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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0년 전 유럽명화(名畵)를 감상할 수 있는 '서양미술거장-렘브란트를 만나다'展이 내년 2월 26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문화란 한 사회를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바꾸는 힘이다. 유럽에서는 문화민주화의 상징인 이탈리아의 르네상스가 있었기에 유럽의 정치민주화(프랑스의 대혁명)와 경제민주화(영국의 산업혁명)와 종교민주화(독일의 종교개혁)가 가능했다. 이번 전은 바로 그런 문화의 힘을 체험하고 터득하고 향유하는 장이 될 것 같다.

 

피카소를 연상시키는 플랑드르미술의 거장, 루벤스

- 장엄하고 화려한 17세기 플랑드르학파

 

플랑드르학파의 거장 루벤스는 17세기의 피카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에서 엄청난 위력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의 성모상은 그 누구의 것보다 스케일이 크고 화려하고 격정적이다. 그림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온몸에 전율이 온다.

 

대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도 헝가리 왕 라디슬라우스도 성모 앞에서는 무릎을 꿇는다. 성모마리아가 묵주를 주는 건 당시 프로테스탄트와 맞서는 가톨릭의 종파주의(sectarianism)를 뜻할 것이다. 그런 걸 떠나서도 하늘로 치솟는 듯한 압도하는 분위기와 밝고 어두운의 빛의 대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당대 최고화가인 루벤스가 이탈리아에서 플랑드르로 돌아왔다는 건 문화주도권의 교체를 암시한다. 그는 유럽전역에서 쏟아지는 작품주문 때문에 안트베르펜에서 대형화실을 열었고 거기서 조수나 제자들과 함께 일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반다이크, 요르단스 등과 같은 유명작가를 배출하기도 한다.

 

우아함의 절정 루벤스의 수제자, 반다이크

- 초상화의 대가인 17세기 플랑드르학파

 

루벤스의 제자인 반다이크도 스승 못지않다. 위의 귀부인의상에서 보듯 고상하고 우아한 것이 그의 특징이다. 종교와 신화와 관련된 그림도 많이 그렸지만 특히 초상화로 유명하다. 어려서부터 미술신동이었던 그는 몇 년간 스페인총독의 궁정화가이기도 했다. 

 

그러다 1632년엔 영국왕실의 초청으로 찰스 1세의 궁정화가가 된다. '도비니 부인과 포틀랜드 백작부인'은 그 때의 대표작이다. 가상적 공원을 배경으로 오른쪽에 임신 중인 도비니 부인과 왼쪽은 포틀랜드 백작부인이 그림에 등장한다.

 

포틀랜드 백작부인이 임신한 올케에게 보는 눈길은 다정하나 서로 마주 하지 않아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흐른다. 반다이크는 이런 두 여자의 미묘하게 꼬인 심리적 갈등을 화폭에 섬세하게 옮긴다. 바로 이런 점이 그의 천재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성스러운 신화에서 일상적 풍속화로 돌아오다

- 시민이 등장하는 17세기 플랑드르학파

 

이번엔 소(小) 다비트 테니르스의 작품을 보자. 풍속화의 대선배인 브뤼헐(1564~1638년경)과 비교된다. 그보다는 소박하고 유머러스하다. 작가들도 이젠 삶의 주인공인 보통사람들에게 관심을 둔다. 그만큼 시민의식이 높아지고 사회가 진보했다는 증거다.

 

'축제풍경'을 보면 들뜬 분위기 속에 애보는 아낙, 벽에다 방뇨하는 남자, 연주하는 광대, 과음으로 토하는 사람, 파이프를 문 남자, 춤에 몰입한 남녀 등 그 행동들이 거침없다. 이런 극적인 장면으로 그림은 생기가 돌고 활력이 넘친다. 드디어 일상이 예술이 되는 17세기식 '팝아트'가 나타난 셈이다.

 

성모마리아가 아닌 마리아 막달레나를 그린 살가도

- 종교와 현실이 뒤섞인 17세기 스페인학파

 

안토니오 데 페레다 이 살가도는 스페인 화가로 원래는 정물화로 유명하다. 성화에 성모마리아보다는 마리아 막달레나가 그려졌다는 건 당시의 경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녀는 십자가를 들고 하늘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인간적 욕망이나 관능이 숨겨져 있다.

 

바로크 미술이 그렇듯 서서히 이렇게 세속적인 것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다. 신성보다는 인성이 강조되고 인간적 요구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서술하게 된다. 그래서 관객과 쉽게 소통이 이루어지고 감동을 받는다. 해골과 채찍은 물론 삶의 유한성에 대한 경고다.

