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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이모

둘째 이모님 돌아가셨다

구십오 세

아들 둘 먼저 보내고 막내아들한테 의지해 계시다가

그저께 2008년 6월 3일 돌아가셨다

아산 산전리에서 화성 요당리로 시집와 평생을 사시다가 일산에서 돌아가셨다

동국대 일산병원에 빈소가 차려지고

후손들 일가친척 고향분들 다들 다녀가셨다

아들손자 직장동료들 다들 다녀들 갔다

지금 부슬부슬 유월 비 오는데 고향마을 요당리 뒷산

둘째이모 장례 치러지고 있을 것이다

큰 이모 쉰일곱에 돌아가시고 어머니 일흔둘에 돌아가시고

이제 막내 이모만 외갓집 산전리에 계시다

외할머니 모시고 외갓집에 그대로 평생을 사신 막내이모

아들딸 육남매 남기고 이모부 돌아가신 후

억척스럽게 농사지으며 육 남매 다 길러내신 막내이모도 이제 팔십이 다 되셨다

한 세기의 막이 서서히 내리고 있다

후손들이 장중한 숲을 이루고 있는 초여름

서산을 붉게 물들이며 어머니 4형제 일 백년의 풍경이 저물고 있다

이렇게 세월은 흐르고 역사는 흘러가고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삶은 이어지는 것을

한 세기가 조용히 저물고 있을 요당리

사무실에 앉아 밖을 내다보고 있다

녹음이 우거진 초여름 부슬부슬 소리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최일화

 

시작노트

 

어제 밤엔 일산 동국대병원에 문상을 다녀왔다. 둘째이모님이 돌아가셨다. 향년 95세. 내겐 외삼촌이 없다. 어머니는 딸 4형제 중 셋째셨다. 어머니 4형제 후손들이 초여름 수목처럼 우거져 있다. 후손들을 뒤로 한 채 조용히 저녁노을 속으로 이모님 떠나셨다. 어머니 아버지 사신 길을 따라 우리도 세상을 산다. 이모님, 이모부도 만나 뵙고 어머니, 큰이모도 만나 편히 지내세요. 이승보다 저승이 더 정다울 이모님, 반가운 분들 많이 만나 옛날처럼 텃밭 가꾸며 얘기꽃 피우며 지내세요.  

덧붙이는 글 | 최일화 기자는 시인이며 수필가다. 시집에 <우리 사랑이 성숙하는 날까지>(1985), <어머니>(1998), 수필집에 <태양의 계절>(2005)이 있다.


태그:#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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