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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영문판 경찰대학 홍보용 화보로 제작하여 경찰대학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이다.
▲ 경찰대학 정문 2007년 영문판 경찰대학 홍보용 화보로 제작하여 경찰대학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이다.
ⓒ 경찰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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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찰청 차장 등은 경찰대학 존속 방침을 인수위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확히 5년 전 인수위 활동 기간에는 검찰의 경찰대학 폐지 요구와 경찰의 수사권 독립 요구가 팽팽히 맞섰던 적이 있다. 5년 전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도 검찰은 경찰대학 폐지를 경찰은 수사권독립을 요구하여 갈등은 빚은 바 있다(관련기사 참조).

경찰대학 출신들은 경찰대학 폐지론이 경찰수사권 독립을 막아보려는 검찰측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아전인수에 불과한 것이지만 어쨌든 우리나라와 같이 특혜로 얼룩진 경찰대학을 운영하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경찰청과 경찰대학 출신은 다른 나라에도 모두 우리나라 같은 경찰대학이 있다거나 경찰의 자질 향상을 위해 혹은 경찰엘리트 간부 충원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경찰대학 설립 당시 설계를 맡았던 정진환 교수는 대만 외에는 유사한 경찰대학 제도가 없으며, 우리나라 경찰대학은 대만(장개석 총통시대)보다 훨씬 더 커다란 특혜를 부여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경찰이 과거 칠레와 같이 군부와 함께 군사쿠데타에 가담하여 민주주의를 짓밟았던 사례를 들어가며 우리나라와 유사한 경찰대학이 칠레 등지의 남미에도 있다는 주장은 차라리 희극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경찰대학 특혜, 세계 유례를 찾기 힘들어

경찰간부 충원을 반드시 이렇게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경찰대학 제도와 절대다수 일선 현장경찰이 아들뻘 되는 이에게 지휘를 받아야 하는 수모(한때 언론은 이를 미담시한 바 있다)와 희생을 대가로 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는 과거 군사정권 하에서 모든 정책이 그러했던 것처럼 사실 경찰 내부의 여론수렴은커녕 사회적 공론화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경찰학계 역시 경찰대학이나 간부후보 제도의 폐지 문제에 대해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작 자신들이 가르치고 있는 대학의 학생들이 피해를 볼까 두려워서 혹은 경찰대학 출신의 응징이 무서워서일 것이다. 경찰직에 과연 대졸학력이 필요한 것인가 아닌가 하는 외국의 논쟁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경찰학계는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학자들이 대부분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해는 할 만하다.

일부 학자나 정치권에서 경찰대학 폐지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어찌 보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 장래가 걸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양한 입직을 허용하는 현행제도 자체가 일관된 입장의 연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경찰대학 존폐 문제는 경찰대학 출신의 이해관계나 기득권 차원이 아닌, 효율적이며 공정한 임용이나 인사가 되도록 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경찰학은 이제라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특혜로 얼룩져 있는 경찰대학 제도의 개혁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직도 경찰대학 폐지론 금기시

몇 해 전 모 경찰관련 학회장은 회원 중에 경대 재직자도 있는데 어떻게 학회 발표주제로 경대폐지 문제 등을 다룰 수 있겠는가 하며 필자의 발표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우리나라 경찰학계의 이런 잘못된 자기검열 분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경찰학이 정말 새롭게 거듭나기란 실로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경찰임용교육제도는 그 나라의 경찰의 근간이 되므로 제대로 된 경찰임용교육제도 특히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경찰대학 특혜제도 존폐와 대안 등에 대한 경찰학계의 연구는 그야말로 자유롭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어쨌든 경찰대학 특혜는 위헌적이며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경찰대학 설립 당시 경찰에 입문하는 4년제 대졸 학력자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상황이 바뀌어 지금은 순경 90% 정도가 4년제 대졸자로 되어 있다.

사범대 졸업생 부장교사 자동임용?

영국과 미국의 경우 경찰의 입문 당시 4년제 대졸자가 10% 전후에 불과하며 유럽의 많은 국가들의 경우 현재도 경찰입문자의 절대 다수가 경찰 입문 당시 고졸자 이하이고 대졸자는 거의 없으며, 독일의 경우 4년제 대졸자가 경찰에 입문하는 사례 자체가 전무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나라에서 현직경찰의 학력수준은 상당히 높다. 경찰 재직 기간 동안 위탁교육 지원이나 각종 형태로 경찰의 학력수준을 크게 향상시키는데 주력하기 때문이다. 일단 경찰론 임용한 이후 이들에 대한 교육투자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고학력화 추세가 확고히 자리 잡았으며 교육열이 높은 탓에 정부가 현직경찰 학력 증진을 위해 별도의 세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앞서 본대로 우리나라 경찰의 입문 당시 순경조차도 학력이 4년제 대졸이 90% 내외여서 이미 “엘리트경찰”로 이루어져 있다.

경찰대학 특혜의 핵심은 현직 경찰은 입학이 금지되어 있으며 오로지 고졸자만을 성적순으로 선발하여 졸업 후 아무런 경찰공무원 임용시험 등을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경위라는 경찰간부 계급으로 자동 임용한다는 점에 있다.

