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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일 미국 행정부는 "이란은 2003년 말에 핵무기 개발을 중단했으며, 이를 재개했다는 흔적은 아직 없다"라는 내용의 국가정보평가보고서를 발표하여 세계적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고 있는 정보는 확실히 믿을 만하다"는 2005년 보고서를 공화당 정권이 스스로 뒤집은 것은 대선을 앞두고 정보 누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는 비교적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 대해 이스라엘 측이 발끈하고 나섰다. 최근에 정보 관리들로 구성된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해 "이란은 아직도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렇게 주장하면서도 적절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16일자 <미국의 소리> 방송에 의하면, 이스라엘의 공공안전부(Ministry of Public Security)  장관인 아비 딧터(Avi Dichter)는 "미국의 보고서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은 미국의 대(對)이란 정책을 결정하는 잘못된 관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미국을 단호하게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이러한 미국의 태도가 결국에는 또 다른 중동 전쟁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미국의 소리>는 보도했다. 지난 1973년 10월 6일 이집트·시리아가 이스라엘의 최대 축제인 속죄일(Day of Atonement)에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라마단 전쟁 혹은 욤키푸르 전쟁(제4차 중동전쟁)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의 정책은 이 전쟁의 재판(再版)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핵 프로그램은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이란 측 주장에 대해서도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2009년 말까지는 핵무기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반박했다고 <미국의 소리>는 말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그에 대한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이란의 핵 개발을 평화적인 것으로 볼 수 없도록 만드는 세 가지 증거만 제시했을 뿐이다.

<미국의 소리>에 따르면, 그 증거란 것은 첫째로는 이란에 우라늄이 풍부하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이란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는 것이며, 셋째로는 이란이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고 위협했다는 것이다.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이란의 핵개발이 평화적이지 않다는 증거를 제시한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이스라엘 측이 증거라고 내놓은 것들마저 과연 증거라고 할 수 있겠는가도 의문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이란 핵문제에 대해 솔직해지려 하는 미국 행정부를 흔들어서 중동의 분란을 계속 유지하려는 이스라엘이야말로 '평화의 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별다른 증거도 없이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메시지를 주장할 만한 자격이 '이스라엘 백성들'에는 없을 것이다. 그런 '신성한 자격'은 오로지 그들이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메시야에게나 있을 것이다.


태그:#이란 핵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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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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