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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회사에 근무하는 A씨.

 

카드에 대한 상담을 하루 종일 하는 그는 악성고객(?)들의 욕설과 협박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최근 탈모증세까지 생겼다. 주 5일. 야간근무를 하는 그는 주말에도 나와 근무를 한다. 법적으로 근무시간이 주5일이다보니 평일에 대체 휴무를 받기는 하지만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그렇게 일하고 한달 급여는 135만원. 함께 일하는 회사 자체 계약직 직원들의 월급여가 200만원 가까이 된다는 것을 알았을때, 허탈감마저 느껴진다.

 

통신회사에 근무하는 B씨.

 

굴지의 통신업체에 근무한다는 자부심은 있지만 그의 속은 말이 아니다. 정규직들은 4000만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고 연말 성과급도 받지만, 그의 월급여는 한달 148만원이 전부이다. 올해는 계약직과 파견직들에게 주는 성과급도 줄어들어 200%정도밖에 기대하지 못한다.

 

그나마 월 통신비 5만원을 지원해 주는 것에 위안을 둔다.

 

대기업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근무하는 C씨.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원들과 내방고객들을 미소로 응대하는 그녀는 아파도 아프다는 내색을 하지 못한다. 지난달 생리통으로 고생하던 동료가 월 1회로 정해진 보건 휴가를 사용하고도 계속되는 생리통으로 인해 결근을 했다가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연차와 각종 휴가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정규직 직원들을 보면서 부러워 할 뿐이다.

 

그렇게 그녀가 한달을 근무하면 받는 급여는 월 110만원. 시골에서 올라와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그녀는 35만원의 고시원 값과 교통비, 식비, 통신비와 화장품 구입비 등을 제외하고나면 한달 20만원 저축하기도 힘들다.

 

88만원 세대.

 

한달에 88만원을 받는다고 하여 88만원 세대라고 이름 붙여진 비정규직 근로자를 말한다. 대부분이 파견직으로 근무를 하고 있는 직군이며, 그들은 수십차례의 시도 끝에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고 파견직으로 근무를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견직으로 근무를 하면서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규직으로의 전환은커녕 임금의 인상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꾸준히 월 급여만 잘 나왔으면 하는 것이다.

 

가장 얄미운 것은 그들을 고용한 대기업보다는 그들이 소속된 파견업체이다.

 

벼룩의 간을 내먹는다는 말처럼 그들은 파견직 직원에게 지급되는 급여중 4대보험을 비롯 관리비 등을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0%까지 가져간다.

 

얼마전 의료서비스 부분의 대표 파견업체인 M사 소속의 한 간호사가 공개한 급여내역서를 보면 그녀에게 병원 측에서 지급한 급여는 200만원이 넘지만, 그녀가 월 급여로 받았던 금액은 150만원이 전부였다.

 

파견직이란, 원래는 어떠한 기능이나 기술을 가진 직원을 보유한 회사가 그 기능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다른 회사에 용역을 제공하고 대가를 지급받는 것을 말한다. 이를 기본으로 하자면 파견업체는 기본적으로 인력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미리 직원으로 채용을 한 상황에서 인력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회사에 채용공고가 나게 되면 각 파견회사의 헤드헌터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사람들을 구인하고, 채용담당자에게 이력서를 밀어 넣는다. 파견회사의 추천인이 채용되게 하기 위해 여러명의 이력서를 집어 넣는다.

 

지원자의 능력이 채용에 맞는지 정확히 알아보지 않는다. 대강의 학력이나 특별히 문제될 사항이 없으면 컴퓨터 능력이나 경력쯤은 살짝 성형(?)하기도 한다.

 

그렇게 채용이 결정되고 나면 그제서야 계약서를 쓴다. 그리고는 그날부터 다달이 채용된 사람이 받는 금액의 20% 정도를 채 간다.

 

10만원, 20만원이 아쉬운 파견직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금액일 수 있다.

 

최근, 정부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채용기한을 최대 4년까지 늘일 수 있다는 개정안을 발표하였다.

 

그럴 가능성도 없겠지만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기회가 그만큼 늦어지게 되며, 비정규직의 수만 더욱 늘어나게 하는 법안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 채용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각종 카드회사, 보험회사, 홈쇼핑 회사 등에서 구인을 하는 광고를 많이 볼 수 있다. 그중 대부분 정규직 사원을 뽑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파견직으로 사원을 뽑는다.

 

파견직이 늘어나면 정부가 노력하는 실업률은 낮출 수 있을 것이고, 얼마간의 세금도 걷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소비가 줄어들고 20대 청년들의 근로의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게 되며, 그 악순환은 반복되기만 할 것이다.

 

경제 불황이다 외환 위기다 하면서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요즘, 이래저래 이번 겨울은  88만원 세대에게는 더욱 춥게만 느껴질 것이다.


태그:#비정규직, #파견직, #88만원,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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