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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엄마~ 다람쥐가 무척 커, 사람과 같이 놀고 있네!"
"저건 다람쥐가 아니고 청솔모야. 신기하게 사람과 함께 놀고 있네!"
"사람이 무섭지도 않은가 봐, 사람한테 올라갔어!"
"엄마! 빨리 가보자~"

봄비가 그친 하늘, 잿빛 구름이 바람을 타고 정처 없이 흘러가고 있고, 반가운 햇살이 구름 사이로 간간히 비추는 오후 지나는 길에 찾은 경기도 시흥 옥구공원에서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청솔모란 녀석이 재롱을 피우는 것을 보고 신기했는지 우리 꼬맹이들이 빨리 가보자고 재촉하며 한 말이다.

사람 경계를 많이 하는 청솔모가 사람과 어울려 놀고 있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다. 꼬맹이들이 "청솔모야!"하고 달려가니 겁을 먹었는지 우리 가족을 피해 나무위로 도망을 갔다.

나무위에서 과자를 먹고 있는 청솔모  녀석 겁도 없네요.*^^*
▲ 청솔모 나무위에서 과자를 먹고 있는 청솔모 녀석 겁도 없네요.*^^*
ⓒ 김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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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키높이 보다 좀 더 높은 가지위에 앉아있는 녀석을 자세히 살펴보니 과자부스러기를 먹고 있었다. "애들아~ 청솔모가 배가 고파서 먹이를 달라고 사람에게 오나보다. 먹을것을 주면 혹시 우리에게도 올지 모르겠다." 엄마의 말 한마디에 딸아이가 어디서 구해 왔는지 솔방울 하나 주워와 내밀면서 "청솔모는 솔방울을 먹고 살지? 솔방울을 주면 내려 올 거야!" "청솔모는 도토리하고 잣나무 열매를 먹는데……. 그래도 잘 하면 내려올지도 모르겠다!"

호기심 많은 청솔모 의심 없이 다가왔다.
▲ 청솔모 호기심 많은 청솔모 의심 없이 다가왔다.
ⓒ 김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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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모가 앉아있는 나무 밑으로 가서 솔방울을 보이며 "청솔모야! 청솔모야!" 불렀다. 가만히 앉아 과자를 먹던 청솔모가 반응을 보이면서 나무에서 내려와 아내와 아이들에게 다가왔다. 잠시 솔방울에 관심을 보이던 청솔모가 아닌 듯 싶었는지 이내 꼬맹이들 곁을 벗어나 나무위로 올라갔다. 아쉬운 탄성이 꼬맹이들 입가에 흘렀다.

아쉬움이 남는지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꼬맹이들에게 다음 기회를 약속하며 "오늘은 옥구공원에서 제일 높은 곳까지 올라가 보자! 자~ 출발!" 꼬맹이들은 유치원에서 왔던 기억이 있어서 인지 정상을 향해 앞 다투며 힘차게 뛰어갔고, 우리 식구는 예정에 없었던 옥구공원 등산이 시작되었다.

선재도에서 인천에 있는 처갓집을 다니러 오가다 보면 꼭 거쳐야 하는 시흥시의 명소 두 곳이 있다. 한 곳은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옥구공원이고, 다른 한곳은 오이도 입구부터 대부도 방아머리까지 연결되어 있는 시화방조제이다.

우리가족이 찾은 옥구공원은 찾아오는 길도 편하다. 월곳IC에서 좌회전(시화방조제방향)해 10여분 달려오다 보면 오른편으로 보이는 산이 옥구공원이다. 곳곳에 마련된 넓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발 닿는 곳부터 둘러보아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옥구공원 안내도
▲ 안내도 옥구공원 안내도
ⓒ 김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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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무르익은 옥구공원에 초봄을 밝혔던 꽃들은 졌다. 유채꽃축제도 끝이나 푸른 잎이 무성했지만 6월의 꽃들은 꽃봉오리를 맺고 있었다. 꼭 둘러봐야 할 곳은 홍색, 분홍색, 흰색의 꽃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시민들을 유혹하는 꽃 양귀비 재배단지이다. 그밖에 장미를 비롯한 6월의 꽃이 만개해 옥구공원을 찾는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옥구공원 정상 옥구정(낙조대)을 향해 올라가는 길은 어느 쪽에서 출발하느냐에 따라 산이 주는 느낌이 다르다. 30여분 정도 산길을 오르면 95m의 산을 정복할 수 있는 곳으로 가볍게 산책을 즐기기에는 좋은 곳이다. 하산을 할 때에는 반대편 산책로로 내려가면 옥구공원만의 특색이 있고 테마가 있는 아름다운 숲 풍경을 볼 수 있다.

