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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언론에서 취임 100일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물론 그 결과는 아시다시피 처참할 정도로 나쁩니다.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복지 등 국정운영 전반이 낙제점이었습니다. KBS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17.2%였습니다.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민의 큰 기대를 안고 힘차게 출발한 이명박 정부가 취임 100일 만에 이 지경에 이른 원인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 원인이 모든 것을 시장논리로 해결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걸 시장에 맡기자는 대통령

 

시장논리는 말 그대로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에서 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논리를 다른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시키려 하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학교자율화정책에는 '적자생존'식 '무한경쟁'이라는 시장논리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공기업민영화는 '최소비용'이라는 시장논리가 핵심입니다. 또한 일본에게 과거를 묻지 않겠다고 한 것도 향후 일본과의 경제적 '거래'라는 시장논리를 염두에 두고 한 말입니다.

 

교육의 목적은 공부 잘하는 몇몇 학생을 서울대 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보다 많은 학생들이 인간적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보다 '보호'와 '애정'이 더 필요한 것입니다.

 

또 공기업은 근본적으로 공공서비스를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물론 공기업이 기업적 성격이 있기에 비용절감이라는 문제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비용절감'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공공성'이 훼손됩니다.

 

역사 문제도 그렇습니다. 역사는 과거를 반추하여 현재를 반성하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덧붙여 역사바로잡기는 과거의 아픔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작업입니다. 역사는 단순히 경제적 가치를 위해 포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최근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문제에 대해 '소비자가 안 사먹으면 된다'라고 한 바 있습니다. 이 역시 쇠고기 문제를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논리로만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먹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과 국민건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미국 방문 때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투자환경 설명회'에서 자신을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CEO'라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얼마나 철저한 시장주의자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참을 수 없는 것은 이렇게 시장논리를 신앙처럼 받들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작 대통령 자리만큼은 시장논리에 따르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상태라면 이명박 CEO는 아웃!

 

그의 말처럼 대한민국을 주식회사라고 가정하면 그는 분명 CEO가 맞습니다. 그렇다면 국민은 무엇일까요? 바로 '주주'가 되는 것입니다. '주식회사' 관점에서 지금의 쇠고기 정국을 바라보자면 '국민이라는 주주가 이명박이라는 CEO의 사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르게 비유해 보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늘 '소비자'의 선택을 중요시 해왔습니다. 좋습니다. 이번에는 '국민'을 '소비자'라고 가정해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제품'이 되는 것입니다. 소비자의 선택 관점에서 지금 정국을 보면 현재 대다수 소비자들이 이명박이라는 제품의 '리콜'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시장논리로 따져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하루빨리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민주주의' 논리로 선출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본인 역시 대통령직에 시장논리를 적용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입니다.

 

국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교육은 교육논리로, 복지는 복지논리, 정치는 정치논리로 풀어가라는 것입니다. 현재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역시 시장논리가 아닌 국민건강 관점에서 해결해 주길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논리'는 만병통치약이 결코 아닙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비정규직,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를 보면 이 시장논리는 심지어 시장에서조차 '약'보다는 '독'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일각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에서 고착화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 위기사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려는 천박한 '시장주의' 가치관을 버려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해서 '시장주의' 가치관을 고수한다면 국민들 역시 시장논리에 따라 이명박이라는 제품을 '리콜'처리 해 버릴 것입니다. 이 점을 이명박 대통령은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덧붙여 바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 A/S를 잘해서 '리콜' 사태까지 가지 않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주식회사' '주주'의 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되길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태그:#이명박, #시장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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