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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국회의원 총선(4월 9일)을 앞두고 국회 입성을 꿈꾸는 예비후보들의 면면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 직후 실시되는 총선에서 '예비여당'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범여권의 견제론이 어느 정도 먹힐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정당별 우열 구도가 뚜렷한 영호남에서는 벌써부터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 내부의 공천 경쟁이 치열하다. 충청지역에서 우위를 보이는 자유신당의 약진과 비례대표 의원 전원(8명)이 지역구에 출마하는 민주노동당의 생존 여부도 관심거리. <오마이뉴스>는 전국을 8개 권역으로 나눠 화제의 지역구들을 둘러보았다. [편집자말]
부산·울산·경남의 총선 바람은 한나라당 쪽으로 불고 있다.

이 지역은 한나라당이 전통적으로 초강세를 유지했지만, 탄핵 역풍이 불었던 2004년 총선에서는 총 41석 중 7석이 비한나라당(열린우리당 4, 민주노동당 2, 무소속 1) 진영에 돌아갔다.

공천되면 당선? 부산·경남 평균 경쟁률 5~7대 1

뿌리 깊은 영호남 지역 대립구도에 균열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도 있었지만, 작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명박)이 50%대의 득표율을 올리며 과거 지지층을 다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한나라당 공천 = 당선' 분위기가 팽배한 분위기에서 한나라당으로 사람이 몰리는 것은 불문가지.

17개 선거구가 있는 경남의 경우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수가 23일 현재 120명에 이른다. 지역구당 7명이 공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18개 선거구인 부산의 한나라당 공천 경쟁률은 5 대 1이니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그러나 새 정부의 '실세'로 통하는 김형오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영도)과 박형준 의원(수영), 이재오 의원 밑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안경률 의원(해운대 기장을) 정도만이 공천에 큰 어려움이 없는 형편이다.

반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은 김병호 전 의원의 지역구(부산진갑)에는 20여명이 공천 경쟁에 나섰다.

'나대로선생' 이홍우 화백, 부산진갑 공천 경쟁

<동아일보>에 '나대로 선생'을 연재한 이홍우 화백
 <동아일보>에 '나대로 선생'을 연재한 이홍우 화백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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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단연 눈길을 끄는 사람은 <동아일보>에 4컷 만화 '나대로 선생'을 연재해온 이홍우 화백. 이 화백은 작년 12월 26일자를 끝으로 만화 그리기에서 손을 떼고 고향에서 총선에 출마하기로 했다. "국회의원 되는 게 27년간 죽 그려온 만화를 접을 만큼 가치 있는 일이냐"는 만류도 없지 않지만, 부산시의회 의장을 지낸 부친을 비롯한 주변의 거듭된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화백에 따르면, 그는 1996년 총선에서도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 입문을 제의받았지만 "한 자리에서 20년은 해야 '대가(大家)' 대접을 받지 않겠냐"며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에 정년을 넘긴 상황에서 그로서는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찾을 때가 됐다는 얘기다.

이 화백이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최초의 직업만화가 출신 국회의원이 되는 셈인데, 이 화백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사회도 시사만화가가 정치라는 영역에 들어갈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화백이 노무현 정부 내내 현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시사만화를 계속 그려왔다는 점에서 정권이 바뀐 뒤 미래의 여당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이 화백은 이에 대해 "1980년 전두환 시대부터 지금까지 <동아>에 만화를 그리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을 늦춰본 적이 없다, 노무현 정부가 마지막이 됐지만 어느 정부라고 봐주거나 예외가 되지는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 화백 이외에 5선의 정재문 전 의원과 허원제 전 SBS 이사가 유력한 공천 경쟁자로 꼽힌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캠프의 조직상황팀장을 지낸 강동훈씨도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정형근 아성에 '국정원장 구속 전력' 변호사 도전

부산 북 강서갑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박민식 변호사(왼쪽)와 정형근 의원.
 부산 북 강서갑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박민식 변호사(왼쪽)와 정형근 의원.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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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한나라당 의원이 버티고 있는 동래구에는 이 의원 외에 9명의 경쟁자가 있는데, 이들 중 이명박 경선캠프의 법률지원단장을 지낸 오세경 변호사의 거취에 따라 공천 판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11명이 몰린 사하갑(엄호성)과 8명의 금정(박승환), 6명의 연제(김희정)와 사상(권철현)도 의원들의 계파와 상관없이 공천희망자가 넘쳐나는 곳이다. 엄 의원은 '친박근혜'로, 나머지 세 의원은 '친이명박'으로 분류된다.

