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효형출판

관련사진보기

킬리만자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는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는 가사 덕분에 킬리만자로에 가면 날카로운 눈빛을 한 표범이 킬리만자로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정말 킬리만자로에는 표범이 살고 있을까? 킬리만자로는 표범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조건을 갖추고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지지 않나?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과학 선생이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혼자 아프리카 여행길에 나섰다. 케냐에서 시작된 아프리카 여행은 탄자니아, 짐바브웨를 거쳐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지나 나미비아에까지 이르는 긴 여정이었다.

이 여행길에서 과학 선생은 직업정신을 철저하게 발휘했다. 케냐의 마라톤선수들이 잘 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하고, 킬리만자로에서 표범이 살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이유 있는 설명을 덧붙인다.

탄자니아에서는 사파리 기차인 타자라 열차를 타고 가면서 기차에 안전벨트가 없어도 되는 이유를 알려준다. 또 아프리카 흑인의 곱슬머리 이야기를 하면서 동화 <라푼젤>의 긴 머리에 얽힌 비밀도 풀어준다. 빅토리아 폭포에서는 번지점프를 하려고 줄을 선 관광객들 이야기와 더불어 번지점프가 짜릿할 수밖에 없는, 숨겨진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알려준다.

이쯤 되면 여행을 바탕으로 쓴 과학해설서가 아니냐고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르지만 그건 아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먹을거리, 거리 풍경 이야기도 저자의 시각에서 재미있게 들려준다. 스쿠버 다이빙을 즐긴 이야기, 래프팅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들도 잘 녹아 있다.

아프리카 현실에 눈 뜬, 과학 선생님

그럴 듯하면서도 재미있게 술술 풀어내는 솜씨가 아주 탁월하다. 곁들여진 사진과 그림은 이 여행기에 진한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마치 눈앞에 아프리카가 펼쳐진 것 같다.

안내원을 따라 들어간 대성당의 지하에는 노예를 감금하던 쪽방 두 칸이 아직까지 보존되어 있다. 방에는 높이 1미터 정도의 턱을 만들어 노예를 앉혔는데 일어서지도 못할 만큼 천장이 낮고 비좁다. 이 어둡고 좁은 방에 적게는 60~80명 정도의 노예를 쇠사슬로 묶어 감금해두었다고 했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 책 내용 중

여행길에서 좋은 것만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 여행길에서 아프리카 원주민의 깊은 아픔이 아로새겨진 역사의 현장과 만날 수 있었다. 노예로 팔려나간 아프리카 흑인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현장은 끔찍하고 처참했다. 약탈당한 아프리카의 역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여행길에 다양한 경험을 한 저자는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벗어버리고 아프리카를 새롭게 발견했음을 고백한다. 그러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한다. 아프리카의 현실에 눈을 떴다고나 할까.

아프리카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두면 여행길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의 끝부분에 있는 아프리카 여행 십계명은 확실한 팁이다.

아프리카 여행은 못가더라도 간접적으로나마 아프리카를 보고 느끼고 싶다면 권하고 싶다. 읽고나면 당장에라도 아프리카로 떠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히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염두에 두길.


사파리 사이언스 - 과학선생 몰리의 살짝 위험한 아프리카 여행

조수영 지음, 효형출판(2008)


태그:#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사파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