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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악의 산불 1주일째를 맞고 있는 호주에 '성금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다. 또 밤 9시까지 헌혈을 위한 대열이 길게 이어지고, 산불 피해 구호 성금모금 전화는 밤새도록 울린다. 호주를 대표하는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도 성금기탁은 물론, 산불현장을 방문해 생존자들을 위로하는 등 분주하다.

 

주말 이틀 동안 산불 재해현장에서 보낸 캐빈 러드 총리는 "2월 22일을 '국가 애도의 날(National mourning day)'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국가 애도의 날' 추도식은 호주 전역에서 동시에 열릴 예정이다.

 

 

호주 역사상 최고의 '성금 쓰나미 행렬'

 

알렉스 맥도널드 <시드니모닝헤럴드> 기자는 12일자 기사를 통해 "요즘 모이고 있는 성금은 4년 전 '쓰나미 사태' 당시의 성금액수보다 다섯 배나 많다"면서 '성금 쓰나미'라고 썼다.

 

호주적십자사 관계자는 "성금 모금을 위한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며 "호주적십자사 개설 이래 최고의 기록들이 갱신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호주산불과 관련해 진행되는 모든 구호단체의 성금모금 활동은 공식창구인 호주 적십자사의 '빅토리아 주 산불 성금 모금기구'로 모아진다.

 

12일 저녁, <채널9>가 주관한 '호주 하나되기 성금모금 텔레비전 쇼'에 출연한 케빈 러드 총리는 "내가 호주 사람이라는 게 자랑스럽다"면서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재난을 극복하겠다"고 약속했다.

 

호주 출신 할리우드 연예인들의 지지지원도 활발하다.

 

'얼음공주' 니콜 키드먼, 호주에선 '기부천사'

 

"우리는 호주국민으로서, 이번 산불 재난으로 모든 것을 잃고 고통당하는 분들을 도와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세계 어느 곳에 있든, 그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 니콜 키드먼&키스 어반 부부

 

텔레비전 쇼에 위성으로 출연한 호주 출신 '슈퍼 커플' 니콜 키드먼과 키스 어반은 50만 호주달러(약 4억5천만 원)를 호주적십자사에 기탁했다. 수차례 그래미상을 수상한 컨트리뮤직 가수 키스 어반과 배우 니콜 키드먼 부부는 현재는 미국 테네시 주 네슈빌에 거주하고 있다.

 

대리석을 깎아놓은 것 같은 외모와 절제된 연기 때문에 니콜 키드먼은 냉장고에서 얼려낸 '각 얼음(an ice cube)'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특히 사생활의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성격 때문에 그녀의 '각 얼음'이라는 별명이 냉정한 여성이라는 비판용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특히 할리우드에서 그렇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양털 이불처럼 따뜻한 성품을 소유한 '기부천사'로 통한다. 특히 어린이를 좋아하여, 이혼한 톰 크루즈와의 사이에 아이를 낳지 못했을 때 두 명을 입양하기도 했다. 두 번째 남편 키스 어반과 사이에 딸을 낳았을 때는 은퇴를 고려할 정도로 기뻐했다.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니콜 키드먼은 호주에 올 때마다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성금을 기탁한다. 그녀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성금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어린이병원을 방문하고 성금도 공개적으로 기부한다. 어린이 환자들과 어울리는 건 두말할 나위 없고.

 

니콜 키드먼은 오랜 가뭄으로 시달렸던 호주 농민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남편과 함께 로열 이스터쇼(부활절 기간에 열리는 농민축제)에 참가하여 하루 종일 농민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멜 깁슨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내 마음은 지금 산불 피해자 여러분에게 가고 있습니다. 조국과, 호주 국민과, 또한 그곳의 야생동물들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큽니다. 어떻게 그런 무서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내 사랑을 여러분에게 보냅니다." - 올리비아 뉴튼 존

 

"이번 산불로 인해 목숨을 잃고, 집을 잃고, 부상당하는 등 비극을 맞은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우리 모두 손 내밀어 형제와 자매를 도웁시다" - 멜 깁슨

 

"우리는 호주사람입니다. 우리는 항상 친구를 도왔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하나가 되었습니다." - 휴 잭맨

 

