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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미술문화공간 '강'에서 열린 '티벳을 생각한다' 전시의 오프닝 퍼포먼스 장면.
 부산의 미술문화공간 '강'에서 열린 '티벳을 생각한다' 전시의 오프닝 퍼포먼스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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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국화 한송이를 입에 질끈 문 여인이 베를 가른다. 계단을 내려 지하공간까지 연결된 천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힘겹게 베를 갈라나가던 여인은 구비구비 천자락이 둘러져있는 곳에 이르자 발걸음을 멈추고 천 위에 국화를 한송이씩 얹어놓는다.

지난 18일 부산의 미술문화공간 강에서 오픈한 '티벳을 생각한다' 전시에서 펼쳐진 김영아 작가의 퍼포먼스 현장이다. 작가는 국화 위에 스프레이 물감을 뿌려 꽃의 흔적만 남겨둔 후, 천을 둘러 노랑과 빨강의 라인을 만들고 태극문양을 군데군데 새겼다. 이후 한곳에 모은 국화에 공손한 참배를 올리는 것으로 퍼포먼스는 끝이 났다.

이날은 마침 5월 18일, 18년 전 광주에서 끔찍한 살육이 벌어졌던 그날이다. 독립을 주장하는 티벳에 대해 무차별적인 폭력을 감행하는 중국정부 위로 5월 광주의 참상이 겹쳐지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배인석 작가는 피로 얼룩진 이 두개의 역사를 오버랩시킨다.('1980-2008').

전시의 부제로는 '미마쉐 티벳!'(더 이상 죽이지 마라!), '뵈랑쩬 티벳!'(티벳을 티벳인들에게!),  '뵈겔로 티벳!'(이겨라 티벳!) 등이 걸렸다. 프리티벳 활동을 하는 이들이 매주 모여 진행하는 촛불시위의 핵심구호들이다. 전시장 한가운데 걸린 티벳 국기와 오방기를 연상케 하는 색색깔의 손수건들, 티벳센터에서 설치해 놓은 티벳 관련 물품들과 티벳프리마켓에서 가져다 놓은 물건들은 자그마한 티벳 해방구를 연상케 했다.

전시장 전경, 중앙의 티벳국기와 오방색 손수건이 눈에 띈다.
 전시장 전경, 중앙의 티벳국기와 오방색 손수건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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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인 참여를 취지로 준비한 이번 전시에는 20여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보드게임에 중국의 티벳정책을 부려놓아 티벳사태의 본질을 비스듬이 꿰뚫어보는 정윤희의 작업은 현재의 티벳사태를 하나의 게임처럼 관망하고 있는 이들을 넌지시 질타하고 있는 것처럼만 느껴진다. 커다란 눈동자 속에 티벳의 자유와 고통, 해방에 대한 말들을 풀어놓은 하성봉의 작품('봄, 눈사태')은 인류가 감내해 온 고통의 무게감을 성찰하듯 깊게 침잠해 있다.

전시의 포스터로도 쓰인 이윤엽의 판화작품 'FREE TIBET'은 목판화의 억세고 거친 느낌으로 티벳인들의 불굴의 의지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소년의 깊은 눈망울이 인상적인 박진희의 작품('티벳의 독립을 위하여')과 푸른 하늘과 삭막한 사막을 배경으로 프리티벳을 굳게 쥔 소녀(혹은 소년)의 굳게 다문 입술을 잡아낸 전기학의 작품('대장정')은 티벳인들의 독립의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박진희 '티벳의 독립을 위하여'
 박진희 '티벳의 독립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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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석 '1908-2008'
 배인석 '1908-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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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엽 'FREE TIBET'
 이윤엽 'FREE TI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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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봉 '봄, 눈사태'
 하성봉 '봄, 눈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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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전시와는 달리 '티벳을 생각한다'는 전시장 안보다는 바깥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부산 티벳센터를 통한 티벳승려의 참여나 프리마켓 물품들을 함께 전시해두는 것이 그렇고 무엇보다 작가가 제작한 포스터를 나눠주고 사람들이 포스터를 부착한 장소를 직접 찍은 사진을 돌려받아 전시한 전진경의 작품('FREE TIBET 포스터 미술행동')이 그렇다.

작가는 "티벳의 친구들이 주최하는 집회에 계속 참여하는 도중, 미술가만의 발언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포스터 미술행동을 구상했다"며 이를 통해 티벳 독립을 지지하는 에너지가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다.

전진경 'FREE TIBET 포스터 미술행동'
 전진경 'FREE TIBET 포스터 미술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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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함께 준비한 서울민미협의 전미영 대표는 "가까이 있는 누군가가 곤경에 처했을 때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가 전시의 출발점이라며, 이번 전시는 "미술계에서 최초로 티벳 문제에 대해 발언한 전시라는 의의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명상에 쓰이는 종, 의식에 사용하는 피리, 불상 등 전시장 한켠에 놓여있던 티벳의 물품들은 부산 티벳센터의 협조를 받았다. 한국에 4년째 체류중인 소남스님은 "한국에서 많은 이들이 티벳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 주어서 감사할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전시는 서울민미협과 부산민미협이 미술문화공간 강과 공동으로 주최했다. 전시는 25일까지 부산에서 진행된 후 파주 헤이리(6월)와 조국의 산하전(9월 예정)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컬처뉴스>(http://www.culturenews.net)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태그:#티벳, #티베트, #서울민미협, #부산민미협, #티벳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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