옥구정(낙조대)으로 향하는 목계단
▲ 목계단 옥구정(낙조대)으로 향하는 목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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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동산을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평탄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되어있다. 숲속 모임터, 야생화길, 암석식물원, 솔방울 꽃망울 정감 있는 이름을 붙인 숲길엔 진한 흙내음과 나뭇잎 냄새, 향긋한 꽃냄새가 봄바람에 실려 기분을 상쾌하게 해줬고, 등 뒤에서 부는 바람은 마치 정상을 오르라고 가볍게 등을 밀어 주는 것 같았다. 기분 탓일까 정상을 오르는 내내 꼬맹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옥구공원 숲길에 메아리친다.

낙조대 전경
▲ 옥구정 낙조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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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m정상 옥구정(낙조대)에 오르자 많은 시민들은 서해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거친 숨을 고르면서 옥구정(낙조대) 밑으로 펼쳐진 도심의 모습과 녹읍이 짙은 옥구공원 전경, 갯벌이 있는 바닷가와 고깃배가 물살을 가르며 포구를 오가는 어촌의 정겨운 풍경이 잘 어우러진 오이도 앞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시야가 탁 트인 맑은 날씨는 아니었기에 전망대 밑으로 펼쳐진 사람 사는 동네와 바다 풍경은 시원하게 볼 수 없었지만 초록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옥구공원을 바라보는 정상에는 운치가 있었다.

테마가 있는 옥구공원
▲ 옥구공원 테마가 있는 옥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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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짧은 휴식을 취한 후 하산길은 '시(詩)가있는 숲, 고향동산, 민속생활전시관, 통나무교실, 물레방아쉼터, 향토정, 숲지원'이 있는 반대편 산책로를 이용했다. 하산길은 내리막이고, 비에 촉촉이 젖은 울퉁불퉁한 산책로는 미끄러웠다. 앞서가던 꼬맹이들 발을 잘못 딛어 미끄러져 엉덩방아 찍기를 여러 번 격고서야 평탄한 산책로에 들어섰다. 제일 먼저 우리 가족을 맞은 곳은 '시(詩)가 어우어진 숲'이었다.

숲속의 맑은 공기를 한 호흡 깊게 들이마시면서 한 구절 한 구절 써내려간 시를 읽으며 산책로를 걷는 동안은 숲속의 시인이 되어 사색을 즐길 수 있었고, 민속생활전시관과 물레방아 쉼터는 꼬맹이들에게 선조들의 삶과 지혜가 담겨져 있는 농기구를 비롯해 소박한 서민의 생활도구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도록 해 주어 유익했다. 특히 민속놀이체험은 세대를 넘어 꼬맹이들과 하나가 되어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마음껏 웃을 수 있어서 좋았다. 
습지모습
▲ 습지원 습지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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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원 연못에 핀 연꽃
▲ 연꽃 습지원 연못에 핀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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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이 핀 습지원으로 가는 나무다리 밑 연못에는 막 알에서 깨어난 듯한 작은 물고기들은 호기심 많은 꼬맹이들의 놀이 상대가 되어주었고,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활짝 핀 연꽃과 주변 배경은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의 차지였다. 또한, 10만5천여평의 드넓은 옥구공원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 붐볐고, 농구코트와 인라인스케이트,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생활체육공간에도 많은 시민들의 웃음이 묻어나고 있었다.

예정에 없었던 옥구공원 정상등반은 우리가족에게 정상을 오르는 즐거움과 아름답게 조성된 숲속풍경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특히, 민속놀이를 통해 얻은 웃음과 시가 있는 숲길을 거닐며 나누었던 대화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고, 짧은 시간동안 보았던 옥구공원의 아름다움은 또다시 오리라는 기약을 남기게 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뉴스,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옥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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