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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 작가의 신작 <르네상스 탐정 바사리>
 김태권 작가의 신작 <르네상스 탐정 바사리>
ⓒ 김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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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랑에 목숨 거는 30대 여자들의 치열한 고군분투기, 르네상스 시대 대가 미술가들의 작품과 숨은 열정을 만나보는 색다른 추리물, 정통 중화요리의 향취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만화 버전 식당 답사기까지, 이 모든 것을 한 권에 담았다. 새 단장을 마치고 순항중인 격주간 만화잡지 <팝툰>의 인기작들을 만나본다.

도나텔로는 자존심 강한 괴짜였다. <예언자 하박국>을 조각한 후 그의 표정에 취해 조각상에 말을 걸고, 자신의 작품 값을 깎으려 들자 길바닥에 내던져 깨뜨려버렸다. 건축가 친구 필리포와의 대결에 지고는 크게 낙심한 그는 그날 찬거리를 바닥에 떨어뜨리곤 굶기도 했다.

베스트셀러 <십자군 이야기>의 작가 김태권이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 들고 온 작품은 <르네상스 탐정 바사리>. 화가이자 건축가로, 무엇보다 뛰어난 저술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르네상스 시대 실제 인물 조르조 바사리를 통해 들어보는 르네상스 시대 대표적 화가들의 작품과 인생 이야기다.

아버지의 불타는 교육열에 피렌체로 유학오게 된 바사리. 훌륭한 미술가가 목표인 이 소년은 대가들의 스케치북을 호시탐탐 노리고, 그런 가운데 그의 주변에는 끝없이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조르조 바사리는 그다지 좋은 작품을 많이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미켈란젤로와 같은 선배 작가들이 너무 많은 걸작을 남기는 바람에요. 오히려 바사리의 이름이 길이 남게 된 것은 자기 작품 덕분이라기보다, 선배 작가들의 전기를 꼼꼼히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바사리가 남긴 방대한 양의 기록은 르네상스 미술사에 가장 중요한 자료로 남아 있다. 이 만화는 바로 소년 바사리의 눈을 통해 본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담고 있다. 작가와 작품의 뒷이야기뿐 아니라 화려했던 메디치가의 족보, 화가들 사이의 상호 영향관계, 피렌체 지식인들 사이에서 읽히던 문헌 등 전문적인 내용이 주요하게 언급되는 한편 구체적인 작품 사진 등이 삽입돼 있어 생생함을 더한다.

김태권 작가
 김태권 작가
ⓒ 김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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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탐정 바사리>에는 미학을 전공한 작가의 욕심이 잔뜩 투영된 작품이다. 미술사에 대한 것, 그 중에서도 르네상스에 대한 것을 꼭 그려 보고 싶었던 김태권이 <십자군 이야기>(전 6권, 현재 3권 작업중)를 뒤로 미루고 선택한 작품이다. 본래는 <십자군 이야기>보다 먼저 기획됐었다.

“우선 지명도가 높은 도나텔로와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등을 중심적으로 다룰 겁니다. 미술사책에 나오는 중요한 작가의 주요작품을 대략 훑어보는 게 이번 작품의 목표예요. 1차적으로 르네상스 미술과 독자 여러분이 좀더 친해지면 좋겠어요. 사실 제 욕심으로는, 우리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십자군 이야기>처럼요.”

글로 써놓으면 안 읽는 내용들도 만화로 그리면 읽는다는 사실이 신기해 만화에 빠져들었었다.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전문만화의 단점은 그의 뛰어난 소화력으로 상쇄된다. “지식만화의 가장 큰 어려움은 정보를 삼킬 때보다도 그 정보를 소화해서 뱉을 때가 아닌가 싶다”는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글로 써 놓으면 안 읽는 분들도, 만화로 그리면 읽으시더라고요. 내가 어쩌다 만화를 그리게 됐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만화를 그리는 것 같습니다.”

<십자군 이야기>로 이미 그 해박한 시사상식과 올곧은 시선을 인정받고, 한국 신문소설 연재 사상 최연소 삽화가라는 타이틀도 얻었지만 여전히 그는 몸둘 바를 모르겠다. “아직도 제 만화에 별로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화라는 무기로 세상에 말을 건다. 바사리를 통해 르네상스 시대와의 색다른 교감을 들려줄 참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태권, #르네상스 탐정 바사리, #팝툰,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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