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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있던 둘째 아들이 뒤를 돌아보면서 공포에 질린 눈으로 냅다 소리를 지릅니다. 거의 울기 직전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아들 죽으라고 이렇게 하는거야?"

"......"

"괜찮아 뒤로 굴러 떨어지면 아빠가 받쳐 줄테니까 걱정말고 얼른 올라가기나 해!"

 

제 입에서는 호통소리가 터져나옵니다. 가뜩이나 힘들고 위험하게 여겨져서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앞에서 느려 터지게 올라가고 있던 초등학교 3학년짜리 우리집 둘째 아이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니 말입니다.

 

경사가 거의 60도를 넘는 것 같습니다. 지난 토요일(27일) 나뭇가지와 풀포기를 간신히 부여잡고 힘겹게 올라가고 있던 강원도 화천군 사창리에 있는 화악산 초가을 산행길에서의 아들과 아빠의 살벌한 대화 한토막입니다.

 

이번 산행길은 아시는 분께서 강원도 화천군 사창리에 소재한 화악산 입구에 지난 7월달에 가든을 하나 매입했고, 이 분께서 자신의 가든을 소개하는 카페글에서 '가든앞을 흐르는 강에 물반 고기반'이라는 글을 읽은게 그 계기 였답니다.

 

제 개인적으로 산행은 끔찍하게 싫어하는 편 입니다. 결혼한지 십육년이 다되어 가지만 그 동안 산에 올라간것은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입니다. 몇차례 산에 갔다고 하더라도 정상까지는 절대로 올라가지를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산 입구에서 도토리묵에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등산은 아내 혼자서 한게 대여섯번이 넘으니 말입니다.

 

제가 산을 올라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힘들게 올라간 후에 또 내려 와야만 하는 산행이 제 적성에 도통 맞지를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일을 힘들게 한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어야 하는데 산행은 그 같은 반대급부(?)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가로 가서 낚시를 하다보면 반대급부로 물고기가 잡을 수 있게 마련입니다. 민물고기는 별로 즐겨하지 않습니다. 바닷가에서 수고를 한 뒤에(?) 잡아올린 바닷고기로 회로도 먹고 매운탕으로도 먹을 수 있는 그런 유희가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결혼 후 십수년이 지났다지만 저희 가족의 나들이는 가장인 제 고집을 꺾을 수 없기에 주로 가는 곳이 바닷가 였답니다. 그런 유수한 전통을 지닌 저희집 나들이가 지난 토요일에는 '산'으로 확 바뀌었답니다.

 

 

아내는 '인자요산'이요 저는 '지자요수'로 즉 물과 산으로 극과 극으로 갈리는 여행 취향탓에 한번씩 휴가계획이라도 잡을라치면 번번히 작은 다툼이 일어나곤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내는 산으로 가자고 우기고 저는 당연히 물가로 가자고 밀어 붙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산행(?)을 빙자한 물고기를 잡기 위한 나들이는 그렇게 이루어 졌답니다. 한 열흘전쯤에는 '화악산가든'을 새로 인수한 후 새 단장에 여념이 없는 '좋은사법세상'에서 회원으로 열성적으로 활동하시는 이기숙님에게도 방문일정을 말씀 드렸답니다.

 

저희 가족과 '좋은사법세상' 강달호 부회장 일가족 4명이 합류해 이기숙 님의 부군 되시는 자칭 가든지기 이창명 사장님과 김병희 총각등 10여명의 인원이 '화악산가든'을 출발한 것은, 하루전날 한마리를 통째로 잡아놓은 흑돼지 고기를 바베큐로 구워서 점심을 맛나게 해치운 후였답니다. 화악산 입구는 여느 산처럼 완만했습니다. 하지만 계곡 사이를 흐르는 개울물을 지나자 마자 산 경사가 급격해 집니다. 경사도는 60도가 넘는 것 같습니다.

 

두발로 올라가는 등산이 아니라 두손 두발을 모두 동원해야만 간신히 굴러 떨어지지 않고 위로 올라갈 수 있을 정도 입니다. 그때 터져나온게 바로 엽기적인 말을 곧잘하는 둘째아들의 항변이었답니다.

 

"아빠... 아들 죽으라고 이러는 거야....!"

 

머루·다래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 

 

 

가파른 산행길의 목표는 바로 계곡 저쪽에 있다는 다래밭을 향하기 위해서 였답니다. 며칠전 발견해 놓은 다래밭에서 다래를 따기 위해서 그토록 가파른 산을 올라가야 했답니다.

 

자칭 화악산 가든지기 이창명 사장님은 위태위태하게 올라가는데도 잘만 올라가십니다. 안갖 힘을 써서 힘겹게 올라가는 우리 부자를 20여미쯤 위에 있는 바위에 손을 쳐 얹고는 힘겹게 올라가고 있는 우리 식구들을 바라보면서 한마디 건넵니다.

 

"이제 이십미터 정도만 올라가면 돼"

 

하지만 그 말은 이미 대여섯번은 반복된것 같습니다. 10여분 전에도 한 50미터만 올라가면 된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합니까. 미끌어 지지 않기 위해 두손 두발 모두 사용해서 올라가는 수 밖에요. 그나마 둘째 아들은 뒤에서 아빠가 받쳐 준다는 말에 힘을 얻었는지 더 이상 죽는 소리는 하지 않고 제 나름대로 열심히 올라갔답니다.

