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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16일 오후 5시 40분]

 

'홍준표 진퇴', 추경안 이후로...인책론 V.S. 대안부재론 격돌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 실패로 사의를 표명한 바 있는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일단' 유임 결정됐다. 그러나 '추경안 처리 후 재논의'라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사실상 결정이 유보된 셈이다. 추경안 처리 이후 홍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나라당은 16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지난 12일 추경안 처리 실패와 관련 홍준표 원내대표의 진퇴 문제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모두 18명의 의원이 발언대에 섰다.

 

우선 홍 원내대표는 토론 직전 연단에 올라, "이번 사태는 모두 나의 잘못이기 때문에 나 혼자 책임을 지겠다"며 "밖에 나가 있을 테니, 자유롭게 의원들의 의사를 개진해 달라"고 말하고는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함께 회의장을 나왔다.

 

이어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됐고, 의원들은 홍준표 원내대표의 사의를 받아들이자는 쪽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쪽으로 팽팽하게 맞섰다고 조윤선 대변인이 전했다.

 

"추경안 처리 실패, 원내대표가 책임져야" VS "큰 항해 앞두고 선장 내리게 해서야"

 

홍 원내대표의 사의를 받아들이자는 의원들은 "추경안 처리 과정에 있었던 과오는 원내대표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원내지도부가 원내 정책이나 전략에 대해 의원들과 충분히 토론하는 긴밀한 의사소통의 과정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지난 11일 밤과 12일 새벽 당일 이번 추경안을 표결로라도 통과시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의원 개개인에게 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개원 및 원구성 협상 등을 지켜본 결과 그동안 한나라당이 민주당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양보해왔다"고 성토했다.

 

반면, 홍 원내대표의 사의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의원들은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갖지 못한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한, 어떤 원내지도부가 나온다고 해도 더 나아질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이른바 '대안부재론'인 셈이다.

 

이들은 또 "개원 및 원구성 협상에서 한나라당이 다수의 힘으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야당과 끝까지 협의하려고 했던 노력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면서 "노태우 정권 이후 여당으로서 20년만에 처음으로 다수의 의석을 차지했지만, 그에 걸맞은 시스템이 부족했던 것도 인정하자"는 자성론도 나왔다. "이번 시행착오를 계기로 다시 여당의 면모를 일신하자"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국내외적으로 불안정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야 할 개혁입법을 눈앞에 두고 지도부를 교체하는 것은 큰 항해를 앞두고 선장을 내리게 하는 것인 만큼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토론이 결론을 내지 못하자, 박희태  대표가 "추경예산안 처리 문제는 홍 원내대표가 맡아서 완결을 짓도록 하고, 인책 문제는 그 이후에 논의한다"는 중재안을 냈다. 참석한 의원들은 이견 없이 박수로 수용의 뜻을 밝혔다.

 

 

"공은 홍 원내대표에게 넘어갔다"... '자진사퇴론' 대두?

 

비록 의총 결과는 홍 원내대표에 대한 거취 문제를 추경안 처리 이후로 유보시켰지만, 일각에서는 홍 원내대표의 자진사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특히 공성진 최고위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 공은 홍 원내대표에게 넘어간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추경안 처리 이후 홍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불교방송 '유용화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홍 원내대표가 그날 우리 150여 의원들 앞에 '책임지겠다'고 공언한 만큼 책임질 것"이라면서 "그 책임의 형태가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는 좀 더 논의해봐야겠지만 이후 사태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추경안 처리 실패의 원인이 됐던 예결특위 불참 의원들에 대한 경질론과 관련해서는 이날 의총에서 박희태 대표가 구두 경고한 것으로 일단락 짓기로 했다. 박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일부러 불참한 것도 아니고 조직적으로 불참한 것도 아니라는 판단"이라면서 "내가 오늘 의총장에서 구두로 경고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 최고위회의에서 났다"고 전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국회 예결특위 의결정족수 미달로 지난 12일 새벽 처리하지 못한 추경안을 조만간 처리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고, 민주당과 추가 협의를 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이 끝내 추경안 처리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표결을 통해서라도 이번 주 내에는 처리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박희태 대표는 "민주당과 다시 한번 처리를 순조롭게 하기 위해 논의를 해보고, 그래도 안된다면 우리도 못하는 정당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정당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민주당의) 귀가 트이지 않으면 우리도 최후의 수단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신: 16일 낮 12시]

 

홍준표 "자리 연연 않지만, 할 일이 남아서"

 

지난 12일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 실패 이후 사퇴 의사를 표명하고 두문불출했던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9시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회의 참석 직전 박희태 대표최고위원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나오는 홍준표 원내대표의 두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대회의실로 들어가기 직전 홍 원내대표를 붙잡고 연유를 묻자 "잠을 많이 자서…"라고 웃어보였지만,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회의장에 들어선 홍 원내대표의 표정은 잔뜩 굳어있었지만,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자신을 향해 집중되자, 의식적으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기도 했다.

