 비리를 만들어내거나 주변 사람까지 못살게 굴어 자진 사퇴하게 만든다. 

이런 수법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서 절정에 달했다. 검찰은 증명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연일 공표하고 보수언론은 이를 받아 울긋불긋 갖은 색으로 떡칠을 해가며 그를 우롱했다. 빨리 구속하지도 않고 손 안에 공기돌 놀리듯 가지고 노는 작태가 전형적인 왕따의 그것이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노무현 왕따의 공범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왕따는 항상 그것을 주도하는 교활한 무리가 있지만 동조하는 우매한 다수가 함께하기 때문에 가능한일이다. '바보 노무현'을 '왕따 노무현'으로 만들었던 우리는 모두 죄인이다.


태그:#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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