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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시작하는 임기 5년의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진보진영에서는 이렇다 할 대응 전략을 못 내놓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무슨 정책들을 펼칠지 감을 잡아야 하는데 아직 칼을 빼들지 않았으니 점잖은 상대 고수들이 함부로 미리 칼을 휘두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조금씩 내놓는 정책들을 보면 우려가 조금씩 불안과 황당함으로 이어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보건의료 부분만 보더라도 지금은 다소 뒷걸음질 쳤지만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고려한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지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보건의료 분야 정책을 비롯해서 그들의 모체인 한나라당의 생각과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을 들춰보면서 5년의 한국 사회가 어떻게 꿈틀댈 지 짐작할 수 있기에 한번 들여다보기로 한다.

 

물론 다른 것보다도 관심 분야인 보건의료 공약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인데 세세한 것들은 빼고, 우리 사회 보건의료 정책 방향과 국민들에게 끼칠 영향들을 중심으로 고민해 보고자 한다.


장기적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전망이 관건


이명박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평가할 때 다음과 같이 네 가지 기본 골격을 염두에 두면서 바라보면 전체를 이해하기 쉽기에 적어 본다.


첫째,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보수성

둘째, 기득권을 주장하는 의료 조직들과의 관계

셋째, 국민들의 이해관계

넷째, 의료운동단체들과의 관계


이명박 당선인은 효율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다. 다른 모든 정책에서도 그렇지만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특히 그렇다. 공공성이 짙고, 한정된 재정 때문에 더욱 효율을 강조한다. 하지만 복지나 의료가 원래 공적 개념에 바탕을 둔 분야이기에 이 당선자의 효율 중시 정책 기조는 자칫 공공성을 악화시킬 수 있기에 우려스럽다. 효율성을 살리면서 공공의료 분야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도 우리가 지켜볼만한 지점이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를 바라볼 때는 ‘보건의료 체계의 변화’와 ‘국민들의 건강증진 및 만족도’와 같은 양 날개로 평가를 할 수 있다. 그 틀 속에서 이명박 정부의 공약과 함께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야 옳은지 객관적인 시각에서의 평가를 같이 버무려서 봐야한다.


보건의료 체계란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고안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들을 조직해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 어느 나라도 복지나 보건의료만큼은 국민들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므로 더 만족할 수 있도록, 더 효과적이도록 노력한다. 그러므로 진보 정치인이든, 보수 정치인이든 상관없이 그 나라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발전시키려는 게 나라를 책임지는 정치인의 기본자세이다.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골격에서 어디에 힘이 실리느냐에 따라 변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당선자의 보건의료 공약을 보면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선심성 공약은 많고, 체계적인 보건의료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해서 안정된 의료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오래도록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이 없다. 뱃속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연속적인 보건의료 체계를 갖추겠다고 말한 것에 비해서는 대부분이 나열식에 불과하다.

 

장밋빛 공약... 재정마련 방안, 지속가능성 등 불안

 

먼저 이명박 당선자의 보건의료 공약들을 살펴보자. 의료법 개정문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문제, 주치의 및 주치의료기관제도 도입, 건강보험 재정 안정의 문제, 보장성 강화문제, 진료수가 현실화문제, 의약분업 유지문제, 성분명 처방문제, 일반의약품 일부 수퍼 판매문제, 의료산업화 확대문제, 중소병의원 육성 대책, 공공보건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과의 관계문제, 정부의 국민진료정보 수집, 노인의료문제, 암·중증질환 보장 확대문제, 의료안전망기금 조성, 건강관리 잘 한 국민에게 ‘건강포인트’ 부여, 6대 권역별(수도권, 강원, 제주, 충청, 영남, 호남권) 건강마을 설립, 청소년 비만방지정책 추진,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환경보건정책 강화, 국가 차원의 아토피 퇴치 프로그램 구축, 치매, 중풍 등 사회적 질병 국가가 책임, 약값 절감 방안 등 읽기도 숨이 찰 정도로 많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다가가기 좋은 장밋빛 공약들을 보면, 노인의료와 복지 부분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개선, 국공립 노인전문(치매)병원 설립, 틀니·보청기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확대 지원, 관절염 치료를 위한 ‘물리치료’ 이용 지원, 저소득노인 30%의 만성질환에 대해 무료의료(외래) 서비스 제공, ‘돌봄이 119 유비쿼터스 케어시스템’ 구축, 재가복지서비스 확충을 통한 ‘노인맞춤형 복지’ 제공, 실버복지타운 조성 등이 있다.


임산부들을 위해서는 임신 전 과정의 산전검사 등 필수의료서비스 및 분만에 따른 의료비를 지원하고, 불임치료를 위한 보조생식술 지원 범위를 50%에서 100%로 확대한다고 했다.

아동들을 위해서는 영·유아 필수예방 접종과 진료비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해서 0세부터 12세까지 필수예방접종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며, 만 5세 이하 아동의 외래진료비까지 본인부담금 면제를 추진한다고 했고, 암 등 중증질환 보장성을 현재 60%에서 80%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국가 차원의 아토피 퇴치 프로그램을 구축하겠다고도 했다.