부산 유일의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조경태) 지역구인 사하을에도 최거훈 당협위원장과 박종웅 전 의원 등 6명이 공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지역구내 공천 경쟁자가 많지 않은 한나라당의 중진의원들이라고 해도 안심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남을(김무성 의원)의 경우 지역구에 아직 뚜렷한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남갑(김정훈 의원)과의 지역구 통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같은 당 의원끼리의 '지역구 쟁탈전'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한나라당의 신대북정책을 주도하며 '공안 전문가' 이미지를 털어내려고 했던 정형근 의원(북 강서갑)도 공천 가도에서 40대의 패기만만한 변호사 박민식씨의 도전을 받게 됐다.

박 변호사는 2005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검사로 재직할 때 전직 국가정보원장 2명을 직접 조사해 이들을 구속시키는 등 굵직굵직한 수사들을 맡았던 인물이다. 2004년 한나라당 소장파들이 '당 쇄신'을 명분으로 정 의원의 공천 배제를 강하게 요구한 일이 있었던 만큼 정 의원이 올해 총선에서 '물갈이 파고'를 넘어설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울산 북구, 민노당-한나라당 맞대결 관심

울산의 최대 공천 격전지는 울주군으로, 대통합민주신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겨온 강길부 의원의 지역구다. 강 의원 이외에도 공천을 기대하는 사람이 15명이나 된다.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당선자를 낸 북구의 선거 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004년 총선과 2005년 재선거에서 승패를 주고받았던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에서는 각각 4명이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중 윤두환 의원(한나라당)과 정갑득 전 금속노조위원장(민노당)이 다소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이다.

민노당으로서는 2005년 선거에서 3.6% 차이로 석패한 것을 설욕하려고 하지만, 작년 대선에서 47.2% 대 16.7%로 한나라당에 완패한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민노당 공천으로 북구청장까지 지낸 이상범씨가 이번 총선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나오는 것도 민노당의 득표 전선에 암운을 드리운다.

거제, 3선 김기춘이냐 'YS 차남' 김현철이냐

거제 지역구 한나라당 공천 경쟁이 예상되는 김기춘 의원(왼쪽)과 'YS 차남' 김현철씨
 거제 지역구 한나라당 공천 경쟁이 예상되는 김기춘 의원(왼쪽)과 'YS 차남' 김현철씨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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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서는 권영길 민노당 의원의 창원을(14명)에 한나라당 공천희망자가 가장 많이 몰렸지만, 최대 격전지로는 거제가 꼽히고 있다.

3선의 김기춘 의원이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의 진성진 변호사, 김한표 전 거제경찰서장, 전도봉 전 해병대사령관 등 쟁쟁한 이력의 인물들과 공천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의원이 가장 경계해야 할 인물은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차남 현철씨다.

그는 고향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계속 시도했지만 불법 정치자금 수수 전력과 "부친을 업고 국정을 농단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바람에 번번이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당선인을 측면 지원한 YS의 체면을 봐서라도 현철씨의 한나라당 공천이 이루어질 것 같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으로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보은 공천' 논란을 감수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곧 귀향할 김해을에서는 최철국 통합신당 의원의 '수성'이 관심거리다. 한나라당에서는 박창준 당협위원장과 황석근 전 부대변인 등 12명이 경합하고 있는데, 이 지역의 '터줏대감' 김영일 전 의원의 복귀 여부에 따라 공천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원조보수' 김용갑 의원이 떠나간 밀양·창녕에서는 김 의원의 보좌관 출신 김형진씨와 이명박 당선인의 부대변인을 맡은 조해진씨가 공천을 놓고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후광'을 입은 조 부대변인이 다소 앞서가고 있다는 평.


태그:#18대 총선, #이홍우, #김기춘, #김현철, #조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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