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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슴도치야 건강하게 잘 살아라 도심 공원에서 발견된 고슴도치는 막대기로 슬쩍 건드리면 금방 밤송이가 됩니다. 몸을 잔뜩 웅크린 모습은 밤송와 거의 똑같은 모습입니다. 홈통에 갇혀있던 고슴도치를 꺼내 숲으로 놓아 주자 고맙다는 듯 돌아와 살펴보고 숲속으로 사라졌습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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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밤송이다. 그런데 왜 저렇게 크지?"

 

아빠와 함께 나온 어린이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아주 커다란 밤송이가 놀라웠던 모양입니다. 어른 주먹만큼이나 커다란 밤송이는 좀처럼 보기 힘들지요.

 

그런데 이것은 사실 밤송이가 아니라 고슴도치였습니다. 어제(10월1일) 오후, 뒷동산인 서울 강북구 오동공원에 올랐다가 산책로 빗물 홈통에 빠진 고슴도치 한 마리를 발견했지요. 빗물이 흘러내리도록 길가에 설치된 홈통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작은 동물은 빠져 나오기는 힘듭니다.

 

그런데 어디서 어떻게 이곳으로 왔는지 어른 주먹 크기의 고슴도치 한 마리가 그 홈통 속에서 헤매고 있었습니다. 녀석은 사람들이 나뭇가지로 건드리자 금방 밤송이로 변했습니다. 둥그런 몸체에 가시만 뾰족뾰족 나온 것이 꼭 밤송이 같았지요.

 

 

그런데 지나가던 사람들의 반응이 다양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도심공원에 고슴도치가 살고 있을 리가 없을 것이라며 누군가 애완용으로 기르다가 이곳에 갔다 버렸을 것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은 아직 크기가 다 자란 고슴도치가 아니라 새끼고슴도치 같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말을 들었습니다. 60대로 보이는 어떤 사람은 저걸 잡아다 고아먹으면 신경통에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고슴도치를 지켜주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을 때 고슴도치 녀석은 웅크렸던 몸을 서서히 풀었습니다. 얼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지요. 눈과 코 등 얼굴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때요? 제 얼굴 예쁘지요? 하듯 서서히 몸을 푼 녀석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홈통에서 빠져나갈 수는 없었지요. 내가 막대기 두 개를 젓가락 삼아 녀석을 집어 숲속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길가에는 사람들의 출입을 막는 철제 울타리가 쳐진 곳이 있었는데 그 안으로 넣어 준 것입니다. 녀석은 다시 몸을 잔뜩 웅크렸지만 곧 몸을 풀고 움직였습니다.

 

 

그 사이 사람들은 모두 흩어졌지요. 그런데 고슴도치 녀석, 숲속으로 들어가다가 웬일인지 다시 돌아왔습니다. 철조망 앞까지 온 녀석은 내 얼굴이라도 한 번 보려는지 눈망울을 몇 번 껌벅거리고 돌아섰습니다. 녀석은 낙엽에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지만 다시 일어나 숲속으로 총총 사라졌습니다.

 

도심 공원에서 만난 진귀한 동물인 고슴도치 한 마리는 정말 누가 기르다가 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 공원에 자주 갔지만 몇 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숲속으로 들어간 고슴도치가 건강하게 잘 살아남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승철, #고슴도치, #오동공원, #밤송이, #숲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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