이 내용들은 국민들이 모두 필요로 하는 정책임에는 분명하다.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더 강화되고 안정되게 제공될 수 있는 틀, 즉 시스템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것이다. 재정이 없으면 못 할 것이고, 정권이 바뀌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재정 확보에 대한 고민, 의료 소비자와 공급자들에 대한 관계, 5년, 10년을 내다보는 보건의료 시스템의 계획, 이러한 것들이 부재하기에 불안정하며 선심성 공약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것들을 국민들에게 만들어주기만 해도 다행이지만.

 

그 밖에 눈에 띄는 공약들도 잠깐 살펴보자. ‘건강관리 잘 한 국민에게 건강포인트 부여’는 병의원을 적게 이용한 사람이 아니라 건강 생활 준수를 잘 한 사람에 대한 항목을 정해서 점수화하여 포인트에 따라 건강보험료 감면 및 종합검진 바우처, 운동시설 이용권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시행되면 좋을 정책으로 보인다.

 

그리고 6대 권역별(수도권, 강원, 제주, 충청, 영남, 호남권) ‘건강마을’ 설립에 대한 공약은 청소년(평일), 가족(주말), 교사, 군장병, 기업체 등을 대상으로 건강마을에 입소해 정해진 건강생활습관을 계획에 따라 체험하는 프로그램 운영하는 것이다. 여기서 비만 및 흡연의 위험성 등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시설과 전문 인력 마련을 통해 건강증진에 관한 일반교육 및 체험학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데 괜찮은 발상이다.

 

다만 이것이 생색내기, 또는 동원에만 급급하면 결국 국가 재정 낭비로 이어지기에 그 효율을 높이기 위해,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높이기 위해 꼼꼼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내놓은 공약 중에서 보건의료 제도, 즉 시스템에 영향을 끼치는 몇 가지를 골라내서 이명박 정부 5년을 평가해보고자 한다.


1. 의료법 개정문제

2.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문제

3. 주치의제도 도입

4. 보장성 강화문제

5. 진료수가 현실화문제

6. 의약분업 유지문제

7. 성분명 처방문제

8. 공공보건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과의 관계문제

9. 노인의료문제, 장애인 문제, 저소득층 문제

10. 의료산업화 확대문제


의료법 개정은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할 것


의료법 개정은 사실 보건의료에 관계되는 모든 의료인들이 원하는 사안이다. 30여 년 전에 만들어져서 현실에 맞지 않는 내용들이 많고, 미래지향적으로 수정되어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2007년 의료법 개정 파동 때 의료인, 보건의료운동 단체 등에게 외면당했던 이유는 각 이해당사자들의 요구를 끼워 맞추다 보니까 미래지향적인 의료법을 지향했던 처음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 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의사협회에 답한 것처럼 “우선 쟁점이 없는 조항에 대해 법 개정을 진행하고, 의견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추후 재검토” 정도로 진행할 것이다.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전면 개정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나, 개정의 내용은 각 이해 집단이 필요로 하는 것을 보장하되, 충돌은 피하겠다는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이어지는 ‘의료산업화’ 논리를 중심으로 의료의 공공성 부분이 다소 약화될 것이며, 민간의료보험의 확대와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허용으로 가는 디딤돌이 될 공산이 크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쉽지 않을 것


이명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 폐지를 통한 ‘자율적인 단체 계약제’로의 전환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기본 입장을 밝히고, “강제지정제 전면 재검토와 보건의료계 전반에 걸쳐 합의와 조율을 통해 새로운 제도의 틀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인수위에서도 건강보험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한다고 했는데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것이 큰 이유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내용은 건강보험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것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을 민간에 넘겨서 재정 적자도 줄이고, 상류층이나 일부 의사들의 고급의료에 대한 욕구도 만족시켜주고, 대형 보험회사의 이익도 실현시켜주는 ‘일거다득’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정책이 시행되면 건강보험의 재정은 줄고, 서민들의 건강보험을 통한 보장성의 질은 나빠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 제도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이명박 정부가 당장 건강보험 제도를 크게 손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른 어떤 것들보다도 상당히 큰 국민의 저항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공단을 이전처럼 몇몇 지역으로 쪼개서 경쟁 관계를 유도하는 것, 고가의 의료나 일부 의료 내역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에서 빼내고 민간보험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 원하는 의료기관에 한해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없애 주는 것 정도의 정책을 펼 것이다. 국민 저항도 줄이고, 경과를 보면서 나중에 당연지정제를 대폭 손질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10가지 공약으로 보는 이명박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전망(2)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대안정책 사이트 이스트플랫폼(www.epl.or.kr)에 동시 게재됩니다.
**고병수 기자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이사이며, 현재 의사입니다. 
***새사연(sesayon)기자는 고병수(sesayon) 기자로 바꿔주세요


태그:#이명박정부, #보건의료정책, #의료법개정, #건강보험당연지정제, #고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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