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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더베리를 베어다 주자 야금야금 맛있게 잘도 먹는다.
▲ 엘더베리를 먹는 흑돼지 엘더베리를 베어다 주자 야금야금 맛있게 잘도 먹는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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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먹어도 상관없어, 흙과 풀, 엘더베리, 나무를 먹고 살어. 봄에는 쑥과 풀을 먹고 여름철에는 오리나무 산죽나무 엘더베리를 먹어."

"엘더베리가 산에 쫙 깔려 부렀어. 조금 심었는데 산에 자연적으로 퍼져 산을 온통 덮었어. 건강원에서 나오는 약 찌꺼기와 군부대에서 나온 짠밥 쌀겨를 먹고 살어."

흑돼지가 먹이를 먹고 있다. 즐겨먹는 것은 황토 흙과 풀 쌀겨다. 후식은 엘더베리 이파리다. 농장주는 돼지가 사람보다 더 좋은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하루에 한번 이른 아침이면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식사가 끝난 돼지 무리들이 후식으로 엘더베리 이파리를 먹는다. 엘더베리는 유럽에서 작은 약상자라 불리는 자그마한 나무딸기다. 엘더베리는 항산화작용으로 면역성을 높여주고 성인병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을 잔치에 흑돼지 한 마리를 줬더니 환장을 해"

좋은 환경에서 좋은 먹이를 먹고 자라는 흑돼지는 몸이 날렵하고 윤기가 난다.
▲ 흑돼지 좋은 환경에서 좋은 먹이를 먹고 자라는 흑돼지는 몸이 날렵하고 윤기가 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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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방목장이 있는 곳은 전남 영광군 염산면 두우리 상정마을 야산이다. 흑돼지를 영광의 특산품으로 만들기 위해 5년 전부터 상정마을에 사는 선상업(57)씨가 키우고 있다. 흑돼지는 진도에서 가져온 까만 토종돼지다. 땅의 흙을 파먹고 살기 때문에 흙돼지라고도 부른다.

"이 지역 특산품으로 만들어보려고 생각중이에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고 친근한 게 돼지고깁니다. 고기가 맛있으면 팔리겠지 하고 산에다 방목을 해봤어. 그래 키워서 먹어본께 맛이 기가 막혀. 마을 잔치에 한 마리를 줬더니 환장을 해."

"원래 밤나무 산이었는데 밤나무가 다 죽어 민둥산이나 다를 바 없었어. 그래서 이곳에 풀도 없앨 겸해서 돼지를 방목했지."

이곳 흑돼지를 한번 먹어본 사람은 농장주인 선씨 말마따나 환장을 한다. 소문이 자자하다. 맛은 인정받았는데 가격을 맞추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돼지 한 마리(약110kg)에 50만원은 받아야 수지타산이 맞기 때문이다. 일반돼지 가격의 현시세가 40만원인 것에 비하면 좀 비싼 편이다.

마을 사람들은 흑돼지고기를 생으로 즐겨먹는다. 흑돼지 육회를 해 놓으면 정말 좋아한다. 방목한 흑돼지의 육질이 부드럽고 맛이 유별나기 때문이다.

"산에서 친환경으로 키우는 천연흑돼지의 생고기는 소고기보다 육질이 좋아. 훨씬 맛있고 씹는 맛도 좋고."

돼지뒷다리(후지)는 한국 사람들이 맛없다며 찾지 않는 부위다. 하지만 방목한 흑돼지는 사정이 다르다. 뒷다리 살도 맛이 정말 좋다고 한다. 돼지고기의 부위별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맛이 좋다며 흑돼지 고기를 먹어본 마을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흑돼지 맛을 인정한 일부 소비자들은 가격은 상관없다며 부위별로 팔라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지금은 준비가 안 돼 어려운 실정이다. 한 마리씩 통째로 판매한다. 앞으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블로거들의 쇼핑몰인 '도토리속 참나무(도참)'의 젊은 친구들과 함께 준비 중이다.

이랴~! 흑돼지 잔등 한번 타보실래요

선씨는 큰 어미돼지의 잔등을 타고 다니기도 한다.
▲ 흑돼지 잔등 한번 타보실래요 선씨는 큰 어미돼지의 잔등을 타고 다니기도 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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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 방목장에는 250여 마리의 돼지가 살고 있다. 하루에 한번 아침에만 먹이를 주고 방목을 하기 때문에 흑돼지는 야생성이 강하다.

지난해 칠산 바다에 장어 잡으러 다녀와서 미처 옷을 갈아입지 못하고 전신 장화를 신고 돈사에 들어갔다. 특이한 복장 때문인지 놀란 수퇘지 녀석이 갑작스레 돌아서서 선씨의 앞부분을 물었다. 어찌나 놀라고 아팠는지 그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야생에서 자란 흑돼지는 일반돼지와는 다르다. 몸이 날렵하고 민첩하다. 하지만 선씨는 오랜 세월을 돼지들과 함께 해 돼지들과 친하게 지낸다. 선씨는 큰 어미돼지의 잔등을 타고 다니기도 한다.

