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간월도에서 채취한 굴이 가득 담겨있다.
 간월도에서 채취한 굴이 가득 담겨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물이 들어오기전 굴을 채취해서 나오는 간월도 어민들
 물이 들어오기전 굴을 채취해서 나오는 간월도 어민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3월 8일 토요일, 우수와 경칩도 지나고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온 듯 푸근한 날씨다.

그동안 기름유출사고로 많은 피해를 봐 가슴이 멍들어 있을 태안반도 어민들은 어떻게 지낼까 궁금하여 찾아가보기로 맘먹고 이른 아침 출발하여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린다.

창문을 열자 달리는 차안으로 들어오는 봄바람이 콧잔등을 스친다. 홍성 IC를 빠져나가 천수만을 지나는데 그 많던 새들이 보이지 않는다. 철새들이 벌써 떠나간 건지 기름유출사고 여파로 떠나간 건지 모르겠지만 늘 봐왔던 새들이 보이지 않으니 섭섭하기도 하고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허전함도 감돈다.

3개월여만에 바닷가에 나가 채취해온 굴을 다정하게 한곳에 모으고 있다. 행복해 보인다.
 3개월여만에 바닷가에 나가 채취해온 굴을 다정하게 한곳에 모으고 있다. 행복해 보인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어민들이 채취해온 굴을 무게를 달기위해 옮기고 있다.
 어민들이 채취해온 굴을 무게를 달기위해 옮기고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천수만 방조제를 지나자 간월도 가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나는 어리굴젓으로 유명한 간월도를 먼저 돌아보기 위해 그 곳으로 향했다. 예전에 태안반도를 찾을 때마다 들러서 어리굴젓을 사가지고 갔던 기억도 나고 해서, 그 곳 주민들은 어떻게 지낼까도 몹시 궁금했다.

간월도를 들어서자 멀리서 뭔가를 부지런히 작업하는 분들이 보인다. 굴을 따는 분들도 있고 굴을 채취해서 머리에 이고 걸어 나오시는 분들도 있다.

그 분들을 만나보기 위해 차를 멈추고 기다리기로 마음먹고 있는데, 저만치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걸어 나오시더니 모두 한 곳으로 모이신다. 모두 모이는 곳을 보니 어리굴젓을 만드는 공장 앞이다.

'아! 태안에 기름유출이 있었지만 이 곳은 별 피해가 없나보다' 생각하며 따가지고 온 굴을 하나하나 저울에 달아 모으고 있는 분들에게로 다가가 물어보았다.

"처음 굴 따는 날이라서인지 대부분 참가했어요"

- 기름유출 사고와 관계없이 굴 따는 작업을 계속 해오셨는지요?
"아녀유, 2007년 12월 7일 태안 기름유출사고 이후 오늘 처음으로 굴 따는 작업을 했시유."

"오늘 처음 굴을 따는 거라구유"하며 사고 났던 날짜를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얘기 하신다. 그동안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쓸어내리기라도 하는 듯 한숨을 쉬신다. 이 분들의 힘들었을 시간들이 짐작이 간다.

기름사고 이후 3개월여 만에 삶의 터전이던 바닷가에서 생계를 위해 굴을 따시는 어민들을 보니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이 몰려온다. 힘든 날들이 그 분의 투박한 충청도 사투리에서 묻어난다. 하루 6시간 정도 작업을 했다는 할머니들이 캐낸 굴은 8~20㎏까지 된다. 평균 12~13㎏ 정도 채취하는 것 같다.

어리굴젓을 담그는 공장과 어민들
 어리굴젓을 담그는 공장과 어민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어민들이 채취해온 굴을 20kg 정도 들어가는 그릇에 옮기고 있다.
 어민들이 채취해온 굴을 20kg 정도 들어가는 그릇에 옮기고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힘들지만 모두가 채취해온 굴을 어리굴젓을 담기위해 정리하고 있다.
 힘들지만 모두가 채취해온 굴을 어리굴젓을 담기위해 정리하고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오늘 굴 따는 작업을 하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이며, 몇 명이나 하셨나요?
"오늘 45~50여 명이 했고, 모두 간월도 어촌계에 가입하신 어민들이랍니다."

-어촌계 회원으로 가입하신 분들은 총 몇 명이나 됩니까?
"모두 68명입니다. 사고 이후 처음 굴을 따는 날이라서인지 대부분 어민들이 참가하셨지요. 굴을 채취하는 작업이 무척 힘들지만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모두 기쁜 마음으로 하신답니다."

회원들 거의가 참석한 것에서 그동안 생계의 터전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기만 했을 그 분들의 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굴을 채취해 오면 어민들에게는 1㎏에 얼마 정도를 드리나요?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당 7000원에서 8000원 정도 드린답니다. 김장철에는 좀 더 값을 올려 드리기도 하구요."

굴을 채취 하는 분들은 대부분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럼 오늘 채취해 온 굴로 간월도 어리굴젓을 담그나요?
"어민들이 직접 채취해 온 굴만 이용하여 15일 동안 발효시킨 뒤, 잘 선별하여 태양초 고춧가루를 넣고 3개월 정도 숙성하면 어리굴젓이 됩니다. 우리들 밥상에 오르는 기간은 4개월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됩니다."

덧붙이는 말이 "간월도에서 젓갈을 구입한 다해서 모두 간월도에서 난 굴로만 담근 어리굴젓은 아니다, 수입산 굴로 담근 굴 젓갈도 있기 때문에 꼭 생산지가 간월도인지를 보고 상표도 꼼꼼히 본 다음 구입하는 게 좋다"고 한다.

발효시킨 어리굴젓을 선별하는 과정
 발효시킨 어리굴젓을 선별하는 과정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태양초를 넣어 담근 어리굴젓갈을 3개월 동안 숙성시킨다.
 태양초를 넣어 담근 어리굴젓갈을 3개월 동안 숙성시킨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간월도 어리굴젓, 최소 600년 이상 된 전통식품'

간월도는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 굴이 늘 바닷속에만 잠겨 있는 것이 아니고 하루에 4~7시간 정도 개펄 속에 묻혀 햇볕을 받고 자라기 때문에 3년 정도 지나도 2~3㎝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굴은 햇볕을 쬐면 성장이 중단되기 때문에 3년 정도 자라야만 채취할 수 있단다. 이런 굴을 강굴이라 한다. 거무스름한 빛깔을 띠는 간월도 강굴은 적당한 기온과 염도가 유지되는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고소하며 잔잔하게 명털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간월도 어리굴젓은 조선조 때 무학대사가 태조 이성계에게 진상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으며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대왕께서는 어리굴젓이 없으면 수라를 들지 않았다"고 적혀있다. 최소한 600년 이상 된 전통식품이라는 것이다.

이 곳에서 나는 어리굴젓은 가공방식 또한 재래식으로 하며 태양초 고춧가루만 사용하여 젓갈을 담근다고 한다.

기름유출사고 이후 3개월여 만에 처음 굴 채취를 시작했다는 간월도 어민들. 깊게 파인 주름진 그 분들의 얼굴에 예전처럼 환한 미소가 넘쳐나기를 기대해본다.

생계지원 위로금 신청 안내문이 마을 게시판에 걸려 있다.
 생계지원 위로금 신청 안내문이 마을 게시판에 걸려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태그:#간월도 , #어리굴젓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