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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경기 지표들을 살펴보면 서민들의 삶이 더욱더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가와 더불어 고용률은 서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가장 뚜렷한 지표라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취임 이후 고용률 변화를 살펴보자.

 

바닥을 헤매는 고용상황

 

5월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수입물가(원화 기준)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1.3%가 급격히 증가해 IMF 직후인 1998년 5월 31.9% 이후 9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수입물가는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4월 생산자물가도 9.7% 상승해 1998년 11월 11.0% 이후 가장 높은 오름 폭을 보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월 12일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최근 원자재 값 상승에 환율 급등까지 겹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초 전망한 2.8%를 훨씬 넘어 4.1%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았다.

 

고용 면에 있어서도 통계청이 5월 14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4월 취업자 수는 2271만1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9만1천명(0.8%)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한 해 늘어나는 생산가능인구(15살 이상)는 한국의 인구를 고려할 때 대략 40만명선이다.

 

결국 60% 안팎인 지금의 고용률을 유지하자면 매년 24만명의 생산가능 인구가 새로운 일자리를 얻어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 그러나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는 지난해 8월치를 본다면 29만3천명이 증가한 결과가 되어 증가율은 30만명선 아래에 불과하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올해 3월에는 급기야 18만4천명으로 10만명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는 고용도 수출을 늘려 경제성장률을 올리면 뭐든 다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이는 이명박 정부의 기대일 뿐이다. 원래 4월은 계절적으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는 시기임에도 4월 신규고용분이 20만명을 밑돌았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시장개방 정책에도 고용시장의 상황이 매우 안 좋음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1~2006년 중 0.3이던 고용탄력성은 지난 1분기에 0.16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고용탄력성이란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따른 취업자 수 증가율이다. 이것이 떨어진다는 것은 경제 성장을 해도 그만큼의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말로만 국민을 섬긴다고 하지 말고 고용탄력성을 증가시킬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불도저' 이명박, 물가정책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는 불도저라는 별칭마냥 여전히 수출과 경제 성장률 지표에만 집착하고 있다. 수출이 늘고, 성장만 하면 일자리도 늘어나고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공허하고 추상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시장 불안은 한국의 내수경제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내수시장 상황은 물가양상만 보더라도 확연히 드러난다.

 

최근의 물가상승은 원자재, 원유 값의 급등으로 오는 외부적 요인도 크겠지만 정부가 수출을 늘리기 위해 환율상승을 부추긴 데서 오는 요인도 상당하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환율 상승은 수출업자에겐 더 싼값에 물건을 팔 수 있게 해 수출을 증대시키지만 수입하는 물건은 더 비싸게 사야 하므로 수입이 줄고 물가가 오르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틈이 날 때마다 경상수지 적자를 막고 수출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환율 상승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원화값 하락(환율상승)→수출 호조→경상수지 적자 개선'이라는 등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는 최근의 원화 값 하락세(환율상승)를 오히려 정부가 떠받치고 있는 꼴이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환율변동 효과를 제거하면 지난달 수입 물가는 21.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율 상승으로 인해 9.4%포인트 정도 수입물가가 더 뛰고 말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13일자 <매일경제>에서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8일 (원화값이)20원 넘게 떨어졌는데 결국 정부 당국이 방조한 것"이라며 "이렇게 달러화에 대해 원화값이 약세인 곳은 한국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출을 늘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환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정책이 수출실적 증대는커녕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수출과 고용은 별개의 문제

 

정부의 이런 모습은 수출위주의 경제 성장률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서민의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지난 12일자 <한겨레>에서 전성인 홍익대(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올해 경제운용 방향을 물가를 완전히 희생시키고, 환율을 올려 수출을 늘림으로써 성장률을 높이는 쪽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통화당국에 짐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16일자 <한겨레>에서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는 "무리한 환율 떠받치기 정책에서 드러나듯, 내수보다는 수출에 더 무게를 두는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결국 산업구조 고도화를 통한 구조적인 경쟁력 강화보다는 가시적인 실적에만 매달려 내수 등 경제 전반엔 오히려 부작용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수출을 통한 성장 정책은 현 시점에서 서민들의 경제난을 해결할 수 없다.

 

앞에서도 보았듯 수출을 늘리기에 집착해 환율 상승을 부추긴 결과 지금의 원자재 가격 폭등과 맞물려 물가는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치(3.0±0.5%)를 훨씬 웃돌고 있다.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정부가 환율을 올려 수출기업에 도움을 주고자 했던 정책이 오히려 수입물가를 올려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환율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세와 이로 인한 내수위축 및 고용둔화로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을 통한 성장이 우리경제에 얼마만큼 긍정적 효과를 끼칠지도 명확하지 않다. 수출을 통한 성장의 과실은 수출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800대 대기업에 집중될 것이다. 게다가 오래 전부터 대기업들이 수출을 통해 큰 이익을 내도 내수 부진 탓에 수출기업의 이익이 국내에 투자되지 않고 기업 내부에 차곡차곡 쌓여 가계소득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또한 성장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우리는 수치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알고 있으며, 국내 일자리의 88% 가량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선 대기업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두 자릿수로 늘었으나 중소기업의 생산 증가율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을 봐도 별다른 정책과 효과가 없음을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백남주 기자는 한국민권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활동중입니다.


태그:#물가안정, #이명박, #취업률, #고용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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