"우리들의 마음은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나의 조국이 커다란 재난을 당했는데, 멀리 해외에 있다는 것이 견디기 힘듭니다" - 러셀 크로우

 

또 다른 호주 출신 할리우드 스타인 러셀 크로우, 휴 잭맨, 나오미 와트 등도 위성으로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특히 촬영장에 머물던 멜 깁슨은 분장을 한 모습으로 위성전화를 통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아카데미상 수상 경력을 가진 케이트 블란쳇, 제프리 러시, 주디 데이비스 등도 성금 대열에 동참했다. 얼마 전 사망한 히스 레저의 유가족들도 성금을 보내와 임시 보호소에 머물고 있는 산불 생존자들을 감동시켰다.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호주 출신 가수 올리비아 뉴튼 존은 "너무 가슴이 아프다, 산불 뉴스를 계속 지켜본다"고 말했다. 이번 산불이 발생한 빅토리아 주의 주도(州都)인 멜버른에는 그녀가 설립한 '올리비아 뉴튼 존 유방암 센터'가 있다.

 

그랜트 헤켓과 이안 소프 "우린 전화 자원봉사로"

 

호주 국민들을 가장 감동시킨 사람들은 스포츠 영웅들이다. 호주 스포츠 영웅들은 산불 피해자 성금모금에 가장 먼저 나섰다. 이들은 산불 발생 4일 후인 2월10일, 성금모금을 위한 호주-뉴질랜드 크리켓 경기를 열어 6백만 달러를 모금한 데 이어 대표 선수 전원이 산불피해 현장으로 달려가 이재민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또 11일 저녁, 일본에서 호주-일본간 월드컵 예선경기를 치른 축구대표팀 '사커루즈'는 검은 완장을 팔에 두르고 경기했다. 이들은 경기종료 후 출전 수당 전액을 호주 적십자사에 기탁했다. 일본 선수와 일본 관중 일부도 성금에 동참했다.

 

이밖에 럭비선수들의 '성금모금을 위한 특별이벤트', '오스트레일리안 여자 골프대회' 등도 예정돼 있다. 골프대회에 출전중인 호주의 골프여왕 캐리 웹 선수는 "이번 대회의 모든 수익금을 성금으로 기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태환 선수의 라이벌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그랜트 헤켓과 이안 소프 등 은퇴한 수영 스타들은 새벽 2시까지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성금모금을 위한 전화를 받았다.

 

가난한 이웃나라 파푸아 뉴기니에서 보내온 감동의 편지

 

해외 인사들도 나섰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산불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전문과 함께 개인적으로 성금을 보내오기도 했다. 여왕은 2004년 12월 쓰나미사태 때에도 성금을 기탁한 바 있다.

 

또 호주 빅토리아 주에 있는 질롱 그래머스쿨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던 찰스 황태자도 "이번에 산불이 난 지역에서 톱질 훈련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면서 "호주가 하루 빨리 이 충격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고 위로의 말을 전해왔다.

 

케빈 러드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베네딕트 교황과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위로 전문과 성금을 보내왔다"면서 "특히 가난한 이웃나라인 파푸아뉴기니에서 2백만 달러의 성금을 보내오면서 '호주는 이웃이라기보다 친구'라는 감동적인 편지를 동봉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호주 한인사회도 이번 산불 피해 성금모금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시드니 한인회와 빅토리아 주 한인회를 비롯해 각 지역의 한인회가 자체 성금 모금에 나섰으며, 호주 공영 SBS 라디오는 산불사태에 즈음해 한인동포사회를 포함한 전국 100여 개 소수민족사회를 대상으로 특별 성금모금 방송을 실시한다. 현대자동차 호주법인과 기아자동차 호주법인도 산불 피해 성금으로 30만 호주달러(약2억7천만 원)를 호주적십자사 NSW주 지부에 기탁했다 .

 

멜버른 시민들의 헌혈도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젠 브라운 호주적십자사 미디어센터 대변인은 "4일 동안 무려 3만명의 멜버른 시민들이 헌혈에 참여했다"며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데, 어제는 밤 9시까지 줄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빅토리아 주 산불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지역은 주택밀집지역으로 다시 불이 번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소방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사망자 수도 계속 늘고 있다.

 

호주에는 지금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고 있다.

 


태그:#호주 산불, #호주 출신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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