 

고흐와 비교되는 서구미술사의 거장, 렘브란트

- 17세기 네덜란드학파의 황금기

 

 

렘브란트는 고흐와 비교되는 서양미술사의 최고봉이다. 그를 이렇게 빛나게 만든 것은 '나이 든 여인의 초상'에서 보듯 빛과 어둠의 대조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여 그렸기 때문이다. 그의 명암법은 당시 화가들에게 가장 훌륭한 교과서역할을 한다.

 

그가 자화상을 많이 그런 것도 자신에 대한 성찰과 함께 인간전반에 대한 관심과 애정 때문일 것이다. 그로 인해 네덜란드는 '문화의 황금기'를 맞는다. <빛과 그림자의 선율-렘브란트 에칭 특별전>도 같이 열려 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네덜란드 최고전성기의 빛과 그림자

- '풍요 속 빈곤'을 표현한 18세기 네덜란드 학파

 

 
네덜란드는 17세기 한때 상술과 항해술로 세계해상권을 잡는다. 그래서 삶은 윤택하고 물질도 풍성해진다. 그림에 꽃과 과일, 육류 등이 대거 등장한다. 이것이 정물화로 굳어진다. 또한 바다풍경화(海景畵)도 유행한다. 꽃은 물론 화려한 집안장식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이런 물적 풍요가 주는 기쁨은 그리 길게 않다. '풍요 속 빈곤'이라고 이는 바니타스(vanitas 삶의 덧없음)현상을 일으켰고 이는 17세기미술의 주테마가 된다. '허망한 영광의 알레고리'라는 제목자체가 이를 암시한다, 해골은 죽음을, 물방울은 순식간에 사라지는 풍요의 허무를 상징한다. 결국 '소멸하는 것이 아름답다'는 폐허의 미학까지 낳는다.
 
이런 17세기 풍속화는 서울의 강남을 연상시킨다. 축적된 부로 처음에는 소비로 짜릿한 맛을 봤겠지만 그 뒷맛은 여전히 허전하다. 그래서 요즘 강남에선 명품보다는 명화(名畵)를 더 찾는 모양이다. 청담동일대에 갤러리벨트가 생기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탈리아유학생 푸생, 프랑스를 문화대국으로 바꾸다
- 서정적이고 고전적인 17세기 프랑스학파
 

 
이제 프랑스학파를 살펴보자. 푸생은 생의 대부분을 이탈리아에서 보냈고 당대 문화제국이었던 이탈리아미술을 자기화한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구성에서 고전주의법칙을 따르는 바로크 고전주의를 확립한다. 그리고 프랑스 근대미술의 문을 연다. 후에 다비드와 앵그르가 그를 본받는다.
 
'사티로스와 요정'을 보면 그의 그림은 중후하면서도 세심하다. 거기에 인간의 고매한 정신을 담는다. 이런 그림은 화가라면 누구나 탐낼 소재지만 푸생만큼 품격 있고 차원 높은 작품을 만들기는 힘들 것이다. 그림에서 보면 요정이 손가락질하며 뭔가 메시지를 전하는 제스처주의(gesturalism)도 눈에 띈다.

로코코미학의 상징인 에로티시즘의 만발
- 화려함과 관능미 넘치는 18세기 프랑스학파
 

 

이제 끝으로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부셰의 '헤라클레스와 옴팔레'를 보자. 그는 루이 15세의 수석궁정화가로 로코코미술을 완성한 사람이다. 지난 루브르 전에서 '목욕하는 다이아나'를 선보여 한국관객들에게도 이젠 꽤 익숙하다.

 

18세기 귀족층은 '식욕의 시대'에서 '성욕의 시대'로 넘어간다. 그래서 에로티시즘 기승을 부린다. 우리나라 조선후기 혜원선생의 '소년전홍(少年剪紅)'도 그런 분위기다. 부셰가 이렇게 정교하면서 관능적이고 호화스런 화풍을 일궈낸 것은 그 사회의 반영일 것이다.

 

'헤라클레스와 옴팔레'는 한마디로 줄이면 노예와 여왕 간의 사랑얘기다. 여왕인 옴팔레가 그의 노예인 헤라클레스에게 오히려 반해 대담하게 그를 유혹한다는 내용인데 이런 스토리가 그의 화풍을 더욱 농염하게 한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그림은 한 시대정신을 압축한 그릇이라는 생각과 이런 명화를 소장한 '러시아국립푸시킨미술관'이 부럽다는 생각과 그래서 우리도 이런 면에 관심을 가지고 후학을 위해서 여러 명작들을 수집하는데 관계자들이 노력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덧붙이는 글 | 전시장소 :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문의 02)2113-3400 
관람시간 : 오전 11시~오후 7시(단, 12월20일~1월31일까지는 오전 10시~오후 7시) 
입장요금 : 일반 12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7000원. 단체관람은 할인
미술감상 : 전시장 코너마다 설치된 HD다큐멘터리 해설로 그림 즐기기 활용


태그:#렘브란트, #루벤스, #반다이크, #푸생, #부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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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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