1990년대 초반 국공립 사범대 졸업생의 자동 교사임용이 전국 사립대 사범대 교수와 학생들의 강력한 투쟁을 통하여 위헌 판결을 이끌어냈으며 그 뒤부터 국공립대 사립대 사범대 졸업생은 공히 교사임용고시를 치러야 하게 되었다. 현재 경찰대는 마치 국공립 사범대 졸업생이 평교사 아닌 부장교사나 장학사에 자동 임용되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현재 경찰대학 폐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그러나 경찰대학 출신 및 이들이 장악하고 있는 경찰청 기획부서 등은 이에 대하여 경찰대학 폐지론이 일부 정치권의 주장에 불과하다고 치부하면서, 오히려 경찰대학 입학정원 축소와 경찰대학 대학원 신설을 통한 경찰대학 특혜의 확대강화를 꾀하고 있다.

이번 이명박 정권인수위원회에도 경찰에서 파견된 인사는 경찰대학 출신이 유일하다(경북청 차장 이강덕, 경대1기). 뿐만 아니라 과거 청문감사관(경정급 250여명), 지구대장(전국 850여명) 등과 같은 제도들을 ‘혁신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가며 만들어냄으로써 과도한 경찰대학 출신 경찰간부 양산에 대비한 바 있으며 지금도 경감 경정 계급 등을 두 배 이상 그 정원을 확대하여 경찰대학 출신과 순경출신이 “윈윈” 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법집행기관인 경찰 조직은 일선 현장경찰이 절대다수인 피라밋 구조인 게 맞다. 과연 이런 조직원리에 배치하면서까지 경찰대학 특혜 고수를 위한다면 국민 동의를 받기 매우 어렵다고 판단된다. 더군다나 이명박 당선인 측은 경찰에 대해 금년 예산 10% 절감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대와 간후제도 유지 공모

다른 한편, 경찰대학이 폐지되면 못지않게 낙후된 간부선발 방식으로 지적되고 있는 간부후보제도 역시 폐지하도록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제도는 195,60년대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신설과 그 역사를 거의 같이 하고 있다.

이렇게 경찰대학 운영 시작(1981년) 훨씬 이전부터 간부후보제도를 통하여 경찰 지휘부를 사실상 지배해온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출신들이 지금도 경찰대학 출신과 합세, 경찰대학과 간부후보제도를 함께 유지하기 위하여 결과적으로 경찰대학 폐지를 가로막고 나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실제로 간부후보출신 경찰 고위직들이 모교 교수들에게 경찰대학 폐지론에 대해 함구하도록 요청했으며, 이에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원로교수들은 제자들에게 경찰대학 폐지론의 공론화에 나서지 말도록 주의를 준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들의 논리는 경찰대학를 폐지하면 똑같이 군사문화의 잔재인 간부후보제도도 결국 폐지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역량 있는 경찰간부 양성은 어떻게 하느냐며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경찰 순경 입직자들의 90% 이상이 4년제 대졸자이며, 설령 간부후보 제도가 없어지더라도 경찰조직에 필요한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소수 경찰간부의 별도 선발은 특채 등의 방식을 통하여 얼마든지 충원할 수 있다.

현재 행시, 사시, 외시, 기술고시, 의사고시 등 고시출신의 전직도 허용하고 있으며 향후 일반 부처와 교류도 추진하면 된다. 다만 현재와 같은 경찰대학 및 간부후보 교육기관의 교수진, 시설 및 예산 등은 추후 충주 중앙경찰학교 등의 확충 및 현직경찰 재교육이나 경찰보수 인상, 경찰복지 등에 그대로 투입하도록 하여 경찰의 사기를 증진시키도록 하는데 쓰면 된다.

우리나라 경찰대학이 경찰이미지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자질향상에도 이바지 했다고 하는 견해가 없지 않다. 거꾸로 이들이 정치경찰화 하며 지금 당장 폐지해도 향후 30년 정도는 이들 '경찰하나회'의 독주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대 없으면 경찰 망한다는 건 일선경찰에겐 모욕적

뿐만 아니라, 국민이 접하는 일선 현장경찰은 경찰대학 출신이 아니다. 우리나라 경찰이미지 개선이나 자질향상은 말 그대로 순경으로 입문하는 이들이 희생적이며 헌신적으로 치안서비스에 임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요컨대 현장경찰 자질향상이나 이들을 통해 형성되는 경찰이미지 개선은 경찰대학 출신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

어쨌든 이제 경찰대학 특혜를 계속해서 고수하는 것이 현장경찰에 대해 그리고 경찰조직에 대해 너무 부담이 크다. 더 이상 현장경찰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키거나 이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대가로 하여 경찰대학 특혜를 유지하려는 자세는 시급히 탈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찰대학을 폐지하면 우수한 경찰엘리트 양성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절대다수가 4년제 대졸자인 순경출신에게 차라리 모욕적인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일선 현장경찰관 모임인 무궁화클럽(www.police24.or.kr)은 조직적인 내부 여론수렴을 통해 국회에 발의된 경찰대학 폐지법안을 적극 지지하며 동의를 표한 바 있다.

이명박 당선인 측은 자치경찰과 경찰수사권 독립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는 경찰민주화와 지방분권 및 경찰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재고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미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경찰대학 폐지법안에 대해서도 인수위는 예산 10% 절감, 경찰사기 증진 등의 차원에서 적극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갑윤(행자위 간사) 김정권(행자위)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도 경찰대학 폐지법안을 공동발의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문성호 기자는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으로 있습니다.



태그:#경찰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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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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