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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탑골공원 앞 '어머니'들을 잊고 있다. 고난을 뜻하는 어머님들의 보라색 수건과 보라색 펼침막을 잊고 있다. 목요일을 잊고 있다. 과거를 잊고 있다.

하지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어머님들은 매주 목요일 보라색 수건을 쓰고 탑골공원앞에 모이고 있다. 강산이 바뀌고 대통령이 네 번 바뀌었지만 변한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급기야 어제(30일)는 경찰기동대가 창설됐다. 백골단의 부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촛불집회를 둘러싼 인권 문제 역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7월 마지막주 목요일인 오늘(31일)도 어머님들은 모였다. 718번째였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궃은 날씨였다. 2시에 탑골공원 삼일문 앞이었다. 보라색 수건을 머리에 쓰신 17명의 어머님들이었다. 늘 들고 계신, 그래서 이제는 색이 바랜 펼침막에는 '양심수를 석방하고 국가보안법 폐지하라'는 문구가 써 있었다. 어머님들이 들고 있던 양심수 판넬에는 광우병대책회의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최근 구속된 안진걸, 황순원씨의 이름도 보였다. 양심수 숫자가 오히려 늘고 있는 것이다.

31일 오후 2시 탑골공원에서 열린 718차 목요집회에 참석한 민가협 어머님들이 경찰기동대 창설을 규탄하고 있다.
 31일 오후 2시 탑골공원에서 열린 718차 목요집회에 참석한 민가협 어머님들이 경찰기동대 창설을 규탄하고 있다.
ⓒ 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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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 불구 718차 민가협 목요집회 열려

이 날 목요집회에서는 특히 '백골단 부활'에 대한 우려와 규탄의 내용이 많았다. 먼저 임기란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전 민가협 상임의장으로 민가협을 만든 장본인이다. 어느덧 백발이 성성해졌지만 우렁찬 목소리는 그대로였다.

임 전 의장은 "민가협은 지난 독재 정권부터 폭력, 억압과 싸워왔는데 백골단이 부활하다니 우리 싸움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임기란 민가협 전 상임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임기란 민가협 전 상임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 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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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집회에는 87년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된 고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장도 참석했다.

그는 먼저 700회가 넘는 긴 시간동안 목요집회를 이어온 민가협 어머님들에게 "고생많았다"며 위로했다. 이어 "국민은 누구든지 정부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며 "어제(30일) 백골단 창설 현장에 갔었는데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회장은 "(아들을 잃은)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또 나올까 싶어 겁난다. 국민들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기동대는 분명한 백골단의 모습"

이어 발언한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정부는 경찰기동대가 백골단이 아니라고 하지만 어제 경찰기동대 창설식에서 보여준 장면은 분명히 백골단의 모습이었다"며 경찰을 비판했다.

어머님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사람이 함께 하지 못한 집회였지만 어머님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집회가 끝날때까지 "경찰기동대는 백골단이다. 백골단을 해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덧붙이는 글 | 정지은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인턴 기자 입니다.



태그:#민가협, #목요집회, #백골단, #경찰기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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