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천안시 봉명동에 살고 있는 양정원(29)씨. 몇해전 교통사고로 지체1급의 장애인이 됐다. 밖에서 친구들과 만날 때 약속장소로 쌍용공원을 곧잘 이용한다. 이동할때 항상 전동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정원씨에게 집과 10여분 거리에 있는 쌍용공원은 접근하기도 수월하고 조경도 좋아 약속장소나 산책장소로 부담이 없었다.

5월의 기온 치고는 더위가 느껴지던 지난 14일 오후. 정원씨는 머리를 식힐 겸 쌍용공원을 찾았다가 머리가 더욱 지끈거리는 경험을 했다. 화장실 때문이었다.

쌍용공원 한켠에 새로 화장실이 설치됐지만 장애인전용 화장실이 없어 정원씨는 낭패를 경험했다. 비장애인용 화장실이라도 이용해보려 했지만 화장실 출입구의 턱 때문에 포기했다.

양정원씨는 "공공기관이 설치한 화장실이 이 정도 수준"이라며 "화장실 설치시 장애인에 대한 고려는 조금도 없었던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천안시, 25억 들여 쌍용공원 조성...그런데 화장실이 없네?   

천안시가 25억원을 들여 조성한 쌍용공원의 모습.
 천안시가 25억원을 들여 조성한 쌍용공원의 모습.
ⓒ 윤평호

관련사진보기


천안시는 쌍용동과 성정동을 잇는 서부대로 개설로 발생한 자연공원 절개지에 총 사업비 25억원을 들여 쌍용공원을 조성했다.

2007년 11월 완공한 쌍용공원은 너른 면적에 산책로와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서부대로와 인접한 부지 면적 4만815㎡의 공원에는 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통정자 1개소와 원형 그늘막 1개소, 사각의자 5개소, 연식의자 등이 시설되어 있다.

공원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다목적 농구대와 각종 운동기구들도 14개소를 구비하고 있다. 산책로는 멋과 실용성을 한껏 살려 우레탄과 점토벽돌, 잔디블록, 지압보도 등 다양하게 조성됐다.

공원 일대에 청솔, 시영 등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쌍용공원은 개장 후 많을 때는 하루 이용자가 1천여명을 상회하고 있다. 요즘같은 봄철에는 주민들은 물론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아이들의 소풍장소로도 애용된다.

하지만 쌍용공원은 규모나 시설에 비해 조성 당시부터 공중화장실이 없어 공원 이용자들의 불만이 높았다. 천안시 인터넷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에는 쌍용공원내 화장실 설치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의견이 꾸준히 올라왔다.

천안시는 공중화장실 설치 요구에 줄곧 '불가' 입장을 밝혔다. 공중화장실이 설치되면 별도의 관리 인력을 배치해야 하고 야간에 청소년 우범화의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월 봉명동 주민센터를 방문한 성무용 천안시장은 주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쌍용공원 화장실 신축문제는 화장실 신축시 쓰레기 투기장소로 변질되는 등 관리상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은 문제점이 있어 설치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공중화장실 설치 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천안시는 이용자들의 불만과 원성이 계속되자 마침내 입장을 바꿨다.

공중화장실 설치했지만 '함량미달'

편의시설 미비로 장애인이 쌍용공원 화장실을 이용 못하고 있다.
 편의시설 미비로 장애인이 쌍용공원 화장실을 이용 못하고 있다.
ⓒ 윤평호

관련사진보기


천안시 공원산림과는 2200여만원의 시비를 들여 지난 8일 쌍용공원에 남녀 각각 2칸씩 공중화장실 1동을 설치했다. 공원 이용자들은 화장실 설치를 반기고 있지만 문제도 적지 않았다.  장애인용 화장실이 없을 뿐더러 현재 설치된 화장실은 장애인 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쌍용공원 산책로 주변에 설치된 화장실은 대지와 화장실 출입문간 단차가 제거되지 않아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은 안에 들어설 수 없다. 경사로가 있더라도 화장실 출입문 폭이 좁아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기란 불가능하다. 화장실 안에도 턱이 있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

사실상 장애인 이용이 불가능한 쌍용공원내 화장실은 현행 법률과 배치된다.

장애인편의시설 천안지원센터 박상희 담당자는 "공원에 화장실이 아예 없을 때는 상관없지만 화장실을 설치할 경우에는 관계 법령에 따라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며 "쌍용공원 화장실은 함량미달"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은 공원에 '장애인 등의 이용이 가능한 화장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편의시설 설치 기준에 따르면 공원의 화장실은 장애인 등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조, 바닥의 재질 및 마감과 부착물 등을 고려해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장애인용 대변기는 남자용 및 여자용 각 1개 이상을 설치해야 한다.

여성용 화장실은 영유아용 거치대 등 임산부 및 영유아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구비해 설치해야 한다. 편의시설 설치 기준과 쌍용공원 화장실은 크게 동떨어져 있다.

한편 천안시는 현재의 화장실도 장애인 이용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이창희 시 공원관리팀장은 "애초에 계단까지 계획됐지만 장애인 이용을 감안해 없앴다"며 "추가로 장애인 전용 화장실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27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쌍용공원, #장애인화장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