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들이 열심히 책을 봅니다.
▲ 책 읽는 모습이 예뻐요! 아이들이 열심히 책을 봅니다.
ⓒ 김순희

관련사진보기


봄이 왔습니다.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면 도로 주위에 활짝 핀 노란 개나리가 정말 예쁩니다.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는 벚꽃이나 목련의 봉우리들. 그 끈기와 인내심 역시 봄을 알리기에 충분한 계절, 이미 우리들 마음에 가득합니다. 긴 터널을 빠져나오면 밝은 빛이 기다리고 있듯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나면 따뜻한 봄은 항상 우리가 필요로 하는 곳에 말없이 와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계절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빠와 모처럼 휴일, 바다풍경을 상상하여 책을 만들어요!
▲ 아빠와 함께하는 재미난 책 만들기 아빠와 모처럼 휴일, 바다풍경을 상상하여 책을 만들어요!
ⓒ 김순희

관련사진보기


지난 달, 울산 동구 화정동에 아주 작은도서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다른 도시와는 달리 울산에서는 도서관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가 아니라 어찌되었건 집을 나와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도서관이 내 집 가까이 생겼다는 것은 이 곳 사람들에겐 너무나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초등학생들의 진지한 모습이 보기 좋아요.
▲ 우주여행&로켓북을 만들어요! 초등학생들의 진지한 모습이 보기 좋아요.
ⓒ 김순희

관련사진보기


개관을 한 지 이제 한 달 정도 된 '화정작은도서관', 예전과 다르게 조금은 낯설고 생소함을 전해줄 수 있는 일이지만 아이와 엄마, 또는 공부하느라 책을 본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것 같은 청소년들까지 작은도서관엔 언제나 도서관을 찾는 이들로 가득합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 만든 책! 정말 예쁘죠?
▲ 나만의 책이 완성되었어요! 엄마, 아빠와 함께 만든 책! 정말 예쁘죠?
ⓒ 김순희

관련사진보기


무엇보다 이런 일상의 작은 변화로 시작된 도서관에서 제일 가슴 벅차게 했던 것은 나이 드신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의 모습입니다. 책을 읽거나 빌려가기 위해 도서회원증을 만들어 가시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생소한 모습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저에겐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웠지요.

학교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은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어요.
▲ 시간날때마다 도서관에서 책 읽는 아이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은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어요.
ⓒ 김순희

관련사진보기


화정작은도서관이 화정동주민자치센터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많은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이 들지만 그것의 시작이 지금의 이러한 과정으로 그리고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새롭기만 하고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돋보기안경을 끼고 책을 읽고 계신 할머니의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제 가슴을 벅차게 하고 있지요.

아이들 학교 보내고 조금은 한가로운 시간, 화정작은도서관에서 책을 봅니다.
▲ 책 읽는 엄마! 아이들 학교 보내고 조금은 한가로운 시간, 화정작은도서관에서 책을 봅니다.
ⓒ 김순희

관련사진보기


이런 작은도서관에서는 지난 주, 개관 주간행사를 했습니다. 도서관 문 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걱정 반 기대 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의 생각을 저버리기라도 하듯 행사를 진행하는 일주일 동안 정말 많은 주민들이 다녀가고 책을 빌려갔습니다. 이곳 주민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다 다녀갔을 법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정말 예상외의 방문이 그리고 호응이 있어 무사히 주간행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무언가 열심히 씁니다. 책 주인공에게 엽서를 보내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합니다.
▲ 책 주인공에게 엽서보내기 무언가 열심히 씁니다. 책 주인공에게 엽서를 보내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합니다.
ⓒ 김순희

관련사진보기


아이들을 위한 책 만들기, 대출하는 이들에겐 예쁘게 정성스레 만든 책갈피를, 그리고 책을 넣을 수 있는 작은 책가방을 나눠주었습니다. 그리고 독서퀴즈며, 책 주인공에게 엽서보내기, 권장도서목록 배부, 영화상영 등 작지만 알차고 재미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진행했습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서가마다 책이 가득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행복이 가득합니다.
▲ 작지만 사가마다 책이 가득합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서가마다 책이 가득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행복이 가득합니다.
ⓒ 김순희

관련사진보기


도서관을 가려면 차를 타고 시간 맞춰 다녀야 했던 예전과 달리 언제든지 걸어서 아이들과 함께 봄바람을 맞으며 도서관으로 향하는 그들의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화정작은도서관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족과 함께 편안한 차림으로 골목을 걷다보면 작은도서관이 보입니다. 그 작은도서관에선 항상 책을 보며, 책을 통한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화정작은도서관에선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 자원봉사하시는 선생님들! 화정작은도서관에선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 김순희

관련사진보기


아이들 학교 보내고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고픈 엄마들은 마음의 여유도 찾을 수 있고, 입시의 벅찬 학업에서 잠깐 머무르며 책과 수다를 떠는 여중생들의 밝은 모습에서도 희망을 다져봅니다. 작은 공간, 예쁜 서가마다 빼곡하게 꽂혀 있는 책들을 보며 도서관이 너무 좋다, 며 한마디 해주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늘 고맙고, 아이들 데리고 다시 와야겠다는 엄마들의 표정과 말에도 즐거움이 묻어납니다.

정말 잘 만들었죠. 화정작은도서관에선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네요.
▲ 아이들이 만든 로켓북입니다. 정말 잘 만들었죠. 화정작은도서관에선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네요.
ⓒ 김순희

관련사진보기


작은도서관이 동네마다 하나씩 생겨나서 책을 읽으며 세상을 바라보고 더 넓은 꿈과 희망을 준비하는 꿈나무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희망을 모아 화정작은도서관이 먼저 앞서갑니다. 동구 화정동에서 그리고 울산에서 우리나라, 더 나아가 세계로 향합니다. 책으로 하나 되는 더 따뜻한 세상이 이 봄처럼 얼른 왔으면 좋겠습니다.


태그:#화정작은도서관, #책만들기, #작은도서관, #책, #아이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