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989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낸 2집 음반은 약 50만장이 팔렸다. 90년대 중반까지 팔린 음반은 80만장이 넘었다. 1997년 안치환이 낸 기획앨범 <노스탤지어>는 약 10만장이 팔렸다. 1980~90년대, 민중가요는 대중가요 못지 않은 사랑을 받았다. 다 지나간 이야기다. 민중가요는 있으나 더 이상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노래는 없다. 그렇게 세월이 훌쩍 지났다.

25일 홍대 롤링홀에서 열리는 새로운 진보음악콘서트 '레드 사이렌'
 25일 홍대 롤링홀에서 열리는 새로운 진보음악콘서트 '레드 사이렌'
ⓒ 김대홍

관련사진보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인 서정민갑이 기획하고 연출을 한 공연 Music Revolution 2008 'Red Siren'은 이런 고민에서 마련됐다. 고딕메탈을 하는 '어둠'과 인기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엔딩 타이틀곡을 부른 '시와(siwa)', 한국식 레게음악을 하는 윈디시티, 한국 인디밴드계의 터줏대감 '허클베리핀', 예술성을 인정받는 민중가수 연영석 등이 무대에 오른다.

25일 오후 6시 홍대 라이브 클럽 롤링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을 서정민갑이 기획한 것은 지난해. 무너져가는 민중가요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했다. 당시 만든 제목은 'Turn Left'. 민중가요판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는 뜻을 담았다. 제목이 너무 강하다는 판단이 들어 지금 제목으로 누그러뜨렸다.

기획서를 만지작거리다 공연을 결심하게 된 데는 올해 초 나라를 뜨겁게 달군 촛불집회가 계기가 됐다. '운동'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여고생과 주부들이 나와서 대규모 시위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그래 바로 저거야'라면서 무릎을 '탁' 쳤다는 것. 꼭 틀에 박힌 가사를 노래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사람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집회 때마다 민중가요가 나오죠. 때때로 너무 도구화됐다고 느껴요. 촛불 때 나타난 새로운 감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솔직히 너무 갇혀 있다고 봐요."

서정민갑은 '그 밥에 그 나물'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이번 출연진은 그런 고민에서 짜였다. 그는 꼭 '비정규직 철폐', '민족자주 회복' 등을 외치지 않더라도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구호를 외치고 손을 흔들지 않더라도 춤을 추면서 벌이는 민중가요콘서트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것. 노래의 예술성에 비중을 둔 것은 그래서다.

집회에서 못본 모습과 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서정민갑은 귀띔한다.

"이번에 나오는 분들 중엔 집회에 자주 나오신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노래 몇 곡 부르고 내려가곤 하는데,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긴 힘들죠. 이번엔 30분~1시간 정도 되는 긴 시간이기 때문에 아마 그 분들의 속내를 들어볼 수 있을 겁니다."

허클베리핀
 허클베리핀
ⓒ 허클베리핀

관련사진보기


연영석
 연영석
ⓒ 연영석팬카페

관련사진보기


예산 문제 때문에 빠진 이들도 있다. 서정민갑은 손병휘, 안치환, 꽃다지를 비롯 국내 최초 정통 아이리쉬 음악을 선보인 바드(Bard)는 꼭 초대하고 싶었다며 아쉬워했다. 대규모 야외공연을 이루지 못한 것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번 공연은 4시간 동안 진행된다. 어둠과 시와가 오후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공연하고, 윈디시티, 연영석, 허클베리핀이 각각 1시간씩 밤 10시까지 공연한다. 공연 중간엔 영상물을 상영한다. 촛불집회를 비롯 현 정국을 다룬 내용들이다. 텅 빈 광화문 광장과 사람으로 가득 찬 광화문 광장을 함께 보여주는 동영상도 나온다. 그 당시 얻고자 했던 것과 결국 이루지 못한 것을 두 광장을 비교하면서 보여준다는 의도다.

서정민갑은 말한다. 이번 공연에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공연 수준에 대한 자부심이 진하게 묻어난다. 그는 또 말한다. 마음 속으로 촛불을 끄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한다고. 그의 말엔 촛불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이번 공연은 촛불 집회에 나갔던 사람들, 나가진 못했지만 마음 속으로 응원했던 사람들, 지금 세상 돌아가는 모습에 답답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한판 굿이다. 또 지금 어디에선가 고통 받는 이들을 위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Music Revolution 2008 'Red Siren'
10월 25일 오후 6시-10시
홍대 라이브 클럽 롤링홀
2만원
http://blog.naver.com/redsiren2008



태그:#레드사이렌, #서정민갑, #민중가요, #촛불, #연영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