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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평가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출판 기념회 축사에서 한 발언이다. 

 

사람은 삶을 살아가면서 가치관·세계관·역사관을 통하여 가치과 사상, 세계를 보는 눈, 역사를 보는 눈을 가진다. 역사를 보는 눈이 어떻게 규정되느냐에 따라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 상황을 판단하는 눈까지 달라지며,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고 만들어갈 것인지도 결정된다.

 

한 나라를 이끌어 갈 지도자가 역사를 어떻게 인식하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출판 기념회 축사에서 한 발언은 매우 깊은 판단을 요구한다.

 

박 전 대표는 현행 역사 교과서가 왜곡된 역사를 기술하고 있으며, 왜곡된 역사를 배우는 청소년들이 그릇된 역사관을 형성하게 되는 일이 무엇보다 두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현행 역사 교과서는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잡아야 하는 역사 교과서다. 이 왜곡과 곡해된 역사 교과서를 바로 잡은 것은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라고 말했다.

 

"뜻있는 이들이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청소년들이 잘못된 역사관을 키우는 것을 크게 걱정했는데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고 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바른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집필진에게 "필자 여러분이야 말로 후손들을 위해 큰 일을 하셨고, 덕분에 걱정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또 "나라는 인간에게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 건국 60주년을 맞아 성장한 몸에 걸맞게 혼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칭송했다.

 

박 전 대표는 나아가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은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와 그 집필자들을 통하여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함과 동시에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현행 역사 교과서 때문이라는 인식까지 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은 피와 땀과 눈물로 역사상 유례 없는 성취를 이루었다. 근현대사에 대해 국민이 정확히 알아 자긍심을 갖고 이를 토대로 국민통합과 결집을 이루어 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꿈꾸는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그럼 현행 역사 교과서는 정말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역사와 잘못 역사 인식을 심어주는 교과서 인가?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는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이 만든 책으로 ▲ 식민지 근대화론을 인정하고 ▲ 제주 4·3 사건을 좌파 세력의 반란으로 규정하며 ▲ 이승만·박정희 반공 독재체제를 긍정한 내용을 담아 논란을 일으켰다고 비판을 받는 책이다.

 

이런 역사관을 가진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가 어떻게 바른 역사관을 가진 역사 교과서인지 박근혜 전 대표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인정하고, 제주 4 ·3 사건을 좌파 세력 반란으로 규정하는 교과서라는 사실에 대한 역사 인식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승만 독재정권과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을 긍정한 내용에 대한 역사관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아버지와 딸이라는 사적 관계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려는 꿈과 비전을 가진 정치 지도자로서 박정희 군부독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답을 주어야 한다. 아직 박근혜 전 대표는 박정희 통치시절를 역사와 민주주의 관점에서 명확하게 제시한 적이 없다.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가 가진 역사 인식의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대한상공회의소가 교육과학기술부에 교과서 수정을 건의한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민족문제연구소·전국교과모임연합 등 10개 단체는 지난 20일 대한상의가 건의 한 내용 중 일제가 식민지 토지 수탈과정을 다음과 같이 수정할 것을 건의했다고 발표했다.

 

"1910년에서 1918년에 걸쳐 실시된 토지조사사업의 목적은 토지약탈과 식량수탈에 있었다"(천재교육 고교 근현대사 166쪽)는 부분은 "토지조사 사업의 목적이 근대적 토지소유 제도의 확립이었다"로, "우리 민족은 자주독립 국가를 수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음에도 …"라는 내용을 두고서는 "자주독립 국가 수립 능력을 가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직접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기준으로 교과서를 수정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일제 강점기에 대한 반민족적 시각이 고스란히 담긴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와 맥을 같이하는 역사 인식임은 분명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가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보는 역사관이 이런 것인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알고 있으면서도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왜곡된 역사관을 바로 잡는 교과서로 평가한다면 박근혜 전대표의 역사 인식은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일제 강점기를 묘사한 부분에서 "조선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자신의 평가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박정희군사독재체제에 대한 판단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전 대표는 과연 어떻게 답할 것인가 궁금하다.


태그:#박근혜, #대안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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