 

"바로 저기 있는게 다래야!"

 

가든지기의 말에 허공을 쳐다 봤지만 제 눈에는 아무리 봐도 눈에 띄지를 않습니다. 그저 파란것은 하늘이고 녹색은 나뭇잎이라는 것 외에는 말입니다.

 

그런데 가든지기가 열매 하나를 불쑥 건넵니다. 크기는 대추 크기 만 합니다. 색깔은 녹색인채 표피가 약간 쭈굴쭈굴 합니다. 바로 말로만 듣던 '다래'입니다. 저는 '머루'는 몇번 봤지만 '다래'를 보기는 처음입니다. 아내도 처음인듯 합니다.

 

"어머 이게 다래에요?"

"......."

 

다래 열매를 하나 주워서 입에 깨물어 봤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키위'라고도 부르는 과일과 똑같습니다. 그래서 '키위'를 '참다래'라고 이름을 붙였던 것 같습니다.

 

가운데를 잘라보니 키위와 너무도 그 속살이 닮아 있습니다. 푸른 과육에 점점히 박힌 깨알보다 작은 씨가 촘촘히 박혀 있으니 말입니다. 입속에 넣은 다래의 당도는 키위 보다는 덜한 듯 합니다. 그럼에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거친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채 입안을 가득 메우는 듯 합니다.  

 

 

 

 

'물반 고기반'은 맞는데 한마리도 못 잡은 낚시꾼의 비애

 

화악산 가든 바로 앞에는 화악산에서 내려온 차가운 계곡물이 바위를 적시면서 '우당탕탕' 호통소리를 질러가며 시원스럽게 흘러내려갑니다.

 

가든에서 30여미터만 내려가면 광덕산에서 발원해 춘천 쪽으로 흘러가는 강이 흘러 갑니다. 이곳에 간밤에 어항을 두개 설치를 해놓았답니다. 어분가루를 물에 개어 다리 난간에 붙들어 매 놓았던 것이지요.

 

아내의 '인자요산'은 하루전에 그 무거운 숙제를 마쳤으니 다음날은 '지자요수'를 즐길 차례입니다. 아침나절 고기잡으러 가자는 말에 벌떡 일어나는 두 아이들에게 느긋하게 견지낚시를 즐길 요량으로 서둘러 아침밥을 먹였답니다.

 

미끼를 마련한답시고 지렁이를 잡고자 가든 이쪽 저쪽 땅을 뒤져 보아도 잡을 수 없기에 4km거리에 있는 사창리로 차를 몰고가 지렁이와 구더기를 사오는 등 만반의 채비를 갖추었답니다.

 

물론 물반 고기반이라는 강에서 간밤에 잡혀 있을 고기를 퍼담기 위한 커다란 주전자 까지 준비하는 등 만반의 채비를 갖춘 후 어제 어항을 담궈 놓고 다리 난간위로 한달음에 달려 갔답니다.

 

어항을 묶어 놓은 줄을 설레이는 맘으로 힘겹게 당겨 올렸답니다. 어항 안에는 물고기가 가득 들어있을 것이라는 믿음에는 추호의 의심도 없이 말입니다.

 

"오잉?"

"뭐야 한 마리도 안들었네!"

 

 

그렇습니다. 다리위에서 물속을 쳐다 보면 무척이나 많아 보이는 그 많던 물고기는 단 한마리도 어항속에 들어가지를 않았습니다. 어항속에 물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몇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이 동네에 살고 있는 물고기가 사람 보다는 아이큐가 높은 것 같습니다.

 

견지낚시도 마찬가지 입니다. 봉돌의 무게가 전혀 맞지를 않습니다. 제법 차가운 물에 발을 적시기가 껄끄러워 모래톱 가에서 견지 낚시는 엄두를 못내고 긴 바다낚시용 릴대끝에 인조미끼를 매달아 흘리다 보니 흐르는 물살의 세기에 부력을 전혀 적응을 못 시켰기 때문입니다.

 

봉돌을 제법 무거운 것을 쓰다 보면 곧 바로 힘차게 흐르는 물살 때문에 바위 사이로 줄이 감겨 줄을 끊어야만 했답니다. 바다에서만 낚시를 하다보니 이런 계곡 낚시에는 전혀 적응을 못하는 거지요.

 

어쨌든 몇 차례 시도를 해보고는 포기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비가 조금 더 충실했다면 이날 이 강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의 수난시대를 연출할 수 있었지만, 현지 사정과 전혀 맞지 않는 채비를 갖춘채 도전한 관계로 단 한마리도 잡지 못한채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답니다.

 

물고기에게 완패함으로써 철수는 빠를 수밖에 없었답니다. 두 아들은 고기 얼굴도 못봤으니 계속해서 재미없다는 말만 투덜거리고 그나마 기쁜 표정은 아내 한 사람입니다. 느즈막이 집에 오려니 했는데도 오전 10시 50분에 화악산 가든을 나선 후 산정호수를 거쳐 안산으로 돌아온게 오후 4시경 이었으니 말입니다. 아내는 이번 나들이길 내내 일요일 출근하기전에 집에서 해놓아야 할 일이 산더미라고 노래를 불렀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화악산 가든, #이기숙, #이창명, #화천군, #사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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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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