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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기자) '탈세천국'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금(金)시장이 또 다시 혼탁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관계당국의 대응이 시급하다는 시장 관계자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소위 '뒷금'(금시장에서 사용되는 용어, 무자료 금)을 활용한 신종 '뺑뺑이 수출' 기법을 동원한 소수의 불법수출 업체들이 등장, 시장질서를 혼탁하게 하고 있다는 것.

이들 업체들은 겉으로는 정상사업자의 형태를 띄고 있으나 속칭 '바지사장'을 내세워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금을 매입·수출해 거액의 차익을 챙긴 뒤 폐업, 법인세와 소득세 등을 탈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게 금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몇 해전 면세금지금 제도를 악용해 시장 질서를 파괴했던 '폭탄업체(부가세 부정환급 업체)'와 비슷한 유형인 셈. 그러나 정작 불법을 단속해야 할 국세청과 관세청 등 세정당국은 이 같은 불법업체의 실체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서울 종로구 일대 금시장을 중심으로 세정당국이 불법업체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및 단속 등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방치할 경우 자칫 '제2의 면세금지금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종 '뺑뺑이 수출' 어떻게 이뤄지나

무자료 금, 속칭 '뒷금'이란 소비자들이 내다 판 중고 금제품(고금) 중 정상적인 과세루트를 통하지 않고 거래되는 것을 말한다. 이 뒷금들은 일정한 과정을 거쳐 순도 99.9%의 골드바 형태로 정련,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금시장 관계자 등에 따르면 고금시장 규모는 연간 1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대부분이 무자료 거래되기 때문에(뒷금) 부가세 상당액이 제외, 시중 금가격보다 싼 값에 거래되는 것이 보통.

실체가 불분명한 소수의 불법수출 업체들은 명의대여업체를 설립해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뒷금 등을 매집, 인터넷 등에서 도용한 개인인적 사항을 바탕으로 허위매입서류 작성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통해 마치 개인 소비자들로부터 정상매입한 금으로 둔갑시키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들 허위 매입서류 작성 업체들은 한 돈(3.75g) 당 1000원∼15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명의대여업체들은 서류조작으로 완벽하게 세탁이 된 골드바를 세관에 수출신고, 홍콩·일본 등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세관의 검사를 받게 되지만 세관검사는 현물확인 정도만 이뤄지기 때문에 무자료 금인지 여부에 대한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명의대여업체로부터 금을 수입한 해외업체에서는 통상 10일 이내에 대금(달러)을 명의대여업체가 국내 은행에 개설한 외환통장에 송금하게 되고 은행은 이를 환전해 명의대여업체가 개설한 통장에 입금하게 된다.

명의대여업체는 여러 개의 계좌를 개설해 두고 현행 혐의거래보고제(2000만원 이상 현금거래)를 피하기 위해 2000만원 이하 금액으로 분산, 계좌이체한 후 대금 입금 당일, 전액 현금인출, 이를 또 다시 뒷금 매입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을 주기적으로 돌려('뺑뺑이') 거액의 차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업체들이 차익에 대한 세금(소득세 또는 법인세)을 납부하지 않을 목적으로 적당한 시기에 사업장을 폐업, 잠적하는 과거 '폭탄업체'들이 사용하던 수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금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들 업체는 무자료 거래되는 금을 불법수출, 차익을 남기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기 때문에 세금을 탈루하고 폐업, 잠적할 가능성이 높다"며 "부가세 부정환급을 목적으로 세워진 폭탄업체들과 성격이 같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불법수출 업체, 단속할 길 없나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이 같은 불법수출을 자행하는 업체들이 하나 둘씩 생겨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한 번에 수 십 킬로그램(골드바 50kg-가격 24억원 수준 : 1돈(3.75g) 18만2050원-3월16일 기준)이상씩 수출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수출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08.10 1억2500만불, 08.11 1억2000만불, 08.12 1억2100만불, 09.1 1억4200만불) 추세다.

업계의 관계자는 "국제 금시세 폭등과 환율 급등, 내수침체 등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정상적 방법으로 수출이 이뤄진 것보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출된 규모가 더 많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점에서 이들을 단속해 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단 이들이 매입대금 및 수출대금을 모두 '현금' 거래하고 있기 때문. 게다가 이들 업체는 정부가 금시장 투명화를 위해 도입한 금 전용계좌 제도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빠져있다.

현행 금 전용계좌 제도는 국내거래를 하는 사업자들에 한해서만 개설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수출을 하는 이들 업체들은 전용계좌 개설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무단 도용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조작된 서류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고 여러 개의 통장을 개설, 자금을 분산해 즉각 현금인출하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조사 등 과정이 미비할 경우 단속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근 이들 업체들로 인해 엉뚱하게도 인근 은행지점들도 골치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해외에서 송금 받은 수 십, 수 억원에 달하는 뭉칫돈을 입금즉시 100% 현금인출하고 있기 때문. 인근 은행 관계자는 "뭉칫돈을 일거에 인출해 가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제2의 면세금지금 사태로 번지나

금시장은 벌써부터 '제2의 면세금지금 사태'를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시장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실체가 대부분 알려져 있지만 단속권이 없어 정부차원의 단속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금시장은 면세금지금 제도의 허점을 노린 악덕사업자들의 횡행으로 탈세집단으로 몰려 국세청으로부터 수 년 동안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특히 이들 불법수출 업체들의 출연으로 인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고금을 매매해는 업체들은 타격을 받고 있다. 한 고금매입업체 관계자는 "점차 양성화되던 고금시장이 불법수출업자들의 저인망식 '뒷금'매집을 통한 수출로 문란해지고 있다"며 "어렵게 만든 고금거래 양성화 제도가 사문화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몇 해 전 면세금지금 제도를 악용한 폭탄업체들이 거액의 부가세를 부정환급 받고 잠적한 뒤에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벌이는 등 '늦장대응'을 했다"며 "그 과정에서 옥석구분이 이뤄지지 않아 선량한 사업자들이 피해를 받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가 정책적으로 금시장 양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현 시점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며 "또 다시 늦장대응할 경우 거액의 세금탈루 등 제2의 면세금지금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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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금, #뒷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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