 

"정치판에서 자리는 한 번 했으면 됐지, 그러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홍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선, 일단 '유임'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 2시 의원총회에서 홍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가 최종 결정되기는 하지만, 윤상현 대변인은 기자와 만나 "홍 원내대표가 유임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당초 이날은 홍준표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원내대책회의가 예정돼 있었으나, 박희태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로 변경됐다. 박희태 대표는 "오늘은 사실 최고위원회의가 없는 날이지만 여러 사태를 조기에 결정하고 빨리 우리가 다시 순항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겠다고 해서 회의를 소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긴급'하게 소집된 최고위원회의는 30여분 만에 끝났다. 결국 사의를 표명했던 홍준표 원내대표의 부담을 없애는 한편, 언론을 상대로 사실상 홍 원내대표의 '복귀'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회의라고 볼 수 있다.

 

홍 원내대표도 본인의 '유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와 만나 "정치판에서 자리라는 것은 한번 했으면 된 것이지… 또 자리에 연연해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정기국회 일정이 태산 같아서 고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후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사법적인 절차에서는 행위책임을 지지만, 정치적인 절차에서는 결과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최선을 다했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나쁘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족수 미달로 추경안 처리가 실패한 것과 관련 예결위 불참 의원들에 대한 징계론에 대해 "내 사의 표명이 거둬진다면, 불참 의원들에 대한 책임 문제도 거론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결위에 의원들이 불참한 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참석을 독려하지 않은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예결위 불참 의원들에 대한 책임 문제가 제기 될 것 같아서 내가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상처입은 지도력... '정규직 홍준표' 잘 할 수 있을까?

 

이날 최고위원회의 결과도 홍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홍 원내대표에게 원내 상황을 당 지도부와 좀 더 긴밀하게 협의해 줄 것을 당부하는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추경예산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해서 본인이 단독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다시 한번 밝혔다. 그러나 참석했던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이 문제가 원내대표만의 개인 문제가 아니라 당 전체의 문제"라며 홍 원내대표의 사퇴를 만류했다.

 

조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에서 이같이 전하고, "정기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야당의 투쟁으로 다소 지연된 점을 이유로 해서 (원내대표가) 사퇴를 하게 되면 앞으로 남은 막대한 개혁입법의 처리는 분명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을 시행착오로 거울 삼아서 앞으로 개개인 의원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긴장을 다시 갖추는 계기로 삼아야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박희태 대표는 "원내대표가 원내 문제를 전적으로 책임진다고 당헌당규에 규정되어 있지만, 이는 원내대표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모두 무한 책임을 지는 일"이라며 "앞으로는 원내 문제도 당 차원에서 원활하게 의견 조율을 하자"고 당부했다.

 

홍 원내대표의 유임 가능성은 지난 12일 처음 사의를 표명했을 때부터 이미 감지됐다. 청와대나 박희태 대표가 즉각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정몽준 최고위원도 홍 원내대표의 사퇴를 반대했다. 홍 원내대표의 후임이 없다는 '대안부재론'이 컸다.

 

그러나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친이 성향의 의원들은 홍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재오계의 한 의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했는데 홍 원내대표가 책임지는 건 당연하다"며 "이번 일은 민주당을 탓할 수도 없는 명백한 자살골"이라고 개탄했다.

 

역시 친이 소장파인 초선 김용태 의원도 지난 12일 공개적으로 홍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번 예결위 사태를 '홍준표 원내대표단이 빚은 구조적 참사'로 못박고 "후임 원내대표단이 신속하게 구성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홍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최종 '유임'된다고 하더라고, 이미 지도력에 상처를 입은 상태로 얼마나 의원들을 이끌고 나갈 수 있을 지 미지수다. 

 

홍 원내대표는 임기를 시작하면서 "정치권에 들어와서 12년 동안 '비정규직'으로만 있다가 처음 '정규직'이 됐다"는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원내대표에 당선된 지 불과 4개월도 되지 않아 중도퇴진이라는 '불명예'는 피했지만, 그에게는 더욱 험난한 '정규직 활동'이 기다리고 있다.


태그:#홍준표 원내대표, #추경안 처리,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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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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