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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인공위성이라 주장하는 광명성 2호 발사 예정 시기(4월 4일~8일)가 다가올수록 일본 언론은 연일 "미사일" 특집 코너를 마련하는 등 긴장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일본 정치권 역시 마찬가지다. 런던에서 열린 G20에 참가한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2일까지 한국, 인도네시아, 영국, 이탈리아, 중국 최고 책임자들과 가진 개별 양자회담에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우리 일본은 당연히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 상대국들의 이해를 구했다.

주목할 부분은 아소 총리가 북한이 주장하는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 명확하게 '탄도 미사일'이라 규정한 점이다. 일본 언론들 역시 위성이라 부를 경우 반드시 따옴표를 붙이는 등 대부분의 언론들이 '위성을 가장한 탄도 미사일'로 보고 있다.

아소 총리와 일 언론들 "북 광명성 2호는 '위성 가장한 탄도미사일'"

G20이 끝나고 귀국하기 직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소 총리는 "(북한이 발사를) 강행할 때에는 유엔안보리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G20이 끝나고 귀국하기 직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소 총리는 "(북한이 발사를) 강행할 때에는 유엔안보리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TBS 뉴스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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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아소 총리와 양자회담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이 자국민의 안전보장을 위해 어떠한 조치를 내리더라도 존중한다"는, 흡사 요격을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 발언이 나오자 <지지통신>은 "일본의 요격을 용인한 한국 대통령"이라는 제목을 뽑았으며 <요미우리> <아사히> <산케이> 등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북 미사일에 한일 공조"라는 논조로 대서특필했다.

특히, 하루 1억5천만 PV를 자랑하는 일본 최대의 포털 사이트 <야후! 재팬>은 <지지통신>의 이 기사를 1일 밤 10시부터 12시간 동안 뉴스 토픽란 최상단 톱기사로 배치하기도 했다.

2일 밤 <니혼TV>의 뉴스프로그램 'ZERO'는 북한 위성체가 실패해 일본 본토에 떨어질 경우를 대비한 일본 방위성의 준비상황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탄도 미사일 궤적의 추격이 가능한 최신예 레이더 기구 'FPS-5'가 처음으로 실전에 사용될 것이다. 일본 방위성은 'FPS-5'를 4일부터 8일까지 서북방향으로 실전배치하기로 했다."

일본은 실제 지난 29일부터 도쿄 신주쿠의 방위성을 비롯해 전국의 5개 장소에 이른바 지대공 요격 미사일 패트리어트3(PAC-3)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해 2일까지 그 준비를 모두 마쳤다.

2일 밤 <니혼TV>의 "ZERO"는 일본의 방위시스템에 대한 특집코너를 편성했다. 화면은 이번에 처음으로 본격가동되는 FPS-5 레이더 추적 장치.
 2일 밤 <니혼TV>의 "ZERO"는 일본의 방위시스템에 대한 특집코너를 편성했다. 화면은 이번에 처음으로 본격가동되는 FPS-5 레이더 추적 장치.
ⓒ 니혼TV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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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요격 용인한 한국 대통령"... "추격 가능한 'FPS-5' 실전 배치"

방위성은 31일 PAC-3를 보도진에 공개하면서 "북한의 무수단리에서 발사될 경우의 궤적을 분석해 서북부 지역의 아키타 현(동해 방면)과 동북부 이와테 현(태평양 방면), 그리고 수도권 인근의 보호를 위해 도쿄 등에 설치했다"고 밝혔다.

2일,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성 장관은 "일본 본토에 낙하될 가능성은 지극히 적지만, 무슨 일이 생겨날지 모르니까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다"며 자국민의 안전을 위한 당연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발사 예정 시기를 하루 앞둔 3일, <아사히>는 1면 사이드에 '일미한, 북조선이 발사한다면 제재확인의 결의를 지향한다'는 제목으로 한국, 미국, 일본 간의 공조가 굳건함을 강조했다. <아사히>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7일 워싱턴에서 열린 3국 협의에서 미국이 먼저 제재 확인에 대한 이러한 제안을 했고, 이것에 일본과 한국이 기본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또 신문은 2일 저녁에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개별 양자회담을 비중 있게 소개하면서 "미국은 북한이 발사할 경우 한국과 긴밀하게 협의할 것을 약속했다"고 보도해, 이번 발사문제가 일본만이 아닌 한국, 미국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논조를 보였다.

보수·극우 언론들, 한 발 더 나간 제목 ... 본문과 뉘앙스 달라

4월 3일자 1면 사이드 기사로 "헌법개정 찬성 52%"라는 기사를 넣은 <요미우리>.
 4월 3일자 1면 사이드 기사로 "헌법개정 찬성 52%"라는 기사를 넣은 <요미우리>.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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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자 보수성향의 <요미우리>는 2면에 '북 포위망 구축에 수상 동분서주'라는 제목으로 G20에 참가한 아소 총리의 3일간 일정을 세밀하게 소개하는 한편 일본헌법 개정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도 동시에 실어 눈길을 끌었다.

'헌법 개정 찬성의견 52%'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작년 3월의 42.5%에 비해 10% 상승했다는 간단한 내용이었지만, 사이드 톱기사에 배치되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총련계 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상에 그런 편집이 어디 있나? 우리 공화국(북한)의 평화적인 위성발사를 핑계로 헌법 개정 여론몰이 하려는 속셈이 뻔히 보인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치 개전이 금방이라도 일어날 듯한 자극적인 제목을 선보인 <산케이>. 이 신문은 4월 2일 한국에서 열린 반북집회를 소개하기도 했다.
 마치 개전이 금방이라도 일어날 듯한 자극적인 제목을 선보인 <산케이>. 이 신문은 4월 2일 한국에서 열린 반북집회를 소개하기도 했다.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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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성향의 <산케이>는 '북 전투기 MD 정찰'이라는 제목으로 "위성발사를 명목으로 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준비가 완료단계에 들어간 북한이 전투기를 동원해 일본의 미사일 방위(MD, Missile Defense) 시스템에 대한 정찰활동을 개시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그러나 기사 내용에는 "발사 예정지인 무수단리 근처에 미그23으로 보이는 전투기들이 배치되어 이들이 2일 일본해(동해)에 비행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항공자위대의 긴급발진(scramble)의 기준이 되는 일본의 방공식별권에 침투한 것은 아니다"라고 기술되어 있어, 북한의 군사행동이 실시된 듯한 기사 제목과는 다른 뉘앙스를 풍겼다.

한편 <산케이>는 2일 한국에서 일어난 보수 시민단체의 대북 항의집회 사진을 2면 중앙에 실으면서 "한국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일본과 미국 양국이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에 51%가 찬성하고 있다"는 캡션을 넣었다.

관동지역에서는 벚꽃이 만개된 후 처음 맞이하는 주말이다. 시민들의 '하나미'(벚꽃구경) 행렬과는 대조적으로 일본 언론과 정치권의 잠 못 이루는 나날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태그:#북 광명성 2호, #일본 언론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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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최신작은 <쓴다는 것>. 현재 도쿄 테츠야공무점 대표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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