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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확산되고 있는 동영상. 6월 1일 새벽으로 추정되는 시각에 경찰버스에 올라간 시민이 속옷까지 번겨진 채 경찰에게 진압 당하고 있다.
 인터넷에 확산되고 있는 동영상. 6월 1일 새벽으로 추정되는 시각에 경찰버스에 올라간 시민이 속옷까지 번겨진 채 경찰에게 진압 당하고 있다.
ⓒ 인터넷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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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압'에 대한 허위 동영상 UCC를 처벌한다고 경찰청이 으름장을 놓았다. 마치 가짜 동영상 UCC, 감정적인 악플, 신뢰할 수 없는 UCC로 촛불문화행사의 참 주인, 1인 1미디어를 싸잡아 흠집내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물론 불법 UCC, 가짜 동영상, 인터넷 마녀사냥 등 지금까지 누리꾼들의 에티켓, 인터넷의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과거의 가짜 파동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환경에서 일어난 문제다. 과거에는 생뚱맞게 자극적인 가짜 동영상이 파문을 일으키고 그것의 진위를 관련 피해자나 경찰청이 찾아나서야 했기에 시간도 걸렸었고 그 사이 많은 오류도 발생했다.

반면에 지금 촛불문화행사와 과잉진압에 대해서는 수천만의 귀와 눈, 수만개의 채널, 수백만의 피드백, 수백만의 블러그와 카페 등이 연동해서 진위를 가려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엘리트 언론에서 국민의 귀와 눈이 되어주지 못했던 내용들이 여과없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바로 과잉진압의 속살, 공권력을 사칭한 폭력이다.

언론사 게이트기핑 뒤에 숨겨진 속살

지난날 언론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언론인, 모두 눈과 귀를 밝혀 기사를 작성하고 스틸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올리는 과정에서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을 통해 신뢰성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 게이트키핑의 속살은 무엇이었던가? 사주의 외압, 정치권의 전화, 배운 자들간의 은밀한 연결망과 봐주기 보도로 왜곡된 내용들이 아니었던가?

다시 말하면 게이트키핑을 통했더라면 '서울대 여대생의 집단 폭행 동영상', '버스에서 바지벗겨지고 떨어져 다시 밟히는 시민', '욕설과 함께 날라온 방패로 찍히는 시민 모습', '수직으로 겨냥된 물대포에 쓰러지는 젊은이'를 여과없이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신자유주의와 정치 논리로 게이트키핑될 언론보다 여과없는 시민들의 UCC동영상과 기사가 더욱 값지고 솔직하다. 이미 진실은 통하는 법인지, 실시간 촛불문화행사의 보도는 UCC를 통해 아날로그 언론으로 다시 흘러들어가고 있다.

<쿠키뉴스>에 보도한 '군홧발 동영상'.
 <쿠키뉴스>에 보도한 '군홧발 동영상'.
ⓒ <쿠키뉴스>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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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미디어에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첫째, 게이트 키핑 역할을 대신하는 집단 지성의 발현이다. 게이트 키핑이 없어도 수백만 수천만 명이 눈이 되어 분석하고 살펴보는 UCC라는 집단지성을 통한 뛰어난 게이트 키핑으로 가짜 동영상은 금방 판명이 나기 마련이다.

둘째, 인터넷 콘텐츠를 바라보는 누리꾼의 의식이 성숙하였다. 인터넷이 생활이 된 지 십년이 넘어 섰고 싸이월드와 휴대폰 가입자만도 이천만 명을 육박한다. 가짜 동영상, 불법 콘텐츠가 무엇인지 충분히 경험했다. 학습효과와 경험에서 오는 성숙함이 묻었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누군가의 설익은 허위 동영상 시도로 쉽게 속아넘어갈 누리꾼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을 속이고 과거와 같은 폭력으로 진압해도 되겠지란 경찰청의 사고 방식을 뜯어고칠 시간이 오고 있다.

셋째, 수만 명 이상이 모이면 집단지성이 발현되어 빠르게 진위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짓 동영상이 참, 거짓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괜한 오해가 줄어들고 빠르게 사실을 확인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진실을 보도하는 아마추어 동영상 UCC는 여과없이 인터넷을 타고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된다. 오히려 배운 자, 전문가의 게이트키핑으로 여과된 보도에는 진실도 걸러진 느낌이다.

주요 언론은 여과없는 UCC의 자극성, 무책임성을 탓하기에 앞서 사주의 논리, 권력자의 논리, 배운자의 오만으로 숨겨온 진실이 얼마나 많았던가 가슴에 손을 얹어보아야 할 일이다.


태그:#과잉진압, #게이트키핑, #UCC, #촛불문화행사, #언론과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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