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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중학교 1, 2학년 일제고사 시험 날입니다. 중학교 2학년인 딸은 "일제고사를 치지 않을 거에요" 했습니다. 남들도 다 치르는 시험인데 왜 그런지 물어보았더니 "1년에 몇 번씩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데 또 일제고사를 본다고 하니까 싫어요" 합니다.

 

그래도 시험을 많이 보면 실력이 향상되지 않을까 했더니 "일제고사 본다고 따로 공부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어요. 시험을 치면 마음에 부담감만 많이 쌓여요. 공부 못하는 친구들일수록  안 좋은 성적표 받아들면 기분만 나빠져서 공부도 안 될 거 에요" 합니다.

 

이번 성적 처리를 등수표기가 아니라 9등급으로 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시험 부담이 줄어들거나 실력이 향상될 것 같지도 않습니다. 또한 이번처럼 기말 고사가 끝난 지 얼마 안 되서 보는 일제고사 평가 목적도 모호합니다. 확실한 것은 아이들에게는 일제고사가 '부담'만 되고 교육부나 교육청에서는 '학교, 학생 서열화'를 위한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학교와 학생 서열화하는 일제고사 왜 칠까?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싶었던 딸 아이 친구 중 한명은 담임 선생님이 징계를 당할까 걱정이 되어서 결국 일제고사를 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외 "부모님한테 혼날까 봐서" "학교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서" 이유는 다양하지만 학생들이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처럼 사실 일제고사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결정까지 걱정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딸의 다른 선택이 돌출 행동으로 인식될 우려와 이로 인한 담임선생님께 혹시나 돌아갈 피해부분이었습니다.

 

다행히 딸의 친구들은 "너 진짜 체험학습 갔네. 우리 반에 너 혼자라는 거 알고 있냐?" 나도 체험학습 갈 걸" 등 문자로 사실 확인과 아쉬움을 표현해서 안심을 시켜주었습니다.

 

딸은 새롭게 단장하여 12월에 재개관한 진주박물관으로 체험학습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일일 체험학습 강사가 되었습니다. 친구들이 일제고사를 보는 시간에 체험학습을 하기 때문인지 전시관을 둘러보는 딸의 표정이 사뭇 진지합니다. 진주박물관 체험을 마치고 1층 휴게소에서 딸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학교가 즐거운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오늘 체험학습 어땠어?"

"박물관은 초등학교 때부터 오던 곳이라서 별론데, 그래도 시험을 안쳐서 좋아요."

"시험이 왜 그렇게 싫어? 평가도 필요한데…."

"공부가 경쟁이 되니까요. 반장을 뽑아도 성적순이에요. 학교가 즐거운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체험학습 떠난 아이들이 적을 것 같은데…."

"으- 큰일인데, 그래도 괜찮아요."

"1년에 시험은 몇 번이면 될 것 같아?"

"1년에 4번 정도요. 중간고사 2번 기말고사 2번."

 

"일제고사를 보면 앞으로 성적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한다고 하는데 성적이 공개되면 어떨 것 같아?"

"성적이 좋은 학교는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기분이 나쁠 것 같은데요. 그런데 만약 우리 학교 성적이 나쁘면 더 많이 공부시키겠네. 큰일났다."

 

체험학습을 하면서 딸은 시간을 확인하면서 시험시간과 쉬는 시간을 말하곤 했습니다. 박물관에서 즐겁다고 했지만 학교에서 시험을 치는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치른 일제고사 결과를 9등급으로 분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가축 분류하듯 분류된 학생들에게 돌아갈 미래가 걱정됩니다. 고교등급제 도입과 차별 교육이 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태그:#일제고사 거부, #일제고사, #체험학습,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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