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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대법원 국정감사를 끝으로 올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날 오후 6시 35분경 이용훈 대법원장의 2008년 국정감사에 임한 의원들에 대한 감사말로 공식적인 일정이 끝난 것.

 

법사위는 지난 10월 6일 감사원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43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계속해 왔었다. 법사위는 오는 23일 법무무를 비롯한 2개 기관과 금요일인 24일 그동안 국정감사를 실시한 기관들에 대한 종합감사를 끝으로 올해 국정감사를 마감하게 된다.

 

국정감사가 이뤄지는 동안 서초동 법원 앞에서는 사법피해자들의 성난 목소리가 계속되어 왔었다. 지난 9일 서울고법, 10일 서울고검 20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벌어지는 날이 그랬고 21일 대법원 정문 앞에서도 사법피해자들의 성난 목소리가 하루종일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경 부터 한명 두명 모여들기 시작한 사법피해자들의 숫자는 오후 2시경엔 60여명에 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각자의 억울한 사연을 적은 현수막을 펼처들거나 사연을 깨알같이 적은 몸자보를 두른 채 이날 국감장으로 향하는 의원들에게 자신들의 사연을 알리고자 했었다.

 

물론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국감장에 들어서는 의원들 중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국정감사가 이루어지는 시간내내 대법원 정문 앞을 떠나지 않았다.

 

검사 출신 다운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의 한마디

 

 

21일 오후 6시경, 50여명에 이르는 사법피해자들은 국감을 마치고 나설 의원들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대법원 정문앞에 도열하기 시작했다. 근무를 마친 대법원 직원들이 정문을 빠져나갈 때마다 이들은 '법원은 각성하라' 등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들의 관심은 이날 국감을 마치고 나가는 의원들에게 자신들의 사연을 알리고자 하는데 쏠려 있었다. 이들은 국감을 마친 의원들이 행여나 지금 나올까 이제 나올까 하면서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몇몇의 사법피해자들은 대법원 정문 앞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대법원 경비들은 상황이 여의치 않는 듯하자 차량들을 후문으로 유도했다. 막 정문을 통해 빠져 나오려던 한 대법관이 탄 차량은 경비들의 제지를 받고 황급히 후진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 사법피해자들이 기다리는 의원들의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국정감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 오후 6시 25분이었다.

 

앞서 이날 국정감사 질의 마지막은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 차례였다. 그는 사전배포한 보도자료 등에 기초한 질의를 어느정도 진행했다. 박 의원은 법원행정처의 비대화와 권력화가 우려된다는 주장을 펼친 후 다음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한마디 던졌다.

 

그는 "우리나라 사법부를 수호하는 대검찰청과 대법원 앞에서 해당 판·검사의 실명을 적은 현수막을 대문짝 같이 걸어 놓고 있는데.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할것이냐"며 다그쳐 물었다. 이어 "현수막에서 거론되고 있는 판·검사 본인도 본인이지만 그 가족들이 그걸 본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강하게 질의했다.

 

현수막을 걸어놓고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을 당장 처벌하라는 검사출신 다운 주문이었다.

 

저녁 7시경 모든 일정을 마친 국회의원들은 안락한 차량 뒷좌석에 몸을 묻었다. 의원들이 탄 차량은 사법피해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정문을 통해 빠져 나가지 않았다. 후문으로 하나둘 빠져 나갔다.

 

자신의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대구에서 올라온 정홍표씨는 이 같은 의원들의 행태에 분노했다.

 

그는 "사법피해자들의 억울한 목소리를 들어볼려고도 하지 않는 의원들이 무슨 국회의원이냐"며 강하게 어필했다. 그는 자신의 사건이 "대법원 3부(안대희 대법관)에 계류중인데 1년이 넘도록 판결을 미루고 있다", "민사소송법상 상고심은 4개월 이내에 선고를 하게되어 있는데 대법원은 1,2심 나의 승소로 올라온 사건을 아직도 미루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일류국가추진운동본부 어우경 본부장은 "의원이라는 분이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는 생각지도 않고 현수막을 걸었다고 처벌하라고 말했다니 기가찬다"고 말했다.

 

경찰, 100여명 동원해 22일 아침 현수막 철거

 

 

박민식 의원의 호통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여지없이 효력을 발휘했다. 합법적 집회신고에 대해 경찰이 다시 한 번 압수수색에 나섰기 때문. '좋은사법세상'은 지난 7월 19일부터  지금까지 대검찰청 앞에서 집회를 계속해 오고 있었다. 이 같은 집회에 서초경찰서는 오전 8시 40분경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한 후 길거리에 게시되어 있던 현수막 압수에 나섰다. 20여장에 달했다.

 

서초경찰서는 이에 앞서 지난 17일에도 한차례 압수수색을 통해 이들의 각종 시위용품과 현수막을 압수했었다. 22일 아침 경찰의 압수수색에 항의하면서 격렬하게 반발하던 '좋은사법세상'회원 김순이씨는 이 과정에서 머리 등에 상처를 입고 강남성모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이한근씨는 "경찰이 김순이씨의 현수막을 압수하려고 하자 김씨가 ''현수막 줄을 자신의 목에 감은채 '자신을 죽이고 가져가라''며 저항했고, 경찰과 김순이씨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씨는 계속해서 "성모병원 MRI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다고 하지만 김순이씨는 현재(오후 3시)까지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고 있다"며 "일시적 기억상실증이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박민식, #이용훈, #어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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