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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심는 회원들
 나무 심는 회원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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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 아침, 9시 30분부터 회원들이 삽과 호미 같은 작업도구를 하나씩 들고 모여들었습니다. 회원 10여 명은 전날 미리 준비해놓은 꽃나무 묘목 150 그루와 꽃씨를 나눠들고 화단으로 가꿀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나무를 심고 꽃씨를 뿌려 화단조성작업을 할 곳은 서울 성동구 마장동과 사근동의 경계지역인 산동네 마을 진입로입니다. 산동네로 들어가는 이 도로는 말이 도로지 차량 두 대가 서로 비켜가지 못하는 비좁은 도로입니다.

산동네 인구가 상당히 많아서 이 도로에서는 들어가는 차와 나오는 차가 자주 마주치는데,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통행이 불가능한 곳입니다. 더구나 이 도로는 본래 사유지여서 도로가 없었던 것을 수십 년 전부터 마을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다보니 저절로 만들어진 도로랍니다.

그렇게 좁아터진 길가에는 토지 소유주가 높다랗게 양철 울타리를 세워놓아서 도로는 더욱 좁아 보이고 답답한 모습입니다. 그래도 도로와 울타리 사이에 작은 공간이 쭉 이어져 있지요. 이 공간은 아무도 돌보는 사람이 없어서 잡초가 우거지고 행인들과 인근주민들이 마구 버린 쓰레기가 쌓여 있어서 여간 지저분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모습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모습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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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를 심고 꽃씨를 뿌린 모습
 꽃나무를 심고 꽃씨를 뿌린 모습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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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인근에 살고 있는 우리 회원 한 사람이 그 공간을 화단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한 것이 전체 회원들에게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현장에 도착한 회원들은 우선 쓰레기 치우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미리 준비해가지고 간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들을 모아 담았습니다. 그런 다음 화단으로 가꿀 공간의 땅을 파고 묘목을 심기 시작했지요. 묘목은 연산홍입니다. 꽃이 활짝 피면 참 예쁜 꽃나무지요.

묘목들은 한 곳에 열 그루씩을 모아서 심었습니다. 묘목의 특성상 그렇게 모아심어야 서로 의지하여 번성하기도 하고 꽃이 피면 한 그루씩 흩어져 피운 꽃보다 더욱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묘목을 심어보니 일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흙속에 묻혀 있는 상당히 많은 돌멩이들과 시멘트 블록 덩어리들이 삽질을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땅을 평평하게 고르는 일도 역시 힘이 들었지요.

작업전 모습
 작업전 모습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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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후 모습
 작업 후 모습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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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그것참 생각보다 상당히 힘든 작업이네.”
“그래도 오늘 식목일인데 산에 올라 나무 심는 일에 비하겠어요. 이건 쉬운 편이겠지요.”
회원들은 구슬땀을 흘리면서 나무를 심었지요. 그래도 산에 올라 나무를 심는 사람들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그려. 산에 올라 나무 심는 것에야 어찌 비교할 수 있겠어. 그나저나 올봄에는 산불이 나지 말아야 할 텐데.”
“산에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꾸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니까? 특히 산에 올라 담배를 피우다가 산불을 내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겠어.”
나무를 심으며 나무를 생각하다보니 이야기가 산불로 번졌습니다.

“산을 좋아해서 산에 오르는 사람이라면 산에서 담배는 참아줘야 하는 것 아닌가? 산불이 얼마나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일 테고.”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아요, 나도 며칠 전 주말에 등산을 갔는데 등산객 한 사람이 몰래 한쪽에서 담배를 피우더라고요.”
회원들은 하나같이 나무와 삼림에 대한 깊은 사랑과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몇 사람이 구덩이를 파고 나무를 심는 동안 몇 사람은 나무를 심고 남은 공간에 꽃씨를 뿌렸습니다. 호미로 흙을 잘게 부숴 고른 다음 적당한 간격으로 씨앗을 심는 작업을 하는 것도 섬세한 손길이 필요했지요.

그렇게 두 시간이 넘게 작업을 하는 동안 특별한 약속이 있거나 볼일이 있는 회원 세 명은 먼저 작업을 마치고 자리를 떴습니다.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에 작업을 마쳤지요. 그러나 기대했던 것만큼 만족한 수준은 아니었나 봅니다. 화단으로 조성할 수 있는 빈 공간을 모두 화단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마지막까지 남아 작업한 회원들
 마지막까지 남아 작업한 회원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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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네 풍경
 산동네 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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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구간도 모두 이렇게 꽃나무 심고 꽃씨 뿌려 화단으로 만들어야 하는 건데.”
회원 한 사람이 아무래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올해는 이정도만 합시다,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대신 오늘 심은 나무와 꽃씨를 뿌린 것 멋지게 가꿔봅시다.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꾸는 것이 더 어렵고 힘든 법이니까.”
다른 회원이 나서 만족하지 못하는 회원을 달랬습니다.

“그건 그려, 오늘 심은 나무들이 뿌리를 잘 내려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돌봐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할거야, 우거진 우리 금수강산의 삼림을 불태우지 않고 잘 가꾸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말이야.”
작업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는 회원들의 표정이 모두 밝았습니다.

오늘 식목일을 맞아 심은 연산홍들과 꽃씨를 뿌린 것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면 이 길이 아름다운 꽃길이 될 것입니다. 산동네 불편하고 비좁은 언덕길이 아름다운 꽃길로 변하여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길이 될 날이 기다려집니다.


태그:#이승철, #식목일, #연산홍, #꽃길,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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