야산에서 주로 생활하는 흑돼지는 흙과 풀 나무뿌리와 친환경사료인 쌀겨 등을 먹는다. 돼지가 먹이를 다 먹고 나면 통로를 따라 산으로 이동한다. 이곳 농장에서는 돼지들이 살아가는 진기한 모습을 간간이 볼 수 있다.

자연교배를 한 어미돼지가 분만을 할 시에는 분만실로 분리해서 출산을 돕는다.
▲ 자연교배 자연교배를 한 어미돼지가 분만을 할 시에는 분만실로 분리해서 출산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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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새끼돼지들이 어미돼지의 젖을 빨고 있다. 이 새끼돼지들은 자연교배를 해서 얻은 것이다.
▲ 어미돼지와 새끼돼지 귀여운 새끼돼지들이 어미돼지의 젖을 빨고 있다. 이 새끼돼지들은 자연교배를 해서 얻은 것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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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방목장이 있는 곳은 전남 영광군 염산면 두우리 상정마을 야산이다.
▲ 흑돼지 흑돼지방목장이 있는 곳은 전남 영광군 염산면 두우리 상정마을 야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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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는 아침먹이를 먹을 때와 잠잘 때만 돈사에서 지내고 하루 종일 야산 방목장에서 산다. 돈사에는 어미돼지와 새끼돼지들이 있다. 귀여운 새끼돼지들이 어미돼지의 젖을 빨고 있다. 이 새끼돼지들은 자연교배를 해서 얻은 것이다. 자연교배를 한 어미돼지가 분만을 할 시에는 분만실로 옮겨 출산을 돕는다.

돼지가 아침먹이를 다 먹자 농장주는 "올라가! 올라가!"라고 외치며 돼지를 몰아 야산 방목장으로 향한다. 돼지를 따라 산으로 가봤다. 근처에서 꽃사슴이 눈치를 살피다 인기척에 달아났다. 예쁜 꽃사슴 2마리도 한 가족이다.

돼지가 먹이를 다 먹고 나면 통로를 따라 산으로 이동한다.
▲ 야산으로 돼지가 먹이를 다 먹고 나면 통로를 따라 산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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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기반 보존, 자생력 있는 양돈 농가, 살리는 해답은?

나무에 매달아놓은 호스에서 물이 쏟아져 내린다. 흑돼지들이 이곳으로 다가와 호스에서 쏟아지는 물을 받아 마신다.
▲ 아휴~ 시원해! 나무에 매달아놓은 호스에서 물이 쏟아져 내린다. 흑돼지들이 이곳으로 다가와 호스에서 쏟아지는 물을 받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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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목욕을 한다. 그래야 흑돼지의 몸에 진드기가 안 생긴다고 한다. 나무에 매달아 놓은 호스에서 물이 쏟아져 내린다. 흑돼지들이 이곳으로 다가와 호스에서 쏟아지는 물을 받아 마신다.

"황토 돼지 똥 한번 보실랍니까?"
"...???"
"돼지 똥이 황토예요."

돼지 똥을 주워든 선씨가 돼지 똥을 손으로 쪼개어 보여준다. 진짜 신기하게도 돼지 똥이 황토 흙이다.
▲ 돼지 똥 돼지 똥을 주워든 선씨가 돼지 똥을 손으로 쪼개어 보여준다. 진짜 신기하게도 돼지 똥이 황토 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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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똥을 주워든 선씨가 돼지 똥을 손으로 쪼개어 보여준다. 진짜 신기하게도 돼지 똥이 황토 흙이다. 흑돼지(흙돼지)는 일반 흙은 잘 안 먹는다. 황토 흙을 좋아한다. 주변 산을 온통 뒤덮고 있는 엘더베리도 무척 좋아한다.

엘더베리를 베어다 주자 야금야금 맛있게 잘도 먹는다. 혼자 많이 먹으려고 엘더베리 이파리를 물고 도망을 가는 돼지도 있다. 물고 간 엘더베리 이파리를 앞발로 붙들고 맛있게 뜯어먹는다.

"저 녀석들 봐, 먹는 게 개하고 똑같어. 물고 도망가부러 혼자 먹을려고."

좋은 환경에서 좋은 먹이를 먹고 자라는 흑돼지는 몸이 날렵하고 윤기가 난다. 운동량이 많아서 비계 층이 거의 없다. 이곳 토종흑돼지를 먹어 본 미식가들이 환장하는 이유다.

우리 양돈 농가가 자생력과 경쟁력을 기르려면 친환경으로 가야 한다. 선상업씨의 방목장에서 미래 한국 양돈농가의 갈 길을 제시해주고 있는 듯했다. 축산 기반을 보존하고 자생력 있는 양돈 농가를 살리는 해답이 어쩌면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흑돼지, #흙돼지, #황토, #엘